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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이상문학상’은 환영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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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이상문학상’은 환영 받을 수 있을까

입력
2021.01.05 04:30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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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상 수상작 이승우 ‘마음의 부력’ 발표

1977년 제정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자리잡아온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 관행 고발로 논란에 휩싸였다.

1977년 제정 이후 한국의 대표적인 문학상으로 자리잡아온 이상문학상은 지난해 작가들의 불공정 계약 관행 고발로 논란에 휩싸였다.


이상문학상은 다시 독자 곁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 지난해 불공정 계약 관행으로 논란에 휩싸였던 이상문학상이 올해 수상자를 발표했다. 이상문학상을 주관하는 문학사상은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 대상에 이승우 작가의 ‘마음의 부력’을 선정했다고 4일 밝혔다. 2019년 윤이형 작가의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이후 2년 만의 대상 선정으로, 지난해는 논란의 여파로 수상자 발표가 취소됐었다.

이상문학상 논란은 지난해 상반기 한국 문학계를 가장 뜨겁게 달군 이슈였다. 우수상 수상자인 김금희 작가가 수상작의 저작권을 3년간 문학사상 측에 양도하고 이후 단편집에 싣더라도 표제작으로 쓸 수 없다는 계약 조항에 이의를 제기하면서 논란이 촉발됐다. 최은영, 이기호 작가도 연대 의사를 밝히며 수상을 거부했고, 여기에 2019년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가 "상에 대해 항의할 방법이 활동을 영구히 그만두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절필을 선언하면서 논란은 더욱 커졌다.

문학사상 측은 사태 발생 한달 여 뒤 대상 수상작의 ‘저작권 3년 양도’ 조항은 ‘출판권 1년 설정’으로 바꾸고 표제작 규제 역시 수상 1년 후부터는 해제하는 것으로 고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비판 여론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1977년 제정 이후 한국 대표 문학상으로 자리매김해온 이상문학상의 추락에 독자들이 이미 실망한 뒤였다. 이상문학상의 명예회복을 위해서라도 새로운 운영 주체를 찾는 것이 낫다는 목소리까지 나왔다.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는 지난해 이상문학상 사태 직후 책임을 통감한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2019년 이상문학상 대상 수상자인 윤이형 작가는 지난해 이상문학상 사태 직후 책임을 통감한다며 절필을 선언했다.


1년 뒤 문학사상은 이승우 작가를 올해 대상 수상자로 발표하며 “새로운 운영 규정에 따라 독자 여러분과 함께 다시 출발한다”고 밝혔다. 지난해의 비판을 의식한 듯 바뀐 심사경위도 상세히 밝혔다. 특히 논란이 됐던 ‘저작권’과 ‘출판권’ 조항에 대해서는 “작품집 출간을 위해 작품을 재수록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출판권과 저작권에 관해 어떠한 침해도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편집부에서 차체적 운영해 온 예심 대신 예심위원을 공식 위촉하고 그 내용도 공개하기로 했다. 수상작 상금은 기존에 대상 3,500만원 우수상 300만원에서 각각 5,000만원과 500만원으로 인상했다.

올해 수상자로 이승우 작가가 결정된 것 역시 안팎의 여론을 의식했으리라는 평가다. 이 작가는 1981년 중편 ‘에리직톤의 초상’으로 등단한 뒤 소설집 ‘일식에 대하여’, ‘나는 아주 오래 살 것이다’, 장편소설 ‘생의 이면’, ‘식물들의 사생활’ 등을 펴내고 대산문학상, 현대문학상, 동서문학상, 황순원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해외에서는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이 가장 큰 한국 작가로 지목되는 등 문학성과 예술성을 두루 인정받아온 작가다. 그만큼 무너진 상의 권위와 신뢰 회복을 꾀하기에 적절한 카드였으리라는 것이다.

이승우 작가가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사상 제공

이승우 작가가 2021년 제44회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문학사상 제공


이 작가는 수상소감에서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하는 것은 일하는 사람의 의무지만 그 일의 성취는 일한 사람의 권리가 아니다”라며 “소설가가 자기가 한 일로 상을 받는 것은 규칙과 반복이 지배하는 ‘사무원’의 사무실로 갑자기 낯선 손님들이 찾아오는 것과 같은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왜 나를 찾아온 것인지 손님들에게 따져 묻는 대신 ‘사무원처럼’ 내 일을 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상을 둘러싼 여러 논란에 답하기보다는 창작에 보다 열중하겠다는 취지로 읽힌다.

수상작인 ‘마음의 부력’은 죽은 형과 동생을 혼동하는 어머니를 통해 가족 간의 부채의식과 죄책감을 다룬 소설로 이 작가가 오래 천착해온 종교적 세계관을 문학적으로 형상화 해낸 작품이다. 심사위원들은 “아들과 어머니 사이의 부채 의식과 죄책감이라는 다소 무겁고 관념적인 주제를 사회윤리적 차원의 여러 가지 현실 문제와 관련지어 소설적으로 결합해 내는 데 성공했다”고 선정의 이유를 밝혔다.

한편 상금 500만원이 수여되는 우수상 수상작으로는 박형서의 ‘97의 세계’, 윤성희의 ‘블랙홀’, 장은진의 ‘나의 루마니아어 수업’, 천운영의 ‘아버지가 되어주오’, 한지수의 ‘야夜심한 연극반’이 선정됐다. 예심 심사위원은 안서현, 장두영 문학평론가가, 본심은 윤대녕, 전경린 소설가와 정과리, 채호석, 권영민 문학평론가가 맡았다. 수상작품집은 올해 1월 발간될 예정이며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관련 간담회는 따로 진행되지 않는다.


한소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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