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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칼럼] 중국 서점에는 ‘한국사’ 책이 없다

최수문 베이징특파원

서점에 日 역사서는 100권 넘는데

한국 관련책은 관광가이드북이 전부

'한중 문화교류의 해' 추진하는 정부

과거와 현재 그대로 알리는게 중요





설날 연휴였던 지난주 말 베이징의 쳰먼다제 쇼핑가를 방문했다. 여기에는 중국에서도 큰 규모인 ‘페이지원’ 서점이 있다. 3층에서는 톈안먼광장이 보여 일반 관광객들에게도 인기다. 기자가 중국 내 서점을 방문할 때 늘 하는 일이 있는데 바로 한국 관련 책을 찾는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제까지 한 번도 제대로 된 ‘한국 책’을 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로 서점에서 특정 국가 관련 책은 보통 ‘역사’ 코너에 몰려 있다. 여기 베이징 페이지원의 역사 코너에서 가장 많은 국가 책은 미국·일본이었다, 일본만 해도 서가 하나를 꽉 채운 100권 이상의 책이 있었다. 하지만 한국 관련 책은 없었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른 분야까지 뒤졌지만 찾지 못했다. 서점 점원에게 물어보니 갖다 준 것이 한국 관광 가이드북이다. 과거 한국 관광 붐이었을 때는 가이드북이 여러 권 나왔지만 이마저도 최근에는 줄었다고 한다.

온라인몰에도 한국 관련 책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중국 내 상품 가운데 없는 것이 없다는 타오바오에 ‘한국사’를 검색하면 어이없이 한국 의류나 가방·화장품 등이 쏟아진다. 한국사 검색어에 일본사가 나오기도 한다. 이번에는 ‘조선사’를 쳐 보니 한국전쟁(조선 전쟁) 책만 잔뜩 있다. 최근 중국이 이른바 ‘항미 원조 전쟁’을 띄우면서 이와 관련한 출판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이웃인 일본과 중국 역사 공부가 기본이다. 혹 학교에서 배우지 않아도 대형 서점에만 가면 관련 책들이 쌓여 있다. 조금만 관심이 있으면 언제라도 교양으로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상식이 이곳 중국에서는 통하지 않는다.

그러고 보니 지난 2017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에서 트럼프가 시진핑으로부터 들었다는 “한국은 중국의 일부였다”는 말이 생각난다. 트럼프가 있지도 않은 시진핑 말을 지어냈을 가능성은 적다.



그러면 시진핑은 한국에 관해서 어떻게 알았을까. 그가 한국어로 쓰인 책을 읽었을 리는 없다. 결국 중국어 책을 봤을 테고 중국사의 일부, 즉 중국의 대외 확장사에서 한국에 대한 지식을 주워 모았을 것이다. 이는 시진핑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중국인에게도 해당된다. 최근 방탄소년단(BTS)을 포함, 김치와 한복 등의 논란이 중국에서 불거진 근본적인 이유다.

중국에서 팔리는 중국 역사 지도 책을 펼치면 한나라 때부터 한국이 조선이라는 이름으로 나온다. 바로 한나라가 설치했다는 한사군이라는 형식으로다. 현재 중국의 주류 사학계는 한국의 역사가 중국의 ‘식민지’로 시작된다고 강변한다.

물론 이들은 한사군의 유래에 대해서는 의도적으로 숨긴다. 바로 기원전 108년 고대조선이 한나라 군대의 침략으로 패전해 멸망한 것은 빼놓는다. 이 전쟁 이전에 고대조선은 수천년간 만주와 한반도를 지배했었다. 국가의 흥망성쇠는 늘상 있는 것이고 이는 한국이나 중국이나 마찬가지다.

우리 정부가 올해와 내년을 ‘한중 문화교류의 해’로 만들기 위해 애를 쓰는 모양이다. 관건은 무엇을 교류할지다. 중국이 한한령을 해제하고 한국 문화 상품 수입에 대한 규제를 없애도록 하는 데 멈춰서는 안 된다. 한국의 과거와 현재를 있는 그대로 알려는 것이 더 중요하다. 2015~2016년에도 한중 문화교류의 해(명칭은 한중 관광의 해)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대한 지식이 빈약한 중국인들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보복이라는 파국에 쉽게 말려들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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