2025-03-26

도서관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생각해 보다

저자소개

이용훈
한국도서관사연구회 회장. 도서관문화비평가.

공공도서관도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확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최근 독감 등이 유행하면서 병원을 찾는 시민이 많아졌다고 한다. 며칠 전 일이 있어 병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주변을 둘러보다가 ‘환자의 권리와 의무’라는 게시물을 보았다. 다른 병원을 찾았을 때에도 본 기억이 났다. 관련한 조사를 해 봤다. 그랬더니 모든 의료기관은 「의료법」에 따라 반드시 병원 내에 환자나 보호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해야 한다. 그러지 않을 경우에는 100만원의 과태료 처분을 받게 된다. 이런 제도는 2012년부터 시행되었다. [보건복지부 2012년 5월 15일 보도자료 참고]


그렇다면 의료기관과 같이 사회의 중요한 공공서비스의 하나로 성장하고 있는 도서관 경우에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와 같은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를 명시적으로 천명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아쉽게도 「도서관법」에서 도서관 이용자의 권리나 의무에 관한 내용은 구체적으로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한 개별 공공도서관에서도 이와 같은 내용은 거의 보이질 않는다. 도서관 설립과 운영에 관한 지자체나 교육청 조례에서 일부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내용이나 이용자가 도서관을 이용할 때 필요한 여러 상황, 대체로 회원가입이나 열람, 대출, 시설 이용 등에 관한 내용들이 대체로 도서관 입장에서 규정되어 있다. 홈페이지 이용 경우에는 회원 가입에 따른 개인정보보호와 함께 온라인 이용에 따른 회원의 의무나 준수사항 등이 규정되어 있기는 하다. 또한 공공행정기관으로 별도로 도서관서비스헌장이 마련되어 있다. 대부분 도서관이 제공하는 서비스에 대한 자세한 내용을 담고 있으면서, 일부 경우 이용자에게 당부하는 부탁의 형태로 이용자가 지켜야 할 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그런데 서술의 정도나 내용이 각기 너무 다르다. 그래서 이것이 도서관 이용자의 권리나 의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처럼 공공도서관 부문에서 이용자에 관한 공통의 서비스 지침이나 이용자 관점에서의 권리와 의무를 규정하지 않고 있다. 현재 많은 이용자가 여러 도서관을 두루 이용하는 상황에서 도서관들이 상호 협의해서 어느 정도의 서비스 내용이나 수준, 관련한 헌장과 같은 지침을 어느 정도는 표준화하는 것에 대해서도 고민해 볼 시기가 아닌가 싶다. 


지난주에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국민의 권리와 의무와 관련해서 도서관 서비스와 어느 권리가 관련이 있을까 생각해 보고자 했다. 그와 관련해서 공공도서관 부문도 「도서관법」에서 법의 기본이념제2조을 규정한 것처럼, 공통의 서비스 방향과 일반적이지만 기본적인 사항을 의료기관과 같이 이용자 관점에서 ‘권리와 의무’의 내용으로 규정하면 좋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도서관을 이용하는 시민의 권리와 의무든, 이용자가 지켜야 할 사항이든, 도서관의 서비스헌장이든, 이용하는 시민이 알아야 할 사항을 ‘환자의 권리와 의무’와 같이 의무적으로 이용자가 잘 볼 수 있는 곳에 게시하도록 강제화하는 것도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도서관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도서관들이 검토하고 논의하고 협의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 공공도서관 서비스 수준과 내용이 더욱 깊어질 것이라 기대한다. 


의료기관의 ‘환자의 권리와 의무’


의료기관이 의무적으로 게시해야 하는 ‘환자의 권리와 의무’는 다음과 같이 「의료법」과 동 시행규칙에 규정되어 있다. 


「의료법」


제4조(의료인과 의료기관의 장의 의무) ③ 의료기관의 장은 「보건의료기본법」 제6조ㆍ제12조 및 제13조에 따른 환자의 권리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을 환자가 쉽게 볼 수 있도록 의료기관 내에 게시하여야 한다. 이 경우 게시 방법, 게시 장소 등 게시에 필요한 사항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한다. 〈신설 2012. 2. 1.〉


제92조(과태료) ③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자에게는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6. 제4조제3항에 따라 환자의 권리 등을 게시하지 아니한 자


「의료법 시행규칙」


제1조의3(환자의 권리 등의 게시) ① 「의료법」(이하 “법”이라 한다) 제4조제3항 전단에서 “「보건의료기본법」 제6조ㆍ제12조 및 제13조에 따른 환자의 권리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항”이란 별표 1과 같다. ② 의료기관의 장은 법 제4조제3항 후단에 따라 제1항에 따른 사항을 접수창구나 대기실 등 환자 또는 환자의 보호자가 쉽게 볼 수 있는 장소에 게시하여야 한다.


보건복지부 2012년 5월 15일 보도자료 내용 중.



그런데 법률이 정한 권리와 의무 이외에도 의료기관에서 추가적인 권리나 의무를 표명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다. 


삼성서울병원 홈페이지에 게시된 ‘환자의 권리와 의무’에서 추가적으로 법률이 제시한 4가지 권리와 2가지 의무 이외에 2가지 권리를 추가하였다. 즉 가치관이나 신념을 존중받을 권리와 안전한 의료환경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다. 의무 2가지 외에도 1가지 의무를 추가했다는데 이는 병원 내 관련 규정 준수 의무다. 대부분의 의료기관은 법률이 정한 4가지 권리와 2가지 의무를 명시적으로 게시하고 있지만, 몇 병원들은 이렇게 법률이 정한 권리나 의무에 몇 가지를 추가하기도 하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 경우에는 환자의 의무에 공공질서 준수의 의무와 진료비 지불의 의무 등 2가지를 추가했다. 치료계획 준수의 의무를 명시한 곳도 있다.


그런데 삼성서울병원 등 몇 의료기관은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게시하면서 추가적으로 ‘환자, 보호자의 요구와 권리에 대한 존중을 기반으로 하여 병원 정책을 운영’하고 환자의 권리와 의무를 구체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권리를 증진시키고 최선의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음을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다. 이 점을 주목해야 할 것 같다. 단순히 법률이 정하고 있으니 그냥 게시하는 것이 아니라 그러한 법적 의무를 스스로의 책무로 전환하고 병원 운영이나 의료기관과 의료인의 윤리적 차원으로 내재화해 보다 나은 의료 서비스 제공과 병원 운영의 지침으로 삼고 있는 것이라 생각한다. 


도서관 이용자의 권리와 의무는?


「도서관법」은 이러한 내용을 담고 있지 않다. 유사한 내용이라면 제7조(도서관의 책무)나 제46조(도서관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가 이용자 입장에서는 일종의 권리라고도 할 수 있을 것 같기는 하지만, 꼭 그렇다고 하기에도 부족함이 많다. 공공도서관 경우는 대부분 관련 설치나 운영 관련 조례에서 이용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결국 이용자의 권리이거나 의무 사항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 같다. 예를 들면 영등포구의 ‘도서관 운영 조례’ ‘제4장 도서관 이용’ 항목에서 시설의 사용신청 및 허가, 사용료 징수, 대출, 이용자의 개인정보보호, 변상 책임, 입장의 제한 등이 규정되어 있다. 다른 도서관 관련 조례도 대체로 이런 방식으로 도서관의 입장에서 이용자와 관련한 사항, 즉 도서관 이용이나 회원 가입, 대출이나 시설 등의 사용에 따른 사용료, 도서관 자료 복사 등에 관한 사항 등 다양한 사항을 두루 명시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이런 내용이 도서관을 이용할 권리가 있는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규정을 한 것으로 보기에는 어려울 것 같지 않다. 물론 그렇다고 실제 도서관 현장에서 이용자 권리나 의무에 대해 무관심하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관련 조례 등에 근거를 이용자가 준수해야 할 사항을 포함한 이용 관련 규정을 가진 도서관도 있다. 부산광역시립반송도서관 이용규정은 제7조(준수사항)와 제8조(제재)에 이용자가 도서관 이용 시 준수해야 할 여러 사항을 명시하고 있다. ‘제2장 자료이용’에서는 이용자의 권리라고 할 수 있는 열람이나 자료대출, 희망도서사용 등이 규정되어 있다. 홈페이지에 이용자가 지켜야 할 사항을 게시한 곳도 여럿이다. 인천광역시 연수구립도서관은 ‘이용수칙’을, 경상북도교육청 합천도서관은 ‘이용자준수사항’을 게시하고 있기도 하다.


그 외에 유사한 것으로는 행정서비스헌장이다. 이는 「행정서비스헌장규정」 (대통령훈령 제257호, 2009.09.04.)에 근거한 행정서비스헌장 제도에 따른 것이다. 이 제도는 행정기관이 제공하는 서비스 기준과 내용, 이를 제공 받을 수 있는 절차와 방법, 잘못된 서비스에 대한 시정 및 보상조치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시민에게 약속하는 제도다. 대통령훈령에 따라 각 지자체 등이 정한 서비스헌장 관련 조례나 규정 등을 공공도서관들도 각자 다양한 형태로 서비스헌장을 제정해서 공개하고 있다. 서비스헌장 중에는 이용자에게 부탁하는 내용이 포함되기도 한다. [동대문구립도서관 이용자서비스헌장, 가평군도서관 도서관서비스헌장 등 참고] 그 중 오산시도서관 도서관서비스헌장에서는 이용자 협조사항의 첫 번째 항목으로 ‘이용자 여러분께서는 친절·신속·정확·공정한 서비스를 받으실 권리가 있습니다.’라고 이용자 권리를 언급하고 있다. 부천시립도서관 행정서비스헌장에서도 ‘시민께서는 친절하고 공정한 행정서비스를 받으실 권리가 있으므로 언제든지 정당하게 권리를 행사하여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을 시민 협조 요청 사항에 포함시키고 있기도 하다. 이번에 도서관서비스헌장과 관련한 연구도 매우 적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현재까지 1. 이상복, “도서관서비스헌장에 관한 이론적 연구”(《한국문헌정보학회지》, 40(4), 2006.12.), 2. 황금숙, 이영숙, “도서관이용서비스헌장 및 이용규정 개발에 관한 연구” (《한국도서관·정보학회지》, 43(2), 2012.6.) 등 2건의 연구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다양한 상황 변화를 반영한 추가적인 연구를 기대한다.


[지난 기사 이후 추가할 이야기]


1. 2023년 한 해 공공도서관 이용자 2억 2백만 명, 당신은 몇 번이나 이용하셨습니까?  


정부문화체육관광부는 매년 초 전년도 기준 공공도서관 이용실적을 조사한다. 올해도 2024년 실적을 바탕으로 한 공공도서관 통계를 조사하기 위해 지난 1월 16일 통계작성 담당자를 대상으로 워크숍을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통계작성 작업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고 신뢰성 있는 통계데이터 수집과 제공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 관련 공지사항 참조]


국가 차원의 전국적 공공도서관 통계 조사가 막 시작되었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지역 내 공공도서관 이용실태를 발표하였다. 부산광역시 부산도서관은 1월 21일 보도자료를 통해 지난해 부산 공공도서관 53곳에서 2,431,088명이 8,262,175권을 대출해, 전년2023년 대비 대출자 수, 대출 권수 각각 7.9%, 5.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대전광역시 유성구도 지난해 관내 8개 공공도서관 이용자수가 153만 1,211명으로 전년대비 25% 증가했고, 상호대차책두레 서비스도 저년대비 94% 증가, 장애인 대상 책나래 서비스는 무려 210%나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유성구 보도자료(2025.1.9.) 참고] 제천시립도서관도 지난 한 해 제천시민 58,223명이 도서관을 이용했고, 약 21만 권의 도서를 대출했는데, 이용자 1인당 평균 3.61권으로 작년에 비해 0.47권 감소한 수치라고 밝혔다. [〈국제뉴스〉 2025.1.18. 기사 참고


2024년 기준 공공도서관 이용 통계의 결과가 주목된다. 

 

★「한국독서교육신문」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