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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르네상스 다시 찾아올 것"

송고시간2013-04-10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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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아트북 출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 방한

(서울=연합뉴스) 박인영 기자 = "인터넷과 아이패드의 세상에서 아날로그적인 종이 책은 사라질 것이라고들 하지만 제 생각은 다릅니다. 종이책은 다시 한번 르네상스를 맞게 될 것입니다."

책을 예술의 경지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는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아트북 출판인 게르하르트 슈타이들(63. Gerhard Steidl)이 한국을 찾았다.

슈타이들은 11일 대림미술관에서 시작되는 '하우투 메이크 어 북 위드 슈타이들(How to Make a Book with Steidl):슈타이들 展' 개막 일정에 맞춰 방한했다.

10일 낮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일상적인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는 스마트폰이나 아이패드 같은 첨단 기기가 이상적이지만 깊이 있는 정보를 습득하는 데에는 신문이나 책처럼 느린 과정이 훨씬 효율적이다. 종이책은 절대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살아있는 아트북의 전설'로 꼽히는 그는 패션, 사진, 회화, 문학 등 다양한 예술장르뿐 아니라 상업 브랜드에 이르기까지 출판과 인쇄의 전 과정을 예술의 형식으로 완성한 인물로 평가된다.

슈타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건 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로버트 프랭크, 유르겐 텔러, 칼 라거펠트, 짐 다인, 로니 혼 등 세계적인 아티스트들과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할도르 락스네스, 귄터 그라스 등 문학가들과의 작업으로 명성을 얻었다.

또 패션 브랜드 샤넬, 펜디, 엘리자베스 아덴 등 상업 브랜드와 구겐하임미술관, 휘트니미술관,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과 갤러리의 인쇄물도 제작해왔다.

자신을 세계적인 음악가들과 오케스트라를 연결해주는 지휘자에 비유하는 그는 책 제작 단계별로 아웃소싱을 하는 세계 출판업계의 관행에서 벗어나 직원 50명을 두고 책 한 권이 나오기까지 모든 과정을 직접 진행하고 있다.

"출판의 모든 과정을 아웃소싱 없이 한 지붕 아래에서 끝내는 것을 기치로 삼고 있습니다. 아이디어를 내고 책이 출간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은 일주일에 불과합니다. 이는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고 이들 모두 자신의 일에 최대한 집중하기 때문입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 사진, 패션, 문학과 상업영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하는 예술가들의 작품을 한 권의 책으로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는 자리다.

첫 번째 전시공간에서는 패션 사진가 코토 볼로포의 콜라주와 사진작업과 귄터 그라스와 그림형제의 문학작품 표지와 일러스트 디자인 과정을 살펴보고 인도 여성사진가 다이아니타 싱의 설치작품과 작품집을 선보인다.

또 다른 공간에서는 사진작가 로버트 프랭크의 '디 아메리칸스(The Americans, 1958)'의 사진 인쇄 판본과 출간 50주년을 맞은 사진집이 슈타이들의 손을 거쳐 재탄생되는 과정을 살펴보고 팝아티스트 짐 다인의 원본 판화와 작품이 책 속에 재현되는 과정을 파노라마처럼 보여준다.

슈타이들은 "내 전시는 잘 쓰인 요리책과도 같다. 이 안에서 훌륭한 책을 만들기 위한 모든 재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전체 직원 가운데 20명은 책 만드는 법을 배우고자 각국에서 찾아온 젊은 인재들이라며 "젊은이들과 내가 가진 지식을 공유하고 전해주는 데 관심이 많다. 이를 통해 종이책이 영원히 명맥을 이어가도록 하는 것이 내 사명"이라고 설명했다.

매년 400권에 이르는 종이책을 정성 들여 만들어내는 그는 종이책의 중요성을 수차례 강조했다.

"책은 공산품이 아니라 종합 예술 작품입니다. 저는 독자들에게 책을 수집하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슈타이들의 책이 아니더라도 책을 소장하고 서재를 꾸미는 것은 가치 있는 일입니다. 좋은 서재는 집안의 보물이며 후손에게도 물려줄 수 있는 귀한 것입니다."

전시는 10월 6일까지. ☎02-720-06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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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ng0716@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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