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동 박정희기념관 가보니 공공도서관은 폐쇄… 주민 불만, 1·2층 전시실 관람객 없어 썰렁

배문규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아파트 단지 한복판에는 거대한 돌기둥이 늘어서 있는 화강석 건물이 자리잡고 있다. 2012년 2월 문을 연 ‘박정희 대통령 기념·도서관’(기념·도서관)이다. 그러나 공공도서관 시설은 폐쇄된 채 박정희 기념관만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 기념·도서관 앞에선 관광버스 두 대가 떠날 채비를 하고 있었다. 경남 진주 노인대학에서 올라온 일행이었다. 계단을 한참 올라 현관으로 들어서자 박 전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가 눈에 들어왔다.

기념관은 이를테면 ‘근대화의 성전’이다. 2층부터 시작되는 제1전시실에는 18년6개월 동안의 박 전 대통령 치적이 전시돼 있다. 전시실 입구에는 새마을운동, 경부고속도로 등 시대를 상징하는 키워드들이 벽 전면을 채우고 있었다. 전시실의 동선은 ‘5·16 혁명’에서 시작해 경제개발과 새마을운동으로 이어진다. 화려한 조명이 비추는 제2전시실 ‘박 전 대통령 시대 종합발전상’ 전시장에선 이러한 업적을 복습할 수 있다. 박 전 대통령과 부인 육영수 여사의 개인 물품이 전시된 제3전시실을 지나 1층 로비로 나왔다. ‘내 일생 조국과 민족을 위하여’라는 거대한 휘호가 벽에 보였다. 전시실을 지나는 동안 관람객은 아무도 없었다.

3층 건물인 기념·도서관의 2층 절반과 3층은 공공도서관으로 지어졌다. 하지만 도서관으로 이어지는 내부 중앙 계단은 막혀 있다. 도서관 견학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자료 대부분이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라고 했다. 당초 서울시와 합의했던 공공도서관 기능은 기대할 수 없었다.

안내 직원에게 국비로 지은 건물인데 왜 돌아볼 수 없느냐고 묻자 “기념관을 짓기 위해 지원한 것”이라고 했다. 박정희 기념재단 사무실의 위치나 전화번호도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공공도서관을 기대했던 주변 주민들은 불만이었다. 인근 아파트에 거주하는 주부 이경미씨(34)는 “처음에 박정희 기념관을 지을 때는 불편한 마음이 있다가 나중에 도서관도 생긴다고 해서 기대했는데 2년이 지나도록 그대로”라면서 “나랏돈도 많이 들였는데 뭐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Today`s HOT
2024 올림픽 스케이트보드 예선전 이라크 밀 수확 미국 UC 어바인 캠퍼스 반전 시위 미국 해군사관학교 팀워크! 헌던 탑 오르기
세계 최대 진흙 벽돌 건물 보수 작업 광주, 울산 상대로 2-1 승리
개아련.. 웨스트민스터 도그쇼 총격 받은 슬로바키아 총리
순국한 경찰 추모하는 촛불 집회 시장에서 원단 파는 베트남 상인들 로드쇼 하는 모디 총리 조지아, 외국대리인법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