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08

2025년은 그림책의 해! 모두를 위한 그림책

저자소개

허건
책읽는사회문화재단 간사


2025년은? 그림책의 해!


2025년 3월 5일, 서울시립미술관 세마홀에서 ‘2025 그림책의 해’의 시작을 알리는 출범식과 포럼이 열렸습니다. 그림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러분과 함께 축하하며 앞으로의 그림책 문화 확산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2025년 올 한 해가 그림책 이야기로 온통 가득 차길 기대합니다.


그림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나날이 커지고 있습니다. 기존 어린이로 대표되던 그림책 독자층은 이제 성인, 나아가 시니어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순천시립그림책도서관2014, 군포시 그림책꿈마루2023, 원주시 그림책도서관2024 등 그림책을 테마로 한 공공 공간과 그림책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서점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또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에서 그림책을 접목하는 경우도 자주 보입니다. 뿐만 아니라 이수지 작가의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상 수상2022, 백희나 작가의 아스트리드 린드그렌 상 수상2020 등 한국 그림책의 위상 또한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림책은 단순한 어린이책을 넘어 새로운 문화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림책 독자층 확대… 통계로 본 현실


그런데 그림책의 독자층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지만, 과연 어느 정도일까요? 문화체육관광부에서 격년으로 실시하는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초등학생의 그림책 선호도는 2015년~2021년 사이 4.3%8위에서 13.2%4위로 껑충 뛰었습니다. 가장 많이 읽는 책의 분야 3가지를 물었을 때의 응답입니다. 그러나 같은 기간 그림책은 성인과 중‧고등학생의 도서 선호도를 묻는 문항의 선택지에조차 포함되지 않았습니다.


조사 방식이 바뀐 2023년에는 성인과 중·고등학생의 도서 선호도 문항 선택지에 그림책이 포함되었습니다. 결과는 다소 아쉽습니다. 초·중·고등학생의 경우 가장 선호하는 독서 분야 2위로 그림책을 꼽았지만13.1%, 종이책 기준, 성인의 경우 그림책은 아예 순위권에 들지 못했습니다. 학생의 경우에도 학교급이 높아짐에 따라 그림책의 선호도 또한 급격하게 떨어지는 경향을 보입니다초등학교 23.6%, 중학교 11.3%, 고등학교 2.9%, 종이책 기준.


그림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그림책은 어린이들을 위한 것’이라는 인식이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어린이를 향한 마음, 모두를 위한 그림책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림책의 중요성을 이야기합니다. 태어나서 가장 먼저 접하는 책의 기억은 평생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합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그림책을 읽어준 기억이 평생독자로 발돋움하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입니다. 2025년 3월에 열린 「2025 그림책의 해 1차 포럼 : 왜 그림책인가?」에서 발표하신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위원회 노은정 그림책팀장님의 말씀을 인용합니다. 


“제가 생각하는 그림책의 매력은 이것입니다. 그림책이 어린이의 마음을 향하고 있다는 것. 어린이를 대상 독자로 둔다는 이야기가 아니고요. 끝끝내 우리가 소중히 간직해야 되는 어떤 마음 같은 것들이 있어요. 어른이 되어서 잃어버렸거나 잊어버렸던 어떤 마음. 그게 아이들한테는 여전히 살아 있거든요. 끝까지 지켜야 하는 따뜻하고 선한 마음. 그림책이 그 마음을 향하고 있기 때문에 어른이 된 지금도 저희가 계속 그림책을 찾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 노은정 ((사)어린이도서연구회 목록위원회 그림책팀장)


누구에게나 내재되어 있는 어린이성을 잘 담아내기 때문에 그림책이야말로 ‘모두를 위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올해 그림책의 해의 슬로건인 ‘모두를 위한 그림책’과 모든 색을 표현할 수 있는 삼원색으로 만들어진 책의 해 포스터 또한 같은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올 한 해 더 많은 사람들이 그림책의 가치를 발견하고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림책은 ‘그림책’이어야 합니다

올해 그림책의 해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그림책을 독립된 장르로 인정받게끔 하는 것입니다. 그림책은 고유한 특성에도 불구하고 별도의 분류체계가 없습니다. 공공도서관에서 사용하는 한국십진분류법KDC에 따르면 그림책은 문학의 하위 장르로 분류됩니다. 그런가 하면 주요 인터넷서점에서는 그림책을 ‘유아’ 섹션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림책에 대한 명확한 법적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이와 같은 혼선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문화예술진흥법 제2조(정의) ①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문화예술”이란 문학, 미술(응용미술을 포함한다), 음악, 무용, 연극, 영화, 연예(演藝), 국악, 사진, 건축, 어문(語文), 출판, 만화, 게임, 애니메이션 및 뮤지컬 등 지적, 정신적, 심미적 감상과 의미의 소통을 목적으로 개인이나 집단이 자신 또는 타인의 인상(印象), 견문, 경험 등을 바탕으로 수행한 창의적 표현활동과 그 결과물을 말한다.

문화예술진흥법에 정의된 여러 문화예술의 갈래 중 ‘그림책’은 없습니다. 그림책을 문학의 하위 장르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그림과 글이 조화롭게 배치되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는 그림책의 특성을 고려해 봤을 때 적절하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그림책을 독립된 장르로 인정하기 위해 문화예술진흥법 개정을 추진하고, 공공도서관 및 온라인 서점의 분류체계를 개선하여 그림책의 고유한 특성이 반영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림책의 해’ 10대 사업

책의 해 추진단이 ‘그림책의 해’를 위해 준비한 10가지 사업은 다음과 같습니다. 먼저 그림책의 고유한 가치와 의미를 알리기 위해 매월 ①포럼을 통해 그림책과 관련된 다양한 분야의 주제에 대해 논의합니다. 포럼에서 논의된 주제의식은 온·오프라인 챌린지 등 ②캠페인을 통해 확산할 예정입니다. 다양한 세대가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도 있습니다. 전국 도서관·서점·학교 등에서 어린이가 그림책을 직접 읽고 심사하는 ③「어린이가 뽑은 올해의 그림책상」, 작가를 만나기 어려운 어린이에게 작가를 파견하는 ④「책끼리와 함께 작가가 간다!」, 복지관, 경로당 등에서 그림책을 함께 읽는 ⑤「그림책의 행복을 시니어에게」와 어린이와 시니어가 서로를 위한 그림책을 만드는 ⑥「그림책으로 전하는 마음」 등 그림책과 다소 친숙하지 않은 시니어 세대까지 아우르는 프로그램을 준비했습니다.

또한 매주 금요일마다 우리 그림책의 명장면을 짧은 글로 소개하는 ⑦「우리 그림책 명장면 50」한겨레 공동기획과 대규모 그림책 후원 프로젝트 ⑧「100만 권의 그림책 사랑」, 그림책 관련 종사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⑨「모두를 위한 그림책」, 다양한 그림책을 추천하는 참여형 콘텐츠 ⑩「내가 좋아하는 그림책」 등 그림책 독서환경을 조성하는 사업이 있습니다.

올해 그림책의 해 사업 소식은 홈페이지bookyear.or.kr과 인스타그램에서 순차적으로 확인하실 수 있으니, 많은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그림책 이야기로 가득한 2025년이 되기를

매년 ‘책의 해’를 준비하다 보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어느 특정 개인이나 단체의 힘으로는 이 사업을 추진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사업비를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책의 해’와 같은 공익사업을 6년간 이어올 수 있었던 것은 책 생태계의 다양한 구성원들, 그중에서도 현장에서 애써주시는 여러 활동가님들의 열정과 노력 덕분입니다. 올해는 그림책 이야기로 가득한 한 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SNS에 그림책 이야기를 올리고, 그림책 사진을 찍고, 그림책을 추천해주세요. 그림책과 관련된 어떤 것이라도 좋습니다. SNS 해시태그는 ‘#2025그림책의해’, ‘#모두를위한그림책’입니다. 많은 참여와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책의 해’란?

‘책의 해’는 국내 독서문화 확산을 위해 출판·도서관·서점·작가·독서 등 다양한 분야의 책 관련 민간단체가 연대하여 추진하는 사업입니다. 2020년부터는 생애주기별 대상을 설정해 해당 연령층이 책과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돕는 여러 사업을 펼쳤으며, 2025년부터는 도서 분야별 주제를 정해 향후 5년간의 활동을 이어 나갈 계획입니다. ‘책의 해’는 청소년/고령층 책 추천 사이트bookteen.net/60book.net을 비롯해 고령층 대상 전화 책 낭독 등 독서문화 확산의 새로운 계기를 발굴하고 장기적인 토대를 마련하는 데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2025 그림책의 해 추진단 참여단체 : 그림책협회, 대한출판문화협회, 어린이도서연구회, 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어린이책시민연대, KBBY, 전국동네책방네트워크, 책과사회연구소, 책읽는사회문화재단(사무국), 북스타트코리아, 한국그림책출판협회, 한국도서관협회, 한국서점조합연합회, 한국어린이출판협의회, 한국작가회의, 한국출판인회의
문의 : bookyearkorea@daum.net , 070-4348-1155
⦁ 후원계좌 : 우리은행 1005-704-742238 책의 해 추진단 사무국(예금주 : (재)책읽는사회문화재단)

★ 「동화 읽는 어른」 제364호(2025년 4월)에 실린 원고로, 필자의 동의를 얻어 게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