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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3.0] 다이버전스 시대와 인문학적 소양

입력 : 
2013-04-16 17:27:10
수정 : 
2013-04-17 15: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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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전성시대 왔지만 그 효용은 천차만별
개성 앞세운 `다이버전스` 시대…다양성·상상력 극대화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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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인문학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기업에서도 인문학 가치를 인정하고 기업 활동에 적극적으로 인문학을 접목하고 있다. 국내 한 전자회사에서는 인문학을 전공한 대학 졸업자를 선발하여 6개월 동안 소프트웨어를 교육하고 채용하는 실험을 통해 인문학과 공학의 접목을 시도하고 있다. 인문학에 대한 강연 요청도 많아졌다. 오랜 기간 공학 분야에 종사해 온 필자에게도 기술보다는 인문학에 더 중점을 두어 강연을 해 달라는 요청이 있을 정도다. 바야흐로 인문학 전성시대인 것 같다. 그럼에도 인문학 효용에 대한 답은 쉽게 손에 잡히지 않는다. 인간 본성에 대한 깊이 있는 성찰을 제공하여 주는 인문학은 삶을 기름지게 할 뿐 아니라 올바르게 내면화한 개개인의 인문학적 소양은 그 자체로 삶의 가치를 고양시켜 준다. 그런 만큼 인문학의 효용을 찾는 것은 인문학을 접하는 각자 몫이다. 인문학의 효용을 공학자인 필자의 경험 속에서 굳이 제시한다면 인문학은 공학자에게는 쉽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수 있게 하는 안목을 제공한다는 것이다.

학창 시절 누구나 경험한 출석만 보아도 그렇다. 공학자 관점에서는 먼저 효율을 생각하고 어떻게 하면 출석 확인을 자동화할 것인지를 고민한다. 그럼으로써 출석을 확인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렇지만 인문학적 사고는 출석을 확인하는 것은 단순히 출석을 부르는 것 이상으로 의미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출석을 부름으로써 교수는 학생 이름에 익숙해지면서 교수와 학생 사이가 가까워지고, 서로 모르는 학생과 학생도 서로 이름을 알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된다. 출석을 부름으로써 수업을 시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는 효과도 있다.

재택 근무 시스템도 인문학적 고뇌가 부족했던 또 다른 사례다. 재택 근무 시스템이 실용화되면 출퇴근에 소요되는 시간을 절약할 수 있어 많은 기관과 기업에서 활용할 것으로 생각됐다. 이제 기술적으로는 큰 어려움 없이 재택 근무 시스템을 제공할 수 있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여전히 출퇴근 시간을 아깝게 여기지 않고 직장으로 출근한다. 직장은 일을 하기도 하지만 소속감을 가지고 동료들과 어울려 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한동안 기술 융복합으로 대변되는 컨버전스(convergence) 시대를 살아왔다. 이 흐름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다. 그렇다면 컨버전스 시대의 끝은 무엇일까? 획일화라는 양태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컨버전스의 극한에서는 필연적으로 다양화와 개성을 추구하는 다이버전스(divergence) 국면으로 이행이 이루어진다. 실제로 IT 분야는 이미 스마트폰으로 대변되는 수렴의 컨버전스 시대에서 제품의 분화를 일으키는 발산의 다이버전스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스마트폰처럼 다양한 기능을 갖춘 구글 글래스, 애플 시계와 반지, 나이키 신발 등이 출시되는 것을 보면 그렇다. 앞으로는 스마트폰과 연결된 목걸이나 모자 등이 등장하는 것도 시간 문제인 것 같다. 다이버전스 시대에는 컨버전스조차도 다이버전스 범주에서 시도되는 여러 시도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다이버전스 시대에서 성공적인 국가와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누구나 주인공이 될 수 있도록 다양성을 인정하고 개개인의 자유로운 상상력을 극대화시켜야 한다. 편안함에 안주하기보다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을 즐기면서 살아갈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도 조성되어야 한다. 기술을 개발하는 데 있어서도 편의성이나 효용만을 생각하지 않고 인문학적인 관점에서 그 기술이 궁극적으로 고단한 인간 삶을 위로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많은 사람이 인문학적 소양을 갖추고 이러한 흐름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때 성공적인 기술과 제품이 탄생하고 새 정부에서 추구하는 창조경제를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한동수 카이스트 전산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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