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에 직거래 제안서 보내
"내년 매출 6000억 1위 되겠다"
서점업 본격적으로 확대 선언
업계, 책 배송전쟁 재점화
교보·인터파크도 새벽배송
"내년 매출 6000억 1위 되겠다"
서점업 본격적으로 확대 선언
업계, 책 배송전쟁 재점화
교보·인터파크도 새벽배송
기존에도 오픈마켓인 옥션, G마켓 등은 주문을 받아 대형 서점을 통해 배송을 하는 판매대행을 해왔고, 카카오는 카카오톡 선물하기 기능을 통해 대형 서점에서 수수료를 받는 방식으로 책 판매를 해왔다. 하지만 유통업계 1위인 쿠팡은 기존 인터넷서점 인력을 영입해 물류센터를 확충하고 직거래를 통해 서점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있다.
올 들어 코로나19 효과로 매출이 급증한 걸 반영하지 않더라도 지난해 쿠팡 매출은 7조1531억원으로, 서점업계 1위인 교보문고에 비해 10배 넘는 덩치를 자랑한다. 일일 사용자 수도 400만명으로 온라인서점 1위인 예스24 대비 10배 규모다. 쿠팡은 2017년 도서 매출 310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18년 624억원, 지난해 1019억원으로 매년 100%가량 파죽지세로 성장하고 있다. 작년 기준 온라인 3사와 오프라인 3사를 합친 6대 대형 서점 매출액은 1조8817억원. 이 중 온라인 시장 점유율은 75% 선인 1조4000억원 안팎으로 추산된다. 이미 쿠팡은 시장을 10% 장악했다.
직거래 제안을 받은 한 출판사 대표는 "올 들어 특정 도매상 매출이 급증해 이유를 알아봤더니 쿠팡 매출이 증가해서였다. 출판계에서는 이미 쿠팡이 '4대 서점'이 됐다는 인식이 있다"고 말했다.
쿠팡의 무기는 배송과 할인이다. 쿠팡은 자정 전까지 주문 시 다음날 7시까지 새벽배송을 해주고, 휴일에도 배송을 쉬지 않는다. 할인 공세도 무섭다. 현재 쿠팡에서는 일부 아동서는 최대 80%에 달하는 '폭탄세일'을 하고 있다. 아동서 전집 등 세트 도서는 재정가를 매길 수 있어 자유로운 할인이 가능하고, 사운드북·놀이북 등 책과 놀이형 키트가 결합된 일부 도서는 정가제 대상이 아니라 할인이 자유롭기 때문이다. 15%인 현행 할인율에 더해 쿠페이 머니 1%를 추가 적립해준다. 로켓와우 회원들은 금액에 상관없이 무료배송·반품까지 가능하다. 실제로 쿠팡 유저들은 밤 7~11시에 집중적으로 주문하고 있다. 쿠팡 도서 주문량 중 62%는 어린이, 유아·초등 참고서, 수험서다. 장보기를 하는 엄마들이 다음날 아침에 배송된 책으로 학습을 시키는 데 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가장 무서운 점은 이미 엄지족 쇼핑 습관을 장악했다는 점이다. 한 출판 관계자는 "출판사와 작가들은 쿠팡을 서점이라 생각지 않지만 독자들은 로켓처럼 배송되는 서점으로 생각한다. 그게 가장 두려운 점"이라고 말했다.
쿠팡이라는 '메기'가 시장을 뒤흔들면서 서점업계에 배송전쟁이 다시 점화됐다. 인터파크는 지난 5월 15일 인터넷서점 중 처음으로 아침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교보문고도 5월 21일부터 이마트 쓱닷컴과 업무 제휴해 인기 도서 200종에 한해 밤 12시까지 주문하면 다음날 아침 6시 전에 받는 새벽배송을 하고 있다.
유통 공룡이 위협적인 것은 서점업이 '파레토 법칙'(매출 80%가 상위 20%에서 발생)이 통하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대형 서점은 100만종이 넘는 책을 유통하고 있지만 인기 도서 100종 매출이 절반에 달할 만큼 집중되어 있다. 자체 물류센터에서 인기 도서만 직거래해도 영업이익이 급증할 수 있다. 소외받는 신간이나 양서를 막대한 비용을 들여 소개하고 유통하는 기존 서점과 달리 시장의 과실만 따먹는 영업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출판업계에는 공포심이 날로 커지고 있다. 현재 출판사들은 대형 서점의 공급률 압박에 '완전 도서정가제' 등 규제를 요구하며 대립하고 있다. 이 벌어진 틈을 박리다매와 유통 혁신으로 공략하는 쿠팡의 진격이 충분히 위협적일 수 있다. 출판사와 대형 서점이 '다윗과 골리앗' 싸움을 하는 사이 쿠팡이라는 '외계인'이 시장을 잠식해버리는 결과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얘기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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