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준 시집
지각
나의 슬픔은 나무 밑에 있고
나의 미안은 호숫가에 있고
나의 잘못은 비탈길에 있다
나는 나무 밑에서 미안해하고
나는 호숫가에서 뉘우치며
나는 비탈에서 슬퍼한다
이르게 찾아오는 것은
한결같이 늦은 일이 된다
미아
사람들에게 휩쓸려 잡고 있던 손은 놓치고 가방까지 어딘가에 흘리고 그렇게 서로를 잃어버렸을 때 다른 곳으로 가면 안 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처음 든 자리에서 기다리고 있어야 해 네가 나를 찾을 필요는 없어 내가 너를 찾을 거야
이사
마지막으로 우리는 발꿈치를 들어
높게 난 창 너머를 바라보았습니다
언덕이 없는 순한 길
밤나무와 학교와 병원
저마다 바래 이제는
비슷한 색을 나누어 가진 지붕들
눈 밑에 불길을
내려두면서도
상현처럼 웃었고
언제인가
질렀어야 할 비명은
사람의 말로 나누었습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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