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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답하라, 책 읽기] 책과 노는 사람들 - (상) 전주독서동아리연합

전주지역 50개 독서동아리 가입 / 다양한 주제·장르별 왕성한 활동

인문학 열풍이 불고 있지만, 독서인구는 갈수록 줄고 있다. 출판업계는 책이 팔리지 않는다고 하소연하고 있고, 독자들은 품질이 담보되지 않는 책이 쏟아지는 게 문제라고 지적한다. 전주독서동아리연합(회장 황춘임·이하 독서연합)은 이런 간극을 메워주는 곳이다. 좋은 책을 선별해서 읽고 이야기를 나누며 성찰할 줄 아는, 내공을 갖춘 이들의 집합체다. 전주지역의 50여 개 독서동아리가 자유로운 책읽기로 안내하고 있어서다.

 

△고전부터 그림책까지 섭렵

 

독서시장이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책을 제대로 읽는 독자는 얼마나 될까. 책읽기는 2~3시간을 투자하면 가능한 영화·뮤지컬 관람과는 전혀 차원이 다른 공력이 필요하다. 방송을 타거나 강연을 통해 판매량이 수직 상승되는 베스트셀러는 물론 인문학·고전까지 두루 섭렵하는 독한 사람들이다.

 

황춘임 회장은 “책모임 ‘온’, ‘인생’, ‘리더스클럽’, ‘담쟁이’ 대표들이 2010년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독서연합이 이 정도로 성장하리라곤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전주시민독서포럼’으로 시작된 독서연합은 2년 만에 30개 독서 동아리가 가입했을 만큼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독서에 대한 남다른 열정과 관심을 보인 주부들이 매달 2차례 이상 모임을 갖고 책읽기, 글쓰기, 독서토론까지 접목시킬 정도로 열성을 보이고 있어 다들 혀를 내두른다.

 

현재 50여 개의 독서 동아리가 가입하고 있는 독서연합의 스펙트럼은 넓다. 고전 다시 읽기 열풍을 이어가는 ‘고전 인문학 100선 읽기’와 ‘고전읽기의 즐거움’부터 장르별 책읽기인 ‘현대소설읽기’,‘내 마음의 그림책’,‘여성다시읽기’까지 다양하다. 회원들은 고전 읽기의 의의를 반복해서 읽을 때마다 새로운 의미와 질문들을 발견하게 된다는 데서 찾았다.

 

“읽을 때마다 새로운 겹의 의미와 경험을 주는 책이 고전”이라는 것이 회원들의 설명이다.

 

규모로 따지자면 최고를 자랑하는 ‘리더스클럽’은 매주 두 차례 열혈 독서 마니아 200여 명이 모여 주로 자기계발, 경제경영 등을 접목시킨 책들로 강점을 발휘한다. “책박수”로 시작되는 리더스클럽 회원들의 친화력·단합력이 2007년 대한민국 평생학습 대상(학습동아리 부문) 수상, 2006~2011년 전북 우수학습동아리 선정을 주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영역 소모임 진화

   
▲ 전주 독서 동아리 ‘내마음의 그림책’ 토론 모습.

독서연합은 지난해 독서 동아리 운영 워크숍을 통해 독서 소모임을 인큐베이팅했다. 지난해 7월 워크숍을 받은 이들은 ‘필로소피아’, ‘영화원작소설읽기(이하 영원소)’‘곰브리치 서양미술사 읽기’,‘비눈바’ 등을 만들었다.

 

30~50대 여성 9명이 자아찾기를 모색하는 ‘필로소피아’가 그간 소화한 책들은 ‘멋진 신세계’, ‘인형의 집’, ‘페스트’ 등이다. 황희정 필로소피아 대표는 “‘페스트’를 읽으면서 도피, 추월, 반항 등에 관한 삶의 태도에 관해 성찰해봤다”면서 “여러 인물들을 보면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 실존의 무게를 깊이있게 들여다봤던 시간”이라고 말했다. 회원들은 더 나아가 “‘변신’, ‘스콧니어링 자서전’을 함께 읽으며 자본주의 용광로에 빠지지 않고 나를 어떻게 지키며 살 것인가도 고민했다”고 했다. 이는 사회·가정 안에서의 고정된 자신의 역할이 아닌 변화되는 자아 찾기의 연장선이라는 것.

 

이달부터 잠시 휴식기에 들어간 ‘영원소’는 영화원작소설읽기모임이다. 10여 명의 주부들로 구성된 ‘영원소’는 독서는 필수, 이후 영화 보기라는 다른 공력이 요구된다. 박지은 영원소 대표는 “‘개츠비’는 어찌보면 바보 같은 순수한 사랑을 했다”면서 “작가가 주제보다는 정조를 전달하기 위해 작품을 쓸 때가 있는데, 피츠제럴드가 거대한 공허를 말하고 싶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단적인 공허감을 보여주기 위한 파티는 개츠비가 위대하다고 말하기엔 너무나 허망한 결말이지만 그것이 바로 소설의 매력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환경 관련 책을 읽고 산행까지 나서는 ‘비눈바’는 회원이 6명에 불과하지만 단합은 회원 수십 명 되는 모임에 견줄 바가 못 된다. 최근 ‘독도를 부탁해’를 읽고 난상토론을 벌인 이들은 독도를 지키기 위한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를 질타하며 해법 찾기를 위해 골몰하기도 했다. 김미례 비눈바 대표는 “온 국민이 독도 홍보대사가 돼야 한다”면서 “교과서에도 독도 비중을 늘리고 학교에서도 독도 교육을 더 적극적으로 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황춘임 전주독서동아리연합 회장 "독서토론, 같은 책 여러번 읽은 효과있어"

   

황춘임 전주독서동아리연합 회장(55)은 도내 몇 안 되는 독서토론 전문가다. 평범한 가정주부로 살다가 10년 전 독서지도사가 된 뒤 뒤늦게 책읽기에 불이 붙은 경우. 50여 개 독서 동아리가 책읽기와 자유토론이 병행되지만, 더 깊이있는 토론으로 진전시키기에는 한계가 있어 서울을 오가며 토론교육을 이수했다.

 

현재는 김영남 대표에게 바통을 넘긴 독서토론모임인‘정언독서토론연구회’(이하 정언토론)는 황 회장이 창단 멤버다. 퍼블릭 토론을 접목시킨 정언토론은 주제에 맞는 책을 선정한 뒤 찬반을 나눠 논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독서토론의 난제는 책을 선정하는 과정 자체가 만만치 않다는 것. 황 회장은 “전문적 지식이 요구되는 비문학 작품은 그 책을 이해하기도 버겁고, 논거를 찾기도 어렵다”면서 “더욱이 진보적 색깔을 담은 책은 그 책이 담고 있는 바가 아무리 훌륭하다 하더라도 보수적 색깔을 드러낸 책과 함께 봐야 하는 등의 어려움이 있다”고 했다.

 

토론의 목표는 상대방을 이기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을 더 잘 이해하는 것. 황 회장은 최근 다룬 ‘동물원 동물은 행복할까’를 예로 들며 ‘좁은 공간에 갇혀 이상행동을 보이는 야생동물을 보는 일이 교육적인가?’ ‘동물원이 노력한다면 동물들이 병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지 않은가?’ 등에 관한 질문을 던지며 토론하는 과정을 통해 “자신의 주장과 상반되는 입장을 대변해보면서 서로 다른 생각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했다.

 

황 회장은 “한 권의 책을 읽어도 다른 이들의 의견을 듣다 보면 여러 번을 읽은 것 같은 효과가 느껴진다. 가족 중 한 명만 독서를 생활화해도 가족 모두가 달라지는 것 같다”면서 “결국 책 읽는 엄마가 책 읽는 가족을 만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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