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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이란 말이 유행어가 된 적이 있었다. 아마 그 무렵부터 힐링, 웰빙이란 말도 우리 일상에 깊이 파고들었다. 서점가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는 책들은 물론이고 각종 방송 프로그램이나 강연 등에서도 앞다투어 힐링과 웰빙에 열을 올렸다. 어느 순간 힐링과 웰빙은 전 국민의 화두가 되어 버렸다.

다들 많이 아팠나 보다.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1등이 되기 위해 발버둥 치다 보니 골병이 들었나 보다. 세상의 빛을 보는 순간부터 치열한 경쟁에 내몰린다. 젊은 엄마들은 주위에서 보고 들은 각종 정보를 토대로 조기교육을 운운하며 기지도 못하는 갓난아기에게 영어교육을 시킨다고 난리들이다.

우리 아기만큼은 최고로 키우겠노라 굳은 다짐을 한다. 훗날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앉기를 바라는 마음에서다. 태어나면서부터 시작된 1등을 향한, 성공을 위한 노력은 나이가 들어서도 계속된다. 그런데 그렇게 코피 흘려가며 성공을 향해 달려가는 삶이 행복할까? 그리고 그렇게 해서 성공의 사다리 꼭대기에 앉은들 행복할까?

<제3의 성공>(아리아나 허핑턴 저/강주헌 역) 겉 표지.
 <제3의 성공>(아리아나 허핑턴 저/강주헌 역) 겉 표지.
ⓒ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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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여성 중 한 명인 <허핑턴 포스트> 미디어 그룹의 회장인 아리아나 허핑턴은 "아니"라고 말한다. 눈부시게 성공했지만 성공의 정점에서 과로와 수면부족으로 쓰러진 후 그녀는 삶에 대해 재정의하기 시작한다. 돈과 권력은 진정한 성공이 될 수 없고 되어서도 안 된다고 말한다.

돈과 권력은 그저 다리가 둘 뿐인 의자와 같다는 것이다. 이런 의자에 앉으면 누구라도 쓰러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진정한 성공이란 뭘까? 아리아나 허핑턴은 <제3의 성공>(김영사)을 통해 진짜 성공적인 바람직한 삶의 기준을 제시한다. 그녀가 생각하는 성공은 바로 웰빙과 지혜, 경이로움과 베풂으로 이루어진 삶이다.

쓰러진 이후 허핑턴은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는 삶의 필요성을 역설하는 전도사가 되었다고 고백한다. 세상의 정상에 오르려 하지 말고 세상을 변화시키라고 말한다. 기준이 달라지면 삶이 달라진다. 먹이사슬로 연결된 정글에서 처절하게 살 것인가 아니면 순간순간 삶의 경이를 느끼며 도와주고 베풀면서 인간답게 살 것인가. 자, 선택은?

탈진은 문명의 질병

지금까지 성공한 이들의 공통점은 새벽 별보기 운동에 충실한 사람들이었다는 점이다. 그들은 과로로 지쳐 쓰러지는 것을 마치 훈장처럼 여겼다. 무한 경쟁사회에서 야근이 필수가 된 건 이미 오래다. 서울시교육청 직원의 62%가 야근으로 인해 퇴근 후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1시간 미만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업무로 인한 탈진과 스트레스, 우울증이 세계적인 유행병이 되고 있다. 내가 다니는 직장의 상사 한 명도 몇 달 전 행사 진행 도중 쓰러져 병원에 실려갔지만, 병원에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한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벨기에의 철학자 파스칼 샤보는 이런 과도한 업무로 인한 탈진을 '문명의 질병'이라고 진단한다.

"탈진은 시스템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반대로 시스템에 완벽하게 일체화되어 업무의 한계를 어디에 두어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개인적인 장애만이 아니라, 성과와 이윤 등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우리 사회를 거울처럼 반영하는 장애이기도 하다." (본문 43쪽)

모든 것의 기준이 성과와 이윤이고, 성과와 이윤이 나지 않으면 공공재인 철도나 공항을 비롯하여 국민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마저도 민영화하려는 사회 속에서 병원에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이 비단 그만의 탓일까.

엄마가 불량배?

바쁜 일상에 늘 쫓기다 보니 하늘 한 번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 무언가 목적이 있지 않고서는 길가에 핀 꽃 한 송이에도 눈길을 주지 않게 된다. 빡빡한 일정에 지배당하며 메시지 도착을 알리는 전자음과 벨소리에 영혼이 잠식당한다. 특수교육 교사로 6세의 딸을 둔 레이첼 메이시 스태퍼드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어느 날 그녀는 자신이 느긋하고 태평스러우며, 장미를 보면 걸음을 멈추고 향내를 맡는, 삶을 즐기고 싶어 하는 어린 딸을 재촉하고 몰아대며 압박하는 불량배였음을 깨달았노라 고백하는 글을 <허핑턴포스트>의 블로그에 올렸고, 수백만 명이 그 글에 공감을 표현했다고 한다.

그처럼 많은 사람들이 글에 공감한 것은 자식을 양육하는 방식에 대한 죄책감을 넘어 자식들에게나 자기 자신에게 '서둘러라!'라고 말할 때마다 많은 폐해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사람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빨리빨리'가 입에 붙어 조금의 느긋함도 참지 못하는 이들은 삶에 대한 지혜도 경이도 느끼고 즐길 여유가 없는 것이다.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이 2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NH아트홀에서 열린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론칭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허핑턴포스트의 역할과 사회 참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 <허핑턴포스트>의 창립자인 아리아나 허핑턴 회장이 2월 28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NH아트홀에서 열린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론칭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허핑턴포스트의 역할과 사회 참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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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이 없으면 내일도 없고, 지금 이 순간이 없으면 미래 또한 있을 수 없다. 앙드레 지드는 <지상의 양식>에서 "저녁을 바라볼 때는 마치 하루가 거기서 죽어가듯이 바라보라. 그리고 아침을 바라볼 때는 마치 만물이 거기서 태어나듯이 바라보라. 그대의 눈에 비치는 것이 순간마다 새롭기를. 현자란 모든 것에 경탄하는 자이다"라고 썼다.

내일을 위해, 그리고 먼 미래를 위해 오늘과 지금 이 순간을 저당 잡히는 것이 아니라 지금 주어진 시간에 충실하라는 것이다. 그러니 오늘 밤도 과로를 친구삼아 야근을 하는 이가 있다면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내일을 위해 오늘을 희생하는 삶이 과연 행복하고 바람직한지를. 현재를 즐겨라. 카르페 디엠!

이처럼 <제3의 성공>은 아직도 돈과 권력이 성공이라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 진정 바람직한 삶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동서양은 물론이고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삶에 대해 고민해 왔다. 어떤 삶이 행복한 삶이며, 그런 삶을 위해서는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생각해왔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바람직한 삶이 무엇인가보다는 얼마나 돈을 많이 벌 수 있고, 얼마나 큰 집을 살 수 있으며, 얼마나 높이 성공의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느냐에만 관심을 쏟게 되었다.

지금 이 순간, 성공을 목매며 과로와 싸워가며 소중한 사람들과의 시간을 희생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슬람의 율법가 알 샤피이의 말을 전하고 싶다.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은 결코 나를 피해가지 않을 것이고, 나를 피해가는 것은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내 마음은 한없이 편하다." (본문 164쪽)

덧붙이는 글 | <제3의 성공>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펴냄 / 2014년 2월 / 1만5천원



제3의 성공 - 더 가치있게 더 충실하게 더 행복하게 살기

아리아나 허핑턴 지음, 강주헌 옮김, 김영사(2014)


태그:#제3의 성공, #아리아나 허핑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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