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② 오디오북

"걸으면서 들을 수 있어 시간 활용"

2020-05-11 11:37:30 게재

"성장 가능성 상당히 높아"

독자·저자 참여형 낭독도

코로나19가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받던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근무하던 모습은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일상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내일신문은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형태의 책을 읽는지, 앞으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봅니다. <편집자주>


#1. 이진옥 시인은 지난 3월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된 이후 처음 오디오북을 듣게 됐다. 거의 매일 산이나 공원을 걸으며 오디오북을 듣곤 한다. 하루 3시간 가까이 듣는데 지금까지 총 50여권을 들었다. 이 시인은 "걸을 때 들을 수 있어 시간 활용에 좋다"면서 "이미 종이책으로 읽은 책들도 다시 한 번 들으면서 보다 깊이 있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2. 오은희 작가는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에 오디오북을 거의 매일 들었다. 하루 2시간 정도 산책과 함께 간단한 운동을 하면서 주로 들었다. 도서관 어플을 활용하는 등의 방식을 활용했다. 오 작가는 "코로나19로 관심이 생겨 '페스트' 등 세계명작을 듣고 질병 관련 책들도 찾아서 들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를 계기로 온라인으로 책을 접할 수 있는 또 다른 책의 형태인 오디오북을 듣는 독자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지혜 배우가 오디오북 '빨강머리앤'을 녹음하는 모습. 사진 커뮤니케이션북스 제공


◆오디오북 구매·도서관 대여 늘어 = 실제로 오디오북 플랫폼들은 독자들의 이용이 증가했다고 밝혔다.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 3월 오디오클립을 찾은 사용자는 1월 대비 72% 증가했고, 재생수는 38% 증가했다. 오디오클립이 제공하는 오디오북의 거래액은 지난 2월 대비 3월 기준 16% 상승했다. 윌라의 경우 지난 3월 오디오북 콘텐츠 총 재생 시간이 1월 대비 40.3% 증가했고 2월 대비 31.8% 증가했다. 이인희 네이버 오디오클립 책임리더는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재택근무 등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오디오 콘텐츠를 찾는 이용자들도 많아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도서관 이용자들의 오디오북 독서도 늘었다. 군포시중앙도서관의 경우 지난 3월에는 오디오북이 9343건, 4월에는 7439건 이용됐다. 지난 1월 3925건, 2월 6126건이 이용된 데 비해 증가 추세다. 성북구립도서관의 경우 지난 3월 오디오북이 1만377건이 이용됐다. 지난 1월 8706건, 2월 8924건에 비해 늘었다.

◆독서 피로도 낮다 = 코로나19 상황이 있기 이전에도 오디오북 독자들은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였다. 처음 오디오북 독서율을 조사한 2019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오디오북 독서율은 3.5%로 나타났다. 성인의 1.5%는 오디오북 독서율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고 밝혔다. 새로운 매체에 빠르게 반응하는 20~30대의 오디오북 독서율은 전국민 평균보다 높았다. 19~29세는 6.5%, 30~39세는 6.2%를 기록했다.

이용자 기준 오디오북의 연평균 독서량은 5.5권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 보면 50대 이상이 9.7권으로 가장 높았다. 학력이 낮을수록 오디오북 이용자의 독서량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커뮤니케이션북스 등 출판사들도 오디오북을 기획, 제작하고 있다. 커뮤니케이션북스는 2013년부터 오디오북을 제작했으며 1500여종을 보유하고 있다. 베스트셀러는 '100인의 배우, 우리 문학을 읽다'로 USB 버전의 경우 1만2000부가 넘게 판매됐다.

백원근 책과사회연구소 대표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사례를 보더라도 오디오북의 성장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면서 "오디오북은 읽지 않아도 라디오처럼 들려주는 책이므로 피로도가 낮고 독서습관이 없는 사람들도 쉽게 독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책에 대한 접근성 높여 = 문화체육관광부는 책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는 데 오디오북이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재열 문체부 사무관은 "고령층 저소득층 등을 중심으로 책에 대한 접근성이 부족해 독서율이 낮은 현상이 나타나는데 오디오북 보급을 통해 보다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면서 "고령층에는 글자 확대경을 보급한다거나 환경을 개선하는 것보다 오디오북의 보급이 유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국내 오디오북의 경우 시장이 제대로 형성되기까지는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는 시선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오디오북이 잠재력은 있다"면서도 "아직 제대로 이익을 내는 곳은 없고 정부 등의 지원 없이 출판사가 자체 콘텐츠를 기획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말했다. 백 대표는 "오디오북은 낭독 녹음비가 걸림돌인데 성우나 배우가 아니더라도 독자, 저자 참여형으로 만들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엄진섭 커뮤니케이션북스 상무는 "기대보다 오디오북 시장이 늦게 성장하는 이유는 오디오북의 특성을 이해하고 서비스하는 플랫폼과 특성에 맞게 제작하는 제작사가 부족하고 독자들이 좋은 오디오북을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오디오북은 매력적인 콘텐츠이며 계속 성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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