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시대의 사랑’…콜롬비아 메데인 익명의 편지 쓰기 호응

김향미 기자
BBC 홈페이지 캡처.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익명의 편지 쓰기’에 동참한 다니엘 구스만과 아내의 사진이 실려 있다.

BBC 홈페이지 캡처.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익명의 편지 쓰기’에 동참한 다니엘 구스만과 아내의 사진이 실려 있다.

“계속 나아가십시오. 이것이 끝났을 때 당신은 최고의 기쁨으로 고개를 들고 집 밖을 나설 것입니다. 방황하는 소녀로부터.”

코로나19는 사람들의 만남을 막았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편지 한 통으로도 서로 ‘연결’될 수 있었다고 믿는다. 콜롬비아 메데인시의 다니엘 구스만(30)은 이 편지를 받아들고, 하나의 희망을 얻었다고 말한다. 이 편지는 메데인시 도서관 네트워크가 진행하는 ‘익명의 편지 프로젝트’에 참여한 누군가의 편지다.

영국 BBC 방송은 8일(현지시간) ‘익명의 편지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위로를 전한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메데인시의 편지 쓰기 프로젝트를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콜롬비아 출신 노벨 문학상 수상 작가인 가브리엘 가르시아 마르케스의 소설 <콜레라 시대의 사랑>에서 아이디어와 이름을 따와 ‘코로나 시대의 사랑’이라고 불리고 있다. 소설은 콜레라가 창궐하던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편지를 주고받으며 마음을 전한 한 연인의 50년에 걸친 사랑 이야기를 다룬다.

메데인시의 한 도서관에서 일하는 비비아나 알바레스는 봉쇄령으로 도서관 문이 닫혔을 때 ‘편지 쓰기’를 제안했다. 벌써 수백통의 편지가 쓰여졌다. 발신자와 수신자 모두 서로를 알 수 없지만, 호응을 얻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알바레스는 “글은 많은 힘을 가지고 있다. 글쓰기는 강력한 치유의 힘을 지니고 있고, 서로가 함께 하는 마음을 전달할 수 있다”고 했다.

구스만은 지난 3월 콜롬비아에서 코로나19가 처음 발병했을 때, 자신의 아내가 임신 4개월이었다고 한다. 그는 “아내가 언제 출산한지 그때 상황은 괜찮을지 상상하는 것도 어려웠다”고 했다. 이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다니엘은 옛 추억과 이별한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간직한 사람처럼, 슬픈 감정을 편지에 써서 보냈다.

1980~1990년대 메데인시는 마약 범죄 조직의 근거지로 악명높았다. 폭력 사태가 이어지던 당시에도 도서관은 시민들에게 피난처 역할을 했다. 알바레스는 “폭력 사건이 일어났을 때도 도서관은 늘 열려 있었다”며 “위기의 순간, 불확실성의 순간, 도서관은 공동체를 위한 곳”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전 도서관 직원들은 책을 접할 수 없는 시골의 아이들을 위해 전화나 메시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책 읽어주는 영상을 보내주곤 했다. 알바레스는 “터널 끝에서 빛이 보일지 모르겠지만 우리는 나아질 것이란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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