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1

교육과정·수업·평가를 아우르는 문해력 교육 용어의 기준

저자소개

저자 · 편지윤
청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학문 문식성 교육 내용으로서 지식에 대한 시론』(2021), 『국어 교사의 문해력 수업 딜레마 시나리오 개발 연구: 교육 자료 개발을 통한 교사 교육 담론의 방향 모색』(2025)을 집필했다.
저자 · 류수경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내재적 독서 동기 촉진 교수 전략에 대한 이론적 탐색: 외적 보상이 내재적 독서 동기에 미치는 영향을 중심으로』(2020), 『교육용 텍스트의 이독성 질적 평가 준거 개발 및 타당화 연구(공저)』(2022)를 집필했다.
저자 · 이소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 부연구위원. 『인식론적 신념, 읽기 전략에 대한 상위인지 및 다중 관점 읽기의 구조적 관계 분석』(2018), 『독서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위한 독서 심리학(공역)』(사회평론아카데미, 2021)을 집필했다.
저자 · 김종윤
진주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인공지능 시대의 독서 개념 변화와 독서교육의 방향』(2025), 『인쇄물 읽기와 디지털 읽기 비교 관련 선행연구 고찰: 디지털 전환 시대 속 책 읽기 교육의 방향 탐색』(2023)을 집필했다.
저자 · 류보라
목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중학생의 디지털 읽기 실행과 독자 정체성의 관계 연구』(2022), 『독서 교육론(공저)』(도서출판 역락, 2023)을 집필했다.
저자 · 조재윤
서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육학사, 고려대학교 국어교육학과 교육학석사, 교육학박사 현 목원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 교수 논저: 「대학 ‘실용적 글쓰기’ 교과목에 대한 사이버 강좌 개발 과정 사례 연구」, 『독서교육의 이론과 실제』(공저), 『국어교육론 2』(공저), 『문식성 전략 50』(공역), 『독서 평가의 이해와 사용』(공역) 외
저자 · 윤준채
대구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읽기 능력 향상을 위한 어휘 지도(역)』(사회평론아카데미, 2018), 『국어과 교재 연구 및 지도법(공저)』(보고사, 2024)을 집필했다.
저자 · 김혜정
경북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독서 교육론(공저)』(도서출판 역락, 2023), 『교육과정에 대한 도전의 시기, 국어과 교육과정의 내용과 표상 방식에 대한 성찰』(2024)을 집필했다.
저자 · 정혜승
경인교육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독자와 대화하는 글쓰기』(2013), 『문해력 특강(공저)』(노르웨이숲, 2024)을 집필했다.
저자 · 서혁
이화여자대학교 국어교육과 교수. 『독서 사회의 변화와 새로운 독서 교육: 독서 환경의 변화와 교육적 대응을 중심으로』(2023), 『독서 교육의 이론과 실제를 위한 독서 심리학(공역)』(사회평론아카데미, 2021)을 집필했다.

총론


문해력 literacy


= 문식성, 리터러시


정의


전통적으로 문해력은 ‘문자를 소리로 변환하고 의미를 파악하는 읽기 기능P.163 그리고 소리와 의미를 문자로 전환하는 쓰기 기능의 집합’으로 간주되어 왔다. 문자를 읽고 쓰는 기본적인 능력으로서 문해력은 ‘문식성’, ‘리터러시literacy’라는 용어로도 널리 쓰이며, 2015와 2022 개정 국어과 교육과정에서는 ‘기초 문식성’이라는 용어로 사용되었다.


그러나 문해력의 개념은 ‘문자를 포함한 다양한 기호 자원과 매체를 기반으로 사회문화적 맥락▶P.151 속에서 텍스트▶P.18를 이해하고 생산하고 소통하는 능력’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으로 보던 전통적인 문해력의 관점을 확장한 것으로, 문자나 문자 활동의 대상을 문자 단일한 양식mode의 텍스트에서 문자를 포함한 다양한 기호 자원이 작용하는 복합양식 텍스트로 넓히고, 문자 읽기▶P.38와 쓰기를 보다 광범위한 텍스트의 이해, 생산, 소통 능력으로 확대한 정의이다. 또한 이러한 정의는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텍스트로 소통하는 능력을 포함한다는 점, 문해력을 읽기와 쓰기 기능이라는 인지적인 측면에서만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맥락▶P.28 에서의 행위로 인식하는 특징이 있다. 문해력의 다양한 맥락에서의 행위적 특성을 드러내기 위해 문식 활동이나 문식 실천literacy practices이라는 표현이나 영어 리터러시를 쓰기도 한다. 확장된 문해력 개념을 사용하는 용례로 가정 문해력▶P.234, 학교 밖 문해력▶P.236, 디지털 문해력, 복합양식 문해력, 비판적 문해력, 내용 교과 문해▶P.224 등이 있다.


문해력은 ‘사람들이 갖춰야 할 교양이나 특정 분야에서 발휘되는 능력’을 의미하는 용법으로도 사용된다. 문해력의 용법 중 가장 포괄적인 의미를 갖는데, 사람들이 배우고 익혀서 갖춰야 할 교양이나 특정 분야의 업무를 수행하는 능력을 의미하며, ‘소양’이라는 용어로 불리기도 한다. 이러한 문해력 개념을 사용하는 경우 리터러시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는바 다문화 리터러시, 문화적 리터러시, 시민 리터러시, 정서적 리터러시, 컴퓨터 리터러시, 박물관 리터러시, 수리 리터러시 등이 있다.


개념사와 관점


문해력에 해당하는 영어 literacy는 letter, literate, literature와 함께 문자글자를 의미하는 라틴어 littera를 어원으로 한다. 라틴어에 뿌리를 둔 단어들이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등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것과 달리 literacy는 영어에만 존재하며, 라틴어에서 유래한 literate에서 파생되었다. literate는 형용사로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교육을 받은, 교양 있는’의 뜻을 지닌다. 명사로는 ‘글을 읽고 쓸 수 있는 사람, 교양인’의 뜻을 갖는다. literacy라는 단어가 본격적으로 문헌에 출현한 것은 19세기이고, 주로 글을 읽고 쓸 줄 모르는 상태, 즉 비문해illiterate, 문맹, ▶P.125에 대비되는 현상 또는 상태를 지시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이처럼 문해력은 초기에는 문자와 관련된 기능적 능력 정도의 제한적 의미를 지녔으나, 해당 용어의 사용이 본격화된 19세기 이후 교육적, 사회적 맥락 속에서 그리고 과학정보기술의 발전과 함께 그 의미역이 확장되었다.


어원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문해력은 오랫동안 ‘문자를 읽고 쓰는 능력 혹은 그러한 상태’를 뜻하는 개념으로 이해되어 왔다. 이때 문해력은 문자와 인쇄물에 대한 인식, 문자와 소리를 대응시켜 음절, 단어, 문장을 해독▶P.43하는 기능, 유창하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포함하는 문자 해독 중심의 기초적인 문자 언어 능력으로 정의된다. 근대 산업사회에 요구되는 인력을 양성하기 위해 학교 교육에서는 읽기Reading와 쓰기wRiting, 셈하기aRithmetic의 이른바 3R 교육을 강조해 왔다. 이 중 읽기와 쓰기가 문자를 다루는 기초 기능으로서 문해력과 관련된다.


1970년대에는 인지 심리학의 영향으로 문해력은 개인의 인지적인 의미 구성 과정으로 보는 관점이 대두되었다. 이러한 관점은 독자▶P.120나 필자는 문자 언어로 구성된 텍스트를 읽거나 쓰는 과정에서 다양한 문제 상황에 직면하게 되는데, 문해력은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의미를 구성하는 일련의 인지적 기능으로 여겨졌다.


1980년대에 이르러 비판이론이나 사회언어학, 사회적 구성주의 이론▶P.72이 등장하며 언어와 텍스트를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이해하는 관점이 대두됨에 따라 문해력의 개념도 영향을 받게 되었다. 이러한 관점에 따르면 문해력은 탈맥락적인 개인의 인지적 기능으로 환원될 수 없는, 주체가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수행하는 특수한 사건이자 사회적 실천 행위로 여겨진다. 즉, 문해력은 언어와 언어를 둘러싼 세계에 관여되어 있는 제도, 구조, 담론▶P.156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그에 참여하는 정치적·사회적 행위이자 특정한 맥락 안에서 수행되는 사회적 실천이라는 개념으로 폭넓게 정의된다.


이상에서 논의한 문해력 관점들은 문해력을 일련의 인지적 기능으로 보든 사회문화적 능력이나 실천으로 보든 모두 리터러시를 인쇄 매체를 기반으로 한 문자 언어에 초점을 둔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정보통신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의사소통 환경과 매체에 큰 변화가 촉발되었다. 문자 언어가 단일한 소통 자원으로 활용되는 인쇄 매체 환경에서 다양한 기호를 복합적으로 활용하여 소통할 수 있는 매체 환경으로의 변화가 발생한 것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의사소통에 활용가능한 매체 및 소통 자원의 가용 범위를 확장하며, 다양한 소통 자원을 활용하는 능력으로서의 문해력의 개념을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디지털 매체 중심의 의사소통 환경 속에서는 문자 언어는 물론이고 음성 언어, 그림, 도식, 영상, 음악, 사진 등 다양한 양식의 기호들이 텍스트를 구성하고 소통하는 데 관여한다. 의사소통 환경과 매체 변화에 따라 텍스트의 특성이 이전과 상이해지고 이를 이해하고 생산하고 소통하는 데 관여하는 능력이나 활동의 양상이 달라지는 고려하여 문해력의 개념을 확장하여 사용하는 추세이다.


교육적 의의


문해력의 개념과 문해력을 바라보는 관점은 다양하다. 그러나 문해력이 인간이 갖춰야 할 중요한 능력으로 교육에서 핵심적 내용으로 인식되고 다루어져 왔다는 점은 변하지 않고 있다. 문해력 교육의 의의를 다음 네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문해력은 인간의 생존과 직결되는 핵심적인 능력이다.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수적인 조건이며 생존을 위한 핵심적인 능력이다. 이는 읽고 쓸 줄 모르는 상태illiteracy 혹은 그러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을 일컫는 비문해illiterate, 문맹가 중요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는 이유일 뿐 아니라, 또한 읽을 수 있는 능력은 있음에도 읽지 않는 상태aliteracy 또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일컫는 비독자aliterate, 冊盲, ▶P.124 문제가 문해력 교육 분야에서 활발히 논의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즉, 문해력은 생존을 위한 기본 능력이며 해당 능력의 부재는 물론 활용의 부재 모두 문제가 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점에서 문해력은 미래의 삶에 대한 준비를 가능케 하고, 독립적·주체적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기본 능력과 역량 계발을 목적으로 하는 교육적 국면에서 핵심적인 가치를 지닌다.


둘째, 문해력은 인간이 삶을 살아가고 세상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문해력은 인간이 사회 속에서 삶을 영위하는 데 필요한 도구적 능력임과 동시에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함으로써 자신을 사회에 드러내고, 사회 구성원으로서 비판적 참여 주체로 활동하는 데 핵심적인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문해력 교육은 인간이 특정한 사회문화적 맥락 안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고 그 가능성을 확대하며, 사회문화적 맥락과 교섭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해내고 공동체와 인류의 발전을 이끄는 비판적 주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견인하는 역할도 수행한다고 할 수 있다.


셋째, 문해력은 교육을 통해 신장된다는 점에서 문해력 교육은 교육적 평등 실현의 문제와 결부된다. 문해력은 사회, 정치, 경제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는 방편이자 방식으로 사회적, 정치적 평등과도 관련된다. 이러한 점에서 문해력 교육은 소통 능력, 삶의 능력을 신장시킨다는 차원을 넘어,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한 존재가 누리게 될 교육적, 사회적, 정치적 평등을 지원하는 중요한 방법으로서의 의의를 지닌다고 볼 수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하여 세계 여러 나라가 문해력 인권이나 복지 차원에서 접근하고, 다양한 정책과 사업을 시행하는 것도 문해력이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수적인 요소이며, 이를 모든 사람이 갖추도록 하는 것이 사회적·정치적 평등에 기여하는 것임을 인정한 결과이다.


넷째, 읽기와 쓰기 기능을 지도하여 학생을 능숙하고 전략적인 독자와 필자로 성장하도록 지도하는 것은 학교 교육의 중핵적인 목표이자 내용이다. 그리하여 전통적으로 문해력 교육은 학교 안에서 어떤 내용을 어떻게 가르쳐야 학생이 기능으로서의 문해력을 획득할 수 있을 것인가에 주로 관심을 가져왔다. 그러나 문해력의 개념이 다양한 기호 자원과 매체를 활용하는 능력으로 확장되고, 주체의 정체성 형성과 텍스트를 통한 다양한 맥락에서의 사회적·문화적·정치적 실천으로 확대됨에 따라 문해력 교육의 관심이 학교 밖 공간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학교 안에서 배우는 것과 학교 밖의 삶 속에서 요구받고 실천하는 문해력이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전제로 한다. 특히,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볼 때 문해력은 맥락에 따라 상이한 원리와 규범, 방식을 가질 수 있으므로 학교 안과 밖에서 강조되고 우선시 되는 문해력은 다른 지점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교육이 학생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학생이 학교 밖 삶을 살아가는 힘을 길러주는 데 기여해야 한다면, 학생이 학교 밖에서 어떤 문식 활동을, 왜 하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학생의 학교 밖 문식 활동에 대한 이해는 학교 안 리터러시 교육의 실제성을 제고하고 학생이 주체적으로 문해력 교육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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