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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은 너무 먼 곳…지역작가에 관심을"

송고시간2013-03-27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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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단 20년 만에 문학상 당선 소설가 박향 씨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 1994년 부산일보로 등단한 소설가 박향(50)에게 서울은 '먼 곳'이었다. KTX를 타면 3시간도 걸리지 않는 곳이지만 마음으로 느끼는 거리는 멀고 멀었다.

1억원 고료의 제9회 세계문학상에 당선되고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작가는 '지역작가의 외로움'부터 꺼냈다. 27일 서울 종로구 인사동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작가는 "등단 20년째지만 지방신문 신춘문예 출신이라 주목받지 못하고 지내왔다"며 "서울은 너무 먼 곳이어서 대답 없는 메아리처럼 느껴졌고 스스로 고인 물 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지방에는 작품을 소개할 지면이 많지 않았고 서울의 문예지에 원고를 보내도 답장조차 없는 일이 태반이었다. 상심한 작가에게 한 선배는 '고여 있는 물을 움직이려면 밟아서 튀기는 것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작가는 꾸준히 문학상에 도전했고 결국 세계문학상 당선의 꿈을 이뤘다.

수상작 '에메랄드 궁'은 러브모텔이 모여있는 교외의 에메랄드 모텔을 들고나는 변두리 인생의 좌절과 욕망을 그린다. 모텔엔 신생아를 안은 어린 커플이 찾아오고 여자에게 배신을 당한 벙어리 남자가 객실에서 자살을 시도한다.

상처와 좌절이 거듭되는 인생의 집결지인 에메랄드 모텔에서 작가는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나를 쓰러뜨릴 것은 없다"는 말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작가는 "'넘어져도 땅을 원망하면 안된다, 땅을 짚고 일어나야 하니까'라는 글귀를 봤는데 불행을 짚고 일어나야 희망을 발견하는 것 같다. 잔인한 말이기도 하지만 살아가려면 받아들여야 하는 이야기"라고 말했다.

작가가 모텔이라는 공간에 착안한 것은 '여자와 모텔에 들어가는 것을 봤다'고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보내며 돈을 요구한 남자의 기사를 읽고서였다. 아무한테나 문자를 보내도 절반은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을 보내왔다는 기사를 읽으며 모텔이라는 공간을 염두에 뒀다.

당선 통보를 받고 주변에 소식을 알리면서도 작가는 친하게 지낸 동료들에겐 직접 전화하지 못했다고 한다. 작가는 "지금도 외롭게 (작품을) 쓰고 있는, 이런 기회를 통해서만 자기를 알릴 수 있는 지역의 작가들에게 관심을 가져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nar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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