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공공도서관의 역할

국내에는 전문도서관, 대학도서관 등 여러 도서관이 있지만, 모든 시민에게 개방된 도서관은 공공도서관뿐이다. 공공도서관은 모든 시민이 평등하게 정보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자 시민들의 교류 공간으로 기능한다. 그러나 지난해 말 마포구가 예산에 비해 운용 효율성이 떨어진다며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들고자 시도한 일에서 볼 수 있듯, 오늘날 공공도서관의 가치는 종종 경시된다. 『대학신문』은 공공도서관이 가진 공공성의 가치를 재고해 봤다.

 

도서관에서 공공도서관으로

초기 도서관은 일부 시민을 위해 책을 보관하고 분류하는 공간이었다. 김기영 교수(연세대 문헌정보학과)는 “계몽주의 시대 등장한 도서관은 자료를 분류하고 배치해서 찾아내는 장소에 불과했고 이용 대상도 식자층에 국한돼 있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1731년에 만들어진 필라델피아 도서관 조합같이 도서관을 민주주의의 기반으로 삼고자 한 자생적 움직임이 이어진 결과, 19세기 영국과 미국에 공공도서관법이 제정되며 현대적 의미의 공공도서관이 틀을 갖췄다. 권나현 교수(명지대 문헌정보학과)는 “민주주의와 시민사회가 발전하며 시민의 평생교육을 담당하는 공공도서관도 함께 발전했다”라고 부연했다. 공공도서관은 이로써 모든 시민에게 무료로 정보와 문화에 접근할 기회를 주고, 나아가 시민들이 교류하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공공성의 가치를 지니게 된 것이다. 국가도서관통계시스템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국내에는 1,200여 개의 공공도서관이 존재하며, 코로나19의 여파에도 1관당 11만 명이 넘게 방문했다. 김영석 교수(명지대 문헌정보학과)는 “오늘날 국내의 공공도서관은 시민과 지역사회를 위해 정보센터, 평생학습, 문화센터, 레크리에이션, 커뮤니케이션 센터의 기능을 통해 공공성을 실현한다”라고 설명했다. 

 

공공도서관의 공공성, 왜 중요한가

수많은 정보가 난립하는 오늘날 공평하게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공공도서관의 기능은 더욱더 중요해진다. 이승민 교수(중앙대 문헌정보학과)는 “정보 격차로 사회가 양분되는 상황에서 이를 해소할 수 있는 기관이 공공도서관”이라고 말했다. 은평뉴타운도서관 박종범 관장은 “최근 가짜뉴스 등의 이유로 도서관에 정확한 정보를 문의하는 시민들이 많다”라며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사용에 장벽을 느끼는 어르신들을 상대로 도서관에서 디지털 기기 교육을 담당하기도 한다”라며 공공도서관의 중요성을 짚었다.

또한 개인의 고립이 심화하고 공공 공간의 입지가 줄고 있는 현대 사회에서는 공공도서관의 커뮤니케이션 센터로서의 기능이 더욱 가치를 발한다. 권선영 교수(한남대 문헌정보학과)는 “도서관은 상업시설과 달리 모든 사람에게 무료로 자료와 장소를 제공해 다양한 계층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이는 공공장소여야 한다”라고 전했다. 이승민 교수는 공공도서관이 커뮤니케이션 센터로 기능하는 예로 국내 장난감 도서관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장난감 도서관에서는 사람들이 서로 중고 물품을 거래하기도 한다”라고 설명했다.

나아가 도서관은 모든 시민이 공평하게 문화를 향유할 수 있도록 지역사회와 연계해 문화, 예술, 교육 등 폭넓은 서비스를 제공한다. 김기영 교수는 “공공도서관이 가지는 복합문화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지역 사회에 있는 다른 공공 서비스 기관이 제공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강조했다.

 

공공도서관이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공공도서관이 공공성을 갖춰가기 시작한 것은 서양에 비해 매우 최근의 일이다. 권나현 교수는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일제의 식민 지배 도구로 출발했다”라며 “이 때문에 역사 발전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공공성을 확보하지는 못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불과 1990년대까지 한국의 공공도서관은 폐가제 운영, 관외 대출 제한, 입관 요금 부가와 이른바 ‘칸막이 공부방’이 존재하는 등 공공성을 확보하기에 많은 제약이 있었다. 이를 두고 권 교수는 “공공 공간이 개인적 성공만을 위해 자리를 독점해 공부하는 곳으로 인식되며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이 오랜 기간 제대로 발휘되지 못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공공도서관의 공공성에 대한 우리나라의 인식도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친다. 앞서 도서관을 독서실로 만들고자 한 마포구의 시도에 이어, 올해에도 서울시와 대구시에서 도서관 예산 삭감 시도가 이어졌다. 이에 대해 이승민 교수는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역할을 눈에 보이는 경제 논리로만 판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권나현 교수 또한 “공공도서관의 본래 기능을 이해하지 못한 퇴행 논리”라고 지적했다. 김영석 교수는 “시민들이 공공도서관을 통해 이성적인 판단을 하면 사회가 정의로운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라며 공공도서관의 다양한 역할을 시민들이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공도서관 또한 기존의 기능을 강화하고 시대에 따라 변화하는 접근성 확대 요구를 충족시킬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권나현 교수는 “사회와 기술의 변화에 따라 도서관의 외관이나 도서관이 시민과 소통하는 매체의 형태는 변할 수 있지만, 지역 공동체를 강화하는 공공도서관의 기능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특히 공공도서관은 변화하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을 포용하며 기존의 공공성을 지켜나갈 필요가 있다. 권나현 교수는 “예컨대 이민자가 많이 유입돼 국내 인구 구조가 바뀌는 상황에서 공공도서관은 한국어 교육과 다문화 장서 확보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기영 교수도 “도서관의 공공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떤 집단도 배제되지 않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공공도서관의 가치는 독서실의 기능으로 축소될 수 없는 공공성에서 찾을 수 있다. 공공도서관이 시민을 위해 운영될 수 있도록 모두의 관심이 이어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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