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독서의 중요성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공기처럼 워낙 중요하기 때문에 깜빡 잊고 사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그리고 책읽기가 부담스러워 미적거리거나 나빠진 시력 때문에 책읽기 자체가 고역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어떠한 경우에라도 독서를 회피하는 핑계를 대지 못하게 하는 아이디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의 포맷을 다양화함으로써 독서에 이르는 진입장벽을 낮추는 셈이다.

책을 읽어주는 한 소리책(오디오북) 플랫폼이 라이브 방송을 시작한다고 최근 발표했다. ‘책 펴놓고 딴짓하는 요즘 독서’란 홍보문구를 내건 이 라이브 방송은 2030세대에 익숙한 라이브 방송 형태로 새로운 독서 트랜드를 만든다는 구상이다. 라이브 방송은 주제별로 진행자가 플랫폼 안의 채널에서 생방송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회원들과 실시간으로 소통한다. 이 과정에서 책에 대한 막연한 부담감을 덜 수 있으며, 이를 통해 2030세대에 독서문화를 확산하는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전자책을 보는 것은 물론, 소리책을 듣는 것이 독서로 취급되는 것은 대세다. 디지털 매체가 늘어난 미디어 환경에서 독서의 개념과 범위에 대한 인식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책을 기반으로 한 콘텐츠가 영화나 연극 등 다른 방식으로 표현된 경우도 독서를 지원하는 활동으로 자연스레 받아들이고 있다. 책으로 출간된 원작이 있는 영화를 감상하는 것도 책읽기의 어려움을 덜어주는 방식으로 인식되고 있다. 어린이를 위한 아동극이나 인형극의 경우도 책으로 출간된 원작이 있는 경우에는 책읽기의 일환으로 보는 추세다.

용학도서관도 지난해 책읽기에 부담을 느낄 연령대의 어린이를 위해 어린이자료실 안에 ‘책놀이터’를 개설했다. 책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책을 접하고 친근감을 키울 수 있는 놀이공간으로, 책을 활용한 다양한 놀이와 디지털북 체험을 제공한다. 디지털 카드에 담긴 영상을 활용해 그림책을 보여주는 ‘아이윙TV’를 즐길 수 있는 한편, 인공지능으로 그림을 인식해 책을 읽어주는 로봇 ‘루카’를 이용할 수 있다. 책놀이터를 찾는 어린이들은 디지털 자료를 활용한 정보 습득을 자연스레 책읽기로 받아들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실태 조사결과’에서는 독서의 범위에 대한 국민들의 의견이 확인됐다. 성인의 경우 과반수가 독서에 해당한다고 응답한 항목은 종이책 읽기(96.5%), 전자책 읽기(77.2%), 웹소설 읽기(57.2%)였다. 학생의 경우는 종이책 읽기(91.2%), 전자책 읽기(74.2%), 만화책 보기(57.2%)로 나타났다. 이밖에 종이신문, 종이잡지, 웹툰, 웹진, 소셜미디어 등을 통한 읽기에 대해서는 성인보다 학생이 독서의 영역으로 인식하는 범위가 넓었다. 특히 성인과 학생 모두 인터넷신문 읽기, 챗북(채팅 형식의 콘텐츠) 읽기 등도 독서의 범주에 든다고 응답한 비율이 적지 않았다.

독서의 가치는 낮아지지 않았다. 변화의 속도가 갈수록 더해지고, 지식의 생명주기가 급격히 짧아지기 때문에 오늘날 인류는 끊임없이 쏟아지는 정보를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 여러 정보를 새로운 것으로 연결하고, 수많은 정보를 새로운 지식과 지혜로 만들어내는 힘이 독서에서 얻고 있다. 책은 일상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지식의 보고다. 독서를 통해 미래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고, 새로운 시대를 함께 맞이할 수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나라 독서문화는 퇴보하고 있다. 2020년 9월1일부터 2021년 8월31일까지 1년간 우리나라 성인의 연간 종합독서율은 47.5%, 연간 종합독서량은 4.5권으로 2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2%포인트와 3권이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연간 종합독서율은 교과서, 학습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를 1권 이상 읽거나 들은 사람의 비율이다. 일반도서에는 종이책, 전자책, 소리책이 포함된다. 연간 종합독서량은 지난 1년간 읽거나 들은 일반도서의 권수다.

이 같은 수치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제3차 독서문화진흥 기본계획(2019~2023)’에서 제시한 성인 연평균 독서율 목표를 역행하는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수립한 목표는 2017년 59.9%에서 2023년 67.4%로 꾸준히 독서율을 향상시키는 것이지만, 격년마다 조사되는 독서율은 매번 뒷걸음질 치는 것이 현실이다. 이를 극복할 묘책을 찾기 위해 도서관을 비롯해 학교기관과 평생교육기관이 힘을 모아야 할 상황이다. 미래를 위해서.

김상진〈수성구립용학도서관 관장〉



서충환 기자 seo@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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