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도서관의 날'이다. 2021년 도서관법이 개정되면서, 2023년부터 매년 4월 12일을 '도서관의 날'로 지정하고, 일주일을 '도서관 주간'으로 지정했다. 오늘부터 전국 도서관에서 독자들을 초대해서 온갖 행사가 열린다. 작가들이 찾고, 책 관련 전시회가 개최되고, 독서 모임과 세미나가 열리는 것이다.
백창민의 '이토록 역사적인 도서관'(한겨레출판 펴냄)은 우리나라 도서관 서른 곳을 소개하는 책이다. '도서관 덕후'를 자부하는 저자답게 국회도서관, 정독도서관, 무등도서관 등 전국 각지의 도서관을 일일이 방문하고, 관련 역사 자료를 찾아 보태고 정리하는 방식으로 쓰였기에 현장감이 돋보인다. 소개된 도서관 각각의 역사도 흥미롭지만, 그 도서관을 무대로 펼쳐진 을사늑약, 부마항쟁, 5·18 광주민주화운동 등 우리 역사의 주요 사건을 함께 접할 수 있도록 한 입체적 접근이 특징이다. 저자의 말대로, '역사 속 도서관'의 이야기이면서 '도서관 속 역사'의 이야기인 셈이다.
겹눈으로 세상을 읽도록 만드는 것이 책이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말처럼 책은 "그 책이 없다면 스스로 보지 못했을 것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광학기구"이다. 책은 이면의 세계를 보여주고, 그로써 사회를 고쳐 읽게 하며, 나를 다시 쓰게 만든다.
그런 책이 가득 담긴 도서관 역시 겹눈의 존재여야 한다. 단지 책을 보관하고 빌려주는 행정 공간을 넘어서 시민과 함께 공동체의 문제를 끌어안고 인간의 미래를 고민하는 역동적 공간이어야 하는 것이다. 그 출발점은 이 책에서 보이듯 도서관이 시대 흐름에서 비켜난 표백된 순수 공간이 아니라, 역사의 씨줄과 지역의 날줄이 교차하면서 발전해 온 치열한 현장임을 확인하는 일일 것이다.
역사를 비켜간 도서관은 어디에도 없다. 1905년 을사늑약을 체결했던 장소가 도서관이었다. 친일파 박제순은 대한제국 황실도서관인 덕수궁 수옥헌에서 일본 공사 하야시 곤스케를 만나 국권을 넘겼다. 부마항쟁은 부산대 중앙도서관에서 시작되었고, 무등도서관은 5·18 항쟁 때 계엄군 총격으로 시민군이 사망했던 자리에 세워졌다. '잊지 않기 위해서'다. 1979년 완공된 사직동 어린이도서관 건물 한쪽은 독재정권 사수를 위해서 암약하던 비밀경찰 '사직동팀'이 사용하면서 폭력과 고문을 일삼았다.
이처럼 도서관은 영광의 장소이자 치욕의 공간이며, 민주화의 성지이자 독재의 현장이다. 우리가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도서관도 달라진다. 도서관의 날이다. 각자 동네 도서관을 찾아서 사서들과 함께 도서관에 새겨진 공동체의 역사를 확인해 보면 좋겠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