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흔들릴 때마다 삶의 중심을 잡아주는 기준에 관하여
제1장 총강
헌법이 그리는
대한민국의 내일
헌법 본문은 10장, 총 130개조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제1장 총강總綱은 말 그대로 모든 헌법 조문을 벼리는, 가장 중심이 되는 부분입니다. 총강은 제1조부터 제9조까지이며 헌법을 관통하는 핵심 가치를 규정합니다. 즉, 총강은 헌법 전체를 지배하는 기본원리입니다. 총강을 읽어보면 대한민국이 어떤 국가이며 어떤 미래를 추구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제1조
1.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2.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의 의미와 존재 이유
대한민국이란 무슨 의미일까요? 대한민국은 한자로는 ‘大韓民國’, 영어로는 ‘Republic of Korea’라고 씁니다. ‘위대한 한국大韓, Korea은 공화국Republic’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민주民主’란 국민이 주인이라는 뜻이고, ‘공화국共和國’이란 특정한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아닌 구성원 전체의 공공선을 추구하는 나라를 말하지요. 왕이나 황제가 다스리는 왕국이나 제국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민국’과 ‘공화국’은 같은 의미입니다.
주권은 국가의 정치적 의사를 결정하는 권리로 모든 국가권력의 원천입니다. 주권자인 국민이 제정했기 때문에 헌법은 정당화되는 것입니다. 나는 국민이므로 주권자이며, 길에서 만나는 다른 국민 역시 주권자입니다. 이때 국민을 구성하는 개개인이 주권을 쪼개 그 일부만을 가지는 것이 아니라, 전체 국민이 하나의 주권을 공동으로 가집니다. 따라서 주권자인 국민의 뜻이 서로 다를 때 국가의 정치적 의사를 하나로 결정할 수 있는 제도를 잘 마련해야 합니다.
헌법 제1조 2항이 규정하는 ‘모든 권력’은 국가가 행사하는 일체의 권력이란 뜻으로 주권과 다른 의미입니다. 원래 권력은 타인의 의사에 반해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힘이므로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속성을 가집니다. 국가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와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과 같은 형식으로 국가기관에 배분됩니다. 현대사회에서 국가권력은 가장 강력한 힘으로, 국민에게 복종할 것을 요구하지요. 이와 같은 국가권력이 정당화되는 이유는 그 권력이 주인인 국민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입니다.
국가는 나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내가 국가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나를 위해서 존재합니다. 나의 삶에 국가가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국가와 불가분의 상관관계에서 살아갑니다. 즉, 우리나라는 나의 거울인 셈입니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실존의 시작이듯 ‘대한민국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내가 속한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이자 나의 실존에 대한 고민입니다.
제2조
1. 대한민국의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한다.
2.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
통치 대상이 아닌 주권자로서의 국민
국민은 국가의 구성원이자 국가의사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주권의 주체입니다. 하지만 국민은 다양한 개인들로 구성된 추상적인 집단이므로 누가 국민이라고 명확히 규정하기 어렵지요. 국민은 단순히 파편화된 개인의 집합이 아니라 그 자체로 독자적인 법적 존재입니다. 헌법은 국민의 요건을 법률로 정하도록 국회에 위임하지만, 사실 국민을 주권자이자 국가를 구성하는 헌법적 개념이므로 국민의 요건은 헌법에 직접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민주국가에서 국가의사는 국민의 뜻으로 간주되지만 현실적으로 국민의 뜻을 파악하기는 매우 어렵습니다. 모든 개인의 의사를 확인하기가 사실상 불가능하고, 뜻이 다를 경우 어떤 것을 국가의사로 정할지도 명확하지 않습니다. 때문에 국민의 뜻은 선거를 통해 사후적으로 재구성되고, 다수의 뜻이 국가의사로 수용됩니다. 또한 재외국민도 국민에 포함되므로 국가가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해야 합니다.
국민이 국가의 노예가 아니라 주인으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다양한 뜻을 모아 종합적 의사를 도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국민은 이론적으로 주권의 주체이지만, 현실적으로는 안타깝게도 통치의 객체로 여겨집니다. 그러나 주권자로서 정치권력에 이용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늘 깨어 있어야 합니다. 국가 수준은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정치적 의식을 뛰어넘지 못합니다. 대한민국을 민주적 법치국가로 만드는 것은 결국, 국민의 몫입니다.
국민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경우가 흔합니다. 동일한 사안을 놓고서도 한쪽에서는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하고, 다른 쪽에서는 엄중한 국민의 심판이라고 표현합니다. 정작 국민인 나는 어리둥절하기도 하고 자괴감이 들어 저들이 말하는 국민은 따로 있다는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국민은 투표일에만 자유롭고 투표가 끝나면 노예로 돌아간다”는 장 자크 루소의 지적은 오늘날 대한민국에도 적용되는 듯합니다.
(본문 중 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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