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학기 한 권 읽기

청소년 출판, 양적·질적으로 성장

2021-04-01 11:22:01 게재

아동 청소년 분야 수요 만들어져 … "지금 상황 나눌 책 늘어나길"

교육 현장과 출판계 등에 따르면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은 아동 청소년 분야 출판에 양적·질적으로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은 20여년 전부터 관심 있는 현장 교사들 사이에서 시작돼 2018년 전국으로 확대되면서 초등학교 3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10개 학년에 다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전면적으로 시행되고 있다. 최소한 한 학기에 한권의 책은 읽는, 이전에는 없던 아동 청소년 분야의 수요가 만들어진 셈이다.


◆2020년, 전년 대비 125% 매출 증가 = 교보문고에 따르면 2020년 청소년 분야는 전년 대비 125.5% 성장했다. 같은해 아동 분야는 전년 대비 35.4% 성장했다. 특히, 2020년 4월에는 교보문고가 '자녀교육-청소년 소설 등 인기'라는 보도자료를 배포했을 정도로 청소년 분야 책들의 판매량이 증가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은 초반에 아동 청소년 분야 책들은 큰 사랑을 받으며 판매량이 증가한 셈이다. 당시 자료에 따르면 청소년 분야 책들은 2020년 3월 1일부터 4월 20일까지 전년 동기 대비 82% 성장했다. 이 중에서도 청소년 소설의 경우에는 같은 기간 전년 동기 대비 108%의 성장을 보였다. 해당 기간 가장 많이 팔린 청소년 분야의 책은 '아몬드' '마음을 읽는 아이 오로르' '시간을 파는 상점'의 순이며, 베스트셀러 20위에도 청소년 소설이 다수 올랐다.

당시 인터넷 교보문고는 주목받는 청소년 분야 추천도서를 모아 '한 학기 한 권 읽기 교보문고 추천 청소년책' 기획전을 열어 호평을 받기도 했다. 서점 차원에서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주제로 기획전을 열어 의미 있는 성과를 남긴 것이다. 김현정 교보문고 베스트셀러 담당은 "청소년층이 교재나 참고서 등 학습을 위한 도서 구매가 아닌 재미와 교양을 위해 소설을 선택했다"면서 "청소년들이 비자발적 독서가 아닌 자발적 독서로 독서시장에 새로 유입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아동 청소년 분야의 성장은 2016년부터 계속돼왔다. 교보문고에 따르면 청소년 분야의 경우 전년 대비 신장률이 2016년 1.5%, 2017년 1.1%, 2018년 3.1%, 2019년 37.3%에 이른다. 아동 분야도 이와 비슷하게 성장해왔다. 아동 분야의 경우 전년 대비 성장률은 2016년 7.2%, 2017년 12.0%, 2018년 13.0%, 2019년 17.9%에 이른다.

발행종수도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에 따르면 아동 분야 발행종수의 경우 2015년 5572종을 기록했으며 2020년에는 8003종을 기록했다. 2015년에 비해 2020년에 42.6% 성장한 셈이다.

구체적으로 2016년에 7217종으로 전년 대비 29.5% 성장을 기록했으며 이후, 2017년에 6698종, 2018년에 7289종, 2019년에 8078종으로 해마다 증감은 있으나 큰 틀에서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청소년 인문학 책들 늘어 = 아동 청소년 분야의 성장은 질적인 성장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 학기 한 권 읽기를 국어 교과뿐 아니라 사회 역사 과학 외국어 등 다양한 과목에서 실시하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의 청소년 책의 수요가 많아졌다. 출판계에서도 이런 변화를 실감하고 청소년 독자를 위한 출판에 노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과거 청소년 분야 책들이 청소년 소설에 치우친 경향이 있었다면 최근에는 청소년들이 쉽게 읽을 수 있는 인문학 책들이 상당수 출판되고 있다. 청소년 분야 책들의 경우,성소수자, 세월호 침몰, 청소년 노동, 죽음 등 다양한 소재를 다루는 추세다.

아동 문학에서 높은 성취를 이룬 진형민 김선정 유은실 등 작가들이 문학성이 높은 청소년 소설을 펴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청소년 출판으로 인기를 얻은 책이 성인을 타깃으로 재출간되는 현상도 나타난다.

양질의 책을 펴내는 청소년 대상 시리즈로는 창비 청소년문학, 사계절 1318문고,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우리학교 소년소녀 시리즈, 철수와영희 10대를 위한 책도둑, 뜨인돌 비바비보 등이 꼽힌다.

현장 교사들이 참고하는 한 학기 한 권 읽기 추천도서를 해마다 공유하는 전국국어교사모임 독서교육 분과 '물꼬방'에서 활동하는 송수진 교사는 "청소년들이 쉽고 재미있게 읽으면서 질문 거리가 있는 책들이 수업에서 활용하기 좋다"면서 "코로나 상황과 전염병, 팬데믹, 인권, 미디어 등 최근 상황을 이해하기 쉬운 다양한 분야의 책들, 지금 상황에 대해 학생들과 서로 이야기를 나눌 때 도움이 되는 책들이 더 많이 출판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은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적합한 책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진행한다. 펴낸 책들 중 한 학기 한 권 읽기 수업에 적합하다고 판단한 도서들에 대해 수업 지도안 등을 개발해 학교 현장에 제안하는 방식이다. 한 청소년 분야 출판사 관계자는 "아무래도 규모가 있는 출판사들이 펴낸 책은 그렇지 않은 출판사에서 펴낸 책보다 마케팅 측면에서 수월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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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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