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14

저자소개

보후밀 흐라발
1914년 체코의 브르노에서 태어났다. 프라하 카렐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했고, 젊은 시절에 시를 쓰기도 했으나 독일군에 의해 대학이 폐쇄되자 철도원, 보험사 직원, 제철소 잡역부 등 다양한 직업을 전전했다. 마흔아홉 살이 되던 해, 뒤늦게 소설을 쓰기로 결심하고 1963년 첫 소설집 『바닥의 작은 진주』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 이듬해 발표한 첫 장편소설 『엄중히 감시받는 열차』로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프라하의 봄’ 이후 1989년까지 정부의 검열과 감시로 많은 작품이 이십여 년간 출판 금지되었음에도 조국을 떠나지 않았다. 해외 언론과 작가들로부터 ‘체코 소설의 슬픈 왕’으로 불리는 한편, 지하 출판을 통한 작품활동으로 낙오자, 주정뱅이, 가난한 예술가 등 사회 주변부의 삶을 그려냄으로써 체코의 국민작가로 각광받았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현대 작가’로 평가받는 흐라발의 작품들은 체코에서만 300만 부 이상 판매되었고 30여 개국 언어로 출간되었다. 1997년 흐라발은 자신의 소설 속 한 장면처럼 프라하의 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중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려다 5층 창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 주요 작품으로 『영국 왕을 모셨지』 『너무 시끄러운 고독』 『시간이 멈춘 작은 마을』 등이 있다.


그 무렵 압축기로 책들을 압축하노라면, 덜컹대는 고철의 소음 속에서 20기압의 힘으로 그것들을 짓이기고 있노라면, 인간의 뼛조각 소리가 들리곤 했다. 마치 고전 작품들의 뼈와 해골을 압축기에 넣고 갈아댄다고나 할까. 탈무드의 구절들이 딱 들어맞는다는 느낌이었다. “우리는 올리브 열매와 흡사해서, 짓눌리고 쥐어짜인 뒤에야 최상의 자신을 내놓는다.



─ 보후밀 흐라발, 『너무 시끄러운 고독』, 이창실 옮김, 문학동네2016, 25~2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