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청사 로비에 언제부턴가 작은 항아리가 눈에 띄기 시작했다. 무릎 높이의 토기에 종이 두루마리가 반쯤 차 있었다. 두루마리를 폈다. ‘뒷모습이 어여쁜/사람이 참으로/아름다운 사람이다…’ 나태주 시인의 ‘뒷모습’이라는 시가 쓰여 있었다.
서울시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오가며 시를 읽을 수 있도록 청사 내부 공간에 ‘시 항아리’를 설치했다고 9일 밝혔다. 시 항아리는 지난 10월 말 처음 설치됐다. 현재 사람들이 많이 오가는 신청사 서편 로비의 휴게공간, 서소문청사 동편 휴게공간, 서울도서관 등에 시범 운영하고 있다.
시 항아리는 ‘시의 도시 서울’ 만들기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사업이다. 각박한 도시생활 속에서 시 한 편을 통해 일상의 여유를 찾자는 취지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지난해 생태도시로 유명한 브라질 쿠리치바를 방문했을 때, 도시 소외계층을 위해 시내 곳곳에 설치한 시립도서관 ‘지혜의 등대’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게 됐다.
서울과 관련되거나 읽기 쉬운 작품이 많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선정한 ‘우수문학도서’의 시집 작품과 서울시에서 사용권을 보유하고 있는 200여 작품을 활용하고 있다. 두루마리는 재생용지를 쓰고, 용기는 저렴한 토기를 사용했다.
서울시는 특별한 홍보를 하지 않았는데도 500여개의 두루마리 시가 읽히고 있다. 서울시 문화예술과는 앞으로 청사와 서울도서관 등에 항아리를 늘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