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③ 새로운 시도들

어플로 시 감상 … 웹진으로 소설 읽다

2020-05-25 11:15:50 게재

자사 출판물로 동영상 강의 제공 … 새 독자 발굴 노력 이어져

코로나19가 사회의 많은 풍경을 바꾸고 있습니다. 교실에서 받던 수업은 원격수업으로, 사무실에서 함께 모여 근무하던 모습은 재택근무로 바뀌었습니다. 그렇다면 이렇게 달라진 일상 속에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바뀔까요. 내일신문은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시리즈를 통해 독자들이 어떤 형태의 책을 읽는지, 앞으로 책 읽는 문화는 어떻게 변화할지 살펴봅니다.<편집자주>

코로나19로 가까이 다가온 비대면 시대, 전자책도 오디오북도 아닌 새로운 형태의 책들이 독자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시 어플 '시요일', 웹진 '주간 문학동네', 구독 서비스 '북크루', 학술 출판사 학지사의 온라인 강의 서비스 등이 그것이다. 특히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화됐던 지난 3월에는 독자들의 반응과 서비스 이용률이 증가했다.

시 어플 '시요일' 출시 당시 기자 간담회 모습. 사진 미디어창비 제공


◆작가의 글을 메일로 = 시 어플 시요일은 하루에 1편씩 어플을 통해 시를 전달해 주는 서비스다. 1920년부터 지금까지 한국을 대표하는 시 4만3000여편을 어플에 담았다. 매일 좋은 시를 추천해 보내주는 '오늘의 시' '테마별 추천시' 등의 콘텐츠가 있다. '오늘의 시'는 회원가입을 하지 않아도 어플만 다운로드하면 최신 7편을 읽을 수 있다.

지난 4월로 3주년이 된 시요일의 누적 이용자는 40만명을 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있었던 지난 3월 이용률은 1~2월 대비 약 10% 상승했다. 미디어창비 관계자는 "스마트기기로 소비되는 다양한 감성 콘텐츠 사이에서 고급 콘텐츠에 대한 대중적 요구에 부합하고 짧게 소비되는 SNS 환경에 가장 최적화된 예술이 '시'라는 점에 주목해 기획했다"고 말했다.

웹진 주간 문학동네는 지난 3월 창간됐다. 장편소설과 산문 연재 전문 웹진으로 작가별로 하나의 요일을 맡아 주1회씩 작품을 연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세랑 김언수 박상영 김인숙 작가가 장편소설을, 김금희 정지돈 심채경(천문학자) 김원영(변호사) 작가가 산문을 연재한다. 모바일로 작품을 읽는 데 최적화돼 있으며 로그인 없이 읽을 수 있어 편리하다. SNS에 주간 문학동네에 대한 얘기들이 많이 올라오는 등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이 외 구독 서비스도 독자들의 호응을 얻었다. 북크루는 지난 3월부터 7명의 작가들이 하나의 주제에 대해 돌아가면서 쓴 1편의 에세이를 매일 메일로 배달해 주는 구독 서비스 '책장 위 고양이'를 운영하고 있다. 김민섭 김혼비 남궁인 문보영 오 은 이은정 정지우 작가가 참여한다. 북크루 관계자는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관심이 증대됐다"면서 "움직임이 둔화되니 자기만의 공간에서 자신만의 콘텐츠를 경험하길 원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코로나블루로 심리 관심 높아" = 학지사의 온라인 강의 서비스는 코로나19 사태 이후 더욱 독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 학지사의 출판 콘텐츠를 온오프라인 콘텐츠로 풀어내는 학지사에듀의 매출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배, 온라인 독자 문의는 3배 이상 증가했다. 학지사 관계자는 "'대상관계이론' 동영상 강좌의 경우 전년 동기 대비 150% 성장했는데 이는 코로나블루 등 코로나19로 인한 우울증 불면증 등 심리 전반에 대한 독자의 관심이 증가한 결과"라면서 "진로적성 등의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을 위한 '홀랜드(Holland) 진로상담 전문가 자격과정'도 많은 이목을 끌고 있는데 이는 코로나19 이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반영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독자들 요구에 대응 = 새로운 시도들이 계속되는 이유는 '혹시나 새로운 독자들을 발굴할 수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에서다. 2019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종이책 기준, 연간 독서율은 52.1%에 그쳤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합하더라도 연간 종합 독서율은 55.7%다. 출판생태계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라도 비독자들을 독자로 유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쉽고 빠르게 콘텐츠를 접하기를 바라는 요구에 출판사와 저자들이 대응하는 이유다.

미디어창비 관계자는 "언택트 시대를 맞아 모바일 또는 온라인으로 소비되는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새바람을 맞고 있다"면서 "이 시대의 우리는 점점 외롭고 쓸쓸해하며 사랑과 위로를 찾는다. 1인 가구의 증가, 개인화, 비대면 사회가 가속화할수록 이런 대중의 요구는 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 점에서 시요일은 대중의 일상을 시로 물들이며 시의 일상화를 이뤄내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학지사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비대면 문화 확산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기존 온라인 서비스를 보완, 오프라인에서 느꼈던 현장감을 살리고 쌍방향 교육을 하는 등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보급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북크루 대표인 김민섭 작가는 "책이라는 물성은 앞으로도 오랜 기간 변하지 않을 것이지만 텍스트를 담는 그릇은 다양해지고 있다"면서 "누군가는 책 1권의 분량이 차곡차곡 자신의 이메일함에 쌓이기를 바라기도 하고 작가가 책 1권을 만들어내는 1년의 과정을 지켜보고 적극적으로 응원하거나 참여하고 싶어한다"고 말했다. 이어 "책의 형태가 바뀐다기보다는 1권의 책이 만들어지는 방식에도 '유저(user)의 경험과 참여'가 추가되는 게 아닐까"라고 덧붙였다.

["언택트(Untact) 시대, 책 읽는 문화 바뀌다" 연재기사]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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