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시대, 공공도서관의 사회적 책임읽음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공공도서관이 문을 닫았다. ‘공중의 정보이용·독서활동·문화활동·평생교육’을 목적으로 하는 도서관이 몇 달째 정상적 운영을 중단하고 있다. 도서관 내 대부분의 시설은 이용이 제한되고 온라인, 전화상담, 특별대출서비스(도서대출 사전예약에 따른 지정시간 방문수령제) 등에 한정하여 운영되고 있다.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임석재 한국연구재단 선임연구원

도서관은 언제쯤 문을 여는 것일까? 지금처럼 휴관이 지속된다면 도서관의 존재 이유는 무엇일까? 코로나19의 감염 및 확산 방지라는 사회적 대의에는 충분히 공감하고 동의하지만 지난 몇 달간 도서관의 운영 행태를 보면서 몇 가지 의문이 든다. 도서관은 단순한 기호품 또는 대체재일까? 코로나19 시대에도 마스크를 쓰고, 손 소독제를 사용하고, 물리적(사회적) 거리 두기를 유지하면서 초·중·고교생들은 학교에 가고, 대학생들은 학교도서관을 이용한다. 그보다 더 어린 아이들도 긴급돌봄이라는 형태로 유치원 또는 어린이집을 다니고, 직장인들은 회사로 출근한다.

이러한 것들이 특정 장소에, 특정 인원을, 특정할 수 있기 때문일까? 그렇다면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직장인의 출퇴근은 원천적으로 제한되어야 하고, 은행창구를 통한 금융거래는 이루어질 수 없으며, 주민센터를 방문하여 처리하는 민원행정은 불가할 것이다. 우리 모두 제한된 조건 속에서 일상의 삶을 지켜내려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 그것이 가능하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사회 전체의 존립 및 발전을 목적으로 하는 공공행정의 존재 이유다. 공공행정인, 즉 공무원은 보다 많은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보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그것을 정책화할 수 있도록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 위기 상황일수록 그들의 존재가치는 더 부각된다.

그런데 도서관은, 도서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과연 무엇을 하고 있는가? ‘불특정 다수가 모이면 안 되니 문을 닫고 이용을 제한하겠다’는 생각은 ‘공공’이라는 이름표가 붙은 도서관의 존재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어쩌면 ‘안전’이라는 이름 뒤에 별다른 고민 없이 커다란 몸집을 안일하게 숨기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는 다른 형태의 소극행정 또는 기피행정은 아닐까?

도서관 이용자들은 코로나19로 갇히고 닫힌 삶을 살아가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도서관은 그들에게 치유의 힘, 사유의 힘, 성찰의 힘을 제공할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정신적, 지적 토대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도서관을 찾는다는 것은 책을 읽는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것은 삶에서 상대적 선택이 가능한 문제가 아니라 절대적 선택이 요구되는 인간의 존재 이유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이용자, 즉 국민과 함께하지 못하는 도서관의 존재 이유가 있을까? 지금의 도서관은 설립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을까? 코로나19 이후를 생각한다면 코로나19와 함께할 수밖에 없는 지금 시대에 언제까지 도서관의 문을 닫아걸고 국민들을 외면해야 할까? 국민들은 언제까지 공적 영역을 곁에 두고도 사적 영역을 찾아다녀야 할까?

도서관을 운영 중인 전국의 어느 관장님이라도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싶다. “공적 영역인 도서관이 가장 안전한 곳이다. 마음 편히 도서관으로 언제든지 오시라. 이렇게 사회적 위기 상황에서는 가능하다면 도서관을 휴관 없이 연중으로 운영하겠다. 비록 내가, 우리 사서들이 조금 더 고생하더라도 그것이 이용자들을 보다 더 위하는 길이라면 그렇게 하겠다. 다만, 우리 모두 강화된 안전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그에 따른 불편은 감수해야만 한다. 성숙한 시민 의식을 당부한다. 그렇게 우리는 일상의 삶을 지켜내고, 그렇게 우리는 코로나19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이것이 내가, 우리 사서들이 생각하는 도서관의 사회적 책임이며 도서관인의 시대적 사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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