팡팡 장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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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과의 투쟁
여인은 줄곧 자기 스스로와 투쟁을 벌여왔다.
이미 나이가 꽤 들었다. 온 피부가 탄력을 잃어 굵직한 주름 하나를 감당하지 못하고 축축 늘어졌다. 얼굴과 목 곳곳에는 미세한 주름이 빽빽했다. 피부가 워낙 하얘서 그런 흔적들은 시간의 칼에 의해 무작위로 새겨진 게 아니라 가느다란 붓으로 하나하나 그려진 듯했다. 눈동자도 이미 상당히 혼탁해졌지만, 갑자기 눈을 크게 뜰 때면 아직도 반짝반짝 빛나곤 했다.
그녀는 한곳을 멍하니 쳐다볼 때가 많았다. 뭔가 생각에 잠긴 듯도 하고 하염없이 지루한 듯도 보였다. 그런 모습에 가끔 지나가던 사람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할머니, 무슨 생각을 하고 계세요?” 하고 묻기도 했다.
그럴 때 여인은 망연한 표정으로 상대를 바라보며 몇 마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렸다. 그녀 스스로도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사실 자신이 생각하고 있었는지 아니었는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녀는 아주 이상한 무언가를 필사적으로 바깥을 향해 뛰어오르며 자신의 기억을 자극하려 한다고만 느꼈다. 그런데 그것들은 그녀가 평생 건드리고 싶지 않았던 무언가였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그녀의 저항은 수시로 뚫고 나오려는 마귀를 빈틈없이 덮고 옥죄는 커다랗고 촘촘한 그물 같았다. 그녀는 평생토록 그 그물을 손에 든 채 그것들과 싸웠다.
남편이 살아 있을 때, 그녀에게 기억을 한번 떠올려보라고 권한 적이 있었다. 뭔가가 생각나면 마음이 편안해질지도 모른다는 이유였다. 그녀는 남편의 말에 따라 진지하게 마음을 가라앉히고 힘껏 기억을 되짚어봤다. 하지만 그러자마자 무수한 바늘이 인정사정없이 몸을 찌르듯 초조함이 엄습해왔다. 그 강렬한 기세에 오장육부가 갈가리 찢기는 듯했다. 그녀는 너무도 고통스럽고 피곤해 숨조차 쉬기 힘들었다.
그녀가 절망에 빠져 “강요하지 마요. 도저히 떠올릴 수가 없어요. 생각만 하면 죽어야 할 것 같아요”라고 말하자 남편은 깜짝 놀라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 “그럼 더 이상 생각하지 말아요. 대신 최대한 할 일을 찾아봐요. 몸이 바쁘면 생각을 멈출 수 있으니까.”
그녀는 남편의 말대로 매일 바쁘게 움직였다. 사실 특별한 직업이 없어서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집안일밖에 없었다. 그녀는 매일 바쁘게 쓸고 닦은 집을 먼지 한 톨 없이 깨끗하게 유지했다. 그녀의 집에 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정말 깔끔하다고 칭찬했다. 의사인 그녀 남편도 무척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렇게 그녀의 생활은 점점 정상적인 모습을 찾아갔다.
여인은 오랜 시간을 한결같이 보냈다. 한 해 한 해의 시간이 세밀하고 촘촘한 막처럼 그녀의 기억 뒤편에 놓인 것들을 층층이 덮었다. 한 해에 한 장씩, 시간이 흐르면서 얇았던 막이 두껍게 쌓였고 판처럼 굳어졌다. 그렇게 그녀의 의식 속에 깊이 숨겨진 마귀들이 모조리 봉인되었다.
그런데 그건 무엇일까? 그녀는 전혀 알지 못했다.
그녀의 기억이 사라진 건 1952년 봄이었다.
꽤 오랜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병원에서 돌아온 그녀의 남편이 굳은 표정으로 ‘문화대혁명’이 시작되어 병원에서 매일 회의가 열리고, 누군가 그의 이력에 문제가 있다는 대자보를 썼다고 말했다. 그녀는 남편이 자신에게 왜 그런 이야기를 하는지 몰라서 잔뜩 긴장했다. 그때 남편이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당신한테는 아무 일도 없을 거요. 내가 보호할 테니. 당신 과거는 평생 떠올리지 말아요. 당신의 가장 큰 적은 외부 사람들이 아니라 당신이 떠올리지 못하는 기억이야. 누가 물어보면 아무것도 모른다고 대답해. 그러면 돼요.
그녀는 남편의 위로와 주의하라는 경고가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대신 가슴이 심하게 두근거렸다.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잘 숨겨놓은 자신의 원수를 남편이 이미 손아귀에 쥐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게 대체 뭘까? 설마 나도 모르는 걸 그가 알고 있단 말인가? 그런 생각을 하자 무시무시한 두려움이 밀려왔다. 그런 두려움이 그녀 옆에 있었다.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분 매초.
그래서 그녀는 오랫동안 자신이 깊이 사랑한 사람이 두려운 사람이기도 하다는 걸 깨달았다.
왜일까? 왜 이런 느낌이 드는 걸까? 그녀는 당혹스럽고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확실히 그런 느낌이 들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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