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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독서왕 대회 예시문항.
 KBS독서왕 대회 예시문항.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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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교육적인 장삿속'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KBS 어린이독서왕 대회'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전국 3∼6학년 초등학생들이 일제고사식 예상문제 1000문항을 풀어야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에 대해 교사와 학부모들은 "초등학생에게 책 읽기의 두려움을 조장한다"고 우려했다.

KBS가 주최하고 7개 시도교육청이 후원하는 KBS독서왕 대회는 자신들이 선정한 책 20권(목록보기)을 초등학생에게 읽힌 뒤, 6월 5일쯤 학교별 시험을 치르는 방식으로 예선을 치른다. 이어 9월부터는 50회에 걸쳐 본선을 녹화 중계할 계획이다.

KBS "시험, 예시문제와 유사"... 수십만 명 문제풀이 내몰려

18일, 독서왕 대회에 출전하는 초등학생들이 의무적으로 읽어야 할 KBS 선정도서 40권(3·4학년용 20권, 5·6학년용 20권)을 입수해 직접 분석한 결과, 각각의 책에는 예상문제 50∼60문항이 출제돼 있는 등 모두 2000여 문항의 문제가 붙어 있었다.

이번 대회를 주관하는 KBS한국어진흥원은 '독서검증시험 안내'를 통해 "시험 선정도서는 KBS로고와 함께 예상문제 부록이 있는 도서이며, 필기시험은 (1000개의) 예시문제와 유사한 내용으로 출제된다"고 안내했다. 올해 6월 5일 학교별로 치르는 독서왕 대회 필기시험에 나설 학생들은 20권의 선정도서에 붙어있는 예상문제를 사전에 모두 풀어보라는 얘기다.

이에 따라 전국 수십만 명에 이르는 초등학생들은 한두 달 새에 20권의 책을 읽은 뒤 일제히 1000여 문항에 이르는 문제를 반강제로 풀어야 할 형편으로 내몰릴 것으로 보인다.

예상문제 또한 일부 내용은 <수학> 교과에 나오는 일제고사와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독서왕 대회의 학교별 시험에서도 KBS는 일제고사처럼 OMR카드에 답안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3·4학년용 도서로 선정된 한 도서에 딸린 예상문제 50여 가지 가운데 나란히 출제된 두 문항은 다음과 같은 것이었다.

14번. 미터법으로 계산했을 때 0.5km와 3km는 각 몇 m로 나타낼 수 있습니까?
15번. 17mm는 몇 cm로 나타낼 수 있습니까?

KBS독서왕 대회 포스터.
 KBS독서왕 대회 포스터.
ⓒ 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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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문제를 본 서윤수 전교조 초등위 사무국장은 "박근혜 정부가 일제고사(국가수준 학업성취도평가)를 폐지하니까 KBS가 7개 시도교육청과 손을 잡고 더 무자비한 일제고사를 부활시킨 셈"이라며 "독서를 한 뒤 1000개의 문항을 풀도록 한 것은 책 읽기로부터 학생들을 쫓아내는 반교육적인 행동"이라고 비판했다.

박범이 참교육학부모회 회장도 "주최 쪽이 책을 읽고 일제고사 식 문제를 풀도록 하는 대회를 구상한 것 자체가 학생들을 반인권적으로 괴롭히는 몰상식한 일"이라며 "독서왕 대회의 문제풀이 식 진행은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참교육학부모회 "반인권적 행사" - KBS "재검토하겠다"

이에 대해 KBS한국어진흥원 관계자는 "예시문제를 풀고 시험을 치르는 운영방식에 대해 내부적으로도 재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번 대회를 후원한 한 시도교육청 관계자도 "예시문제를 1000문항이나 풀도록 한 뒤 시험을 보는 대회라는 사실을 몰랐다, 이런 방식이 고쳐지지 않으면 후원을 철회하겠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인터넷<교육희망>(news.eduhope.net)에도 보냈습니다.



태그:#KBS독서왕 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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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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