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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만에 소설 ‘뚝딱’ 편집·번역 ‘척척’… 출판계 뒤흔드는 AI [S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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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5-20 17:00:00 수정 : 2023-05-20 12:4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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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 관련 책 출간 한달새 310% ↑
인공지능이 직접 쓴 전자책도 쏟아져
작가 문체까지 학습해 문맥·교열검사
책 추천·판매량 예측까지 다방면 활약

IT업계, 분쟁 대비 빠른 법제화 촉구
창작업계는 저작권 침해 우려해 신중

인공지능(AI)이 책의 출판·제작 및 유통은 물론, 창작 및 저술 등 지식 사회 전반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오고 있다. 지난해 11월 대화형 AI 챗GPT가 출시된 이후 이 같은 변화는 더욱 도도하고 가속화하는 양상이다. 출판사와 서점, 작가 등은 대응에 당황해하면서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챗GPT 관련서 붐… 창작 저술도 활발

외견상으로 챗GPT에 대한 출판계의 반응은 뜨겁다. 챗GPT 관련 도서도 쏟아지고 있고 판매도 급증하고 있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제목이나 부제에 ‘챗GPT’ 키워드를 달고 나온 도서는 올해 2월에 9종, 3월 24종, 4월에는 무려 41종으로 급격히 늘어났다. 판매량도 3월에 전월 대비 무려 310%나 급증했고 4월에도 다시 14%가 뛰었다. 올해에는 챗GPT 및 AI와 관련한 붐이 강력하게 이어질 전망이다.

대체로 챗GPT의 개념이나 활용법을 다룬 것이 많지만, SF 앤솔러지 ‘매니페스토’처럼 챗GPT를 이용한 책을 출간하는 경우도 이어지고 있다. 출판사 스노우폭스북스는 최근 인간 기획자의 기획안으로 챗GPT가 글을 쓴 실용서 ‘삶의 목적을 찾는 45가지 방법’을 출간하기도 했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기술공학과 컴퓨터부터 경제경영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관련 도서가 줄을 이어 출간되고 있다”며 “미래 경제, 사회, 문화 흐름에 변화를 주는 새 기술로 챗GPT가 거론되면서 경제경영 분야 도서에 관심이 가장 높았다. 기술, 컴퓨터 분야에서도 활용이나 사용법을 알려주는 도서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인기를 보였다”고 분석했다.

미국을 비롯한 해외에서는 챗GPT를 활용한 창작과 저술도 활발하다. 외신 등에 따르면, 유튜버 프랭크 화이트는 챗GPT를 이용해 먼 은하계에서 외계인들이 인간이 일하는 매음굴을 두고 전쟁을 벌이는 119쪽짜리 소설을 하루 만에 완성했다. 그는 이를 전자책 ‘은하계 포주: 제1편’으로 제작해 미국 전자책 플랫폼 아마존에서 1달러로 판매 중이다. 지난 2월까지 아마존에서 챗GPT가 주요 저자 혹은 공동 저자로 등록된 책은 다양한 분야에 걸쳐 200권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작과 저술 현장만이 아니다. 일반 기업에서 AI를 활용한 광고나 기사 작성에 활용하기도 한다. 미국 AI 스타트업 퍼세도(Persado)는 AI 기술을 이용해 광고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편집이나 맞춤 추천 등 출판 현장에도 속속

지(知)의 최전선인 출판계도 바뀌고 있다. 출판 원고의 선정부터 시작해 원고 편집, 번역, 개인화 추천, 글쓰기 지원 등 다양한 방면에서 AI와 관련 기술이 활용되고 있다.

출판계와 외신 등에 따르면, 2013년 독일 베를린을 기반으로 설립된 출판사 인키트는 작가들이 작품을 서비스하고 독자들은 이를 무료로 읽는 플랫폼을 구축한 뒤, 독자 반응에 따라서 종이책이나 전자책으로 출판한다. AI 기술로 독자 반응을 확인함으로써 시장 실패를 크게 줄였다는 평가다. 실제 인키트에서 출간한 책 가운데 상당수가 베스트셀러에 올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원고 편집은 여전히 인간 편집자들에게 의존하고 있지만, 부문적으로 AI가 활용되고 있다. 국내 한 학술 출판사는 AI 기반의 편집시스템을 활용해 원고의 기본 편집은 물론 오탈자 체크, 색인 작업을 하고 있다. 미국 펭귄랜덤하우스 역시 AI 기술을 활용한 자동 원고 편집 시스템으로 작가 문체를 학습해 문맥 검사, 스타일 가이드 준수 여부 등도 검증한다.

판매에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일본 출판사 가도카와나 스페인 출판사 그루포플라네타(Grupo Planeta) 등은 AI 기술을 활용해 독자가 구매한 책, 평가한 책, 검색한 키워드 등을 분석해 독자 취향에 맞는 추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 아마존 역시 AI 기술을 활용해 독서 취향에 개인화한 책 추천을 제공한다.

◆출판사·작가 불안감… IT업계는 법제화 요구

“대화형 AI 서비스는 방대한 양의 기초 데이터가 필요하며, 한국어 서비스의 경우 더 정확한 콘텐츠 생산을 위해 인터넷상의 국내 출판 저작물 자료가 활용될 수 있습니다. AI가 기존 창작물을 학습한 뒤 결과물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저작권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지난 3월, 국내 490여개 출판사의 모임인 출판인회의는 회원사에 이 같은 내용이 담긴 공문을 보냈다. 챗GPT 등 대화형 AI가 개별 출판사의 저작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하고 나선 것이다.

작가와 저자들의 불안감도 작지 않다. 컴퓨터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는 물론, 챗GPT를 접하지 않은 일부 작가는 AI를 창작의 어느 선까지 개입시킬 것인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국 작가들을 대표하는 미국작가조합의 메리 라젠버거 회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AI가 쓴 책들이 시장을 점령하면 많은 작가들이 설 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며 “작가나 플랫폼 차원에서 책이 어떻게 쓰였는지를 투명하게 공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정보기술(IT)업계에서는 AI 관련 빠른 법제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도를 마련해 법적 리스크를 분명히 하겠다는 취지다. 반면 작가, 출판계와 음반업계 등 저작권자와 저작권자의 권리를 대행하는 업계는 법제화에 신중한 입장이다.

문득 궁금했다. 인간과 AI의 미래는 어떻게 될까. 인간과 AI는 충돌과 갈등 끝에 파국을 맞을까, 아니면 인간의 얼굴을 한 AI로 공존하게 될까. 챗GPT의 대답이다.

“AI 기술의 발전은 더 이상 막을 수 없는 추세입니다. 따라서 기존의 창작 방식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그대로 유지하는 것은 어려워질 것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이를 막을 수는 없지만, 그것이 모든 문제를 일으키지는 않을 것입니다.”


김용출 선임기자 kimgij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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