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생의 유일한 인터뷰 영상 공개

내달 개국 온북TV… 강원용 목사 등 미공개 영상도

아동문학가 권정생(1937~2007)의 유일한 인터뷰 영상이 공개된다.

내달 개국하는 책전문 케이블 채널 온북TV는 작가 권정생이 ‘창비어린이 창사 30주년’을 기념해 나눈 인터뷰를 다음주쯤 시험방송을 통해 내보낼 예정이다. 권 작가는 생전 영상 매체와의 인터뷰를 일절 하지 않아, 그의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 있는 것은 30분가량의 이 인터뷰가 유일하다. 그의 타계 시에도 방송사들은 이 영상 자료에서 30초 분량을 제공받아 보도했을 정도다.

세상을 뜨기 4개월 전인 2007년 1월 안동의 자택에서 인터뷰 중인 아동문학가 권정생. | 온북TV 제공

인터뷰는 권 작가가 타계하기 4개월 전인 2007년 1월 경북 안동의 그의 자택에서 진행됐다. 그의 방은 4명이 앉으면 꽉 차는 6.6㎡(2평) 크기이고, 등 뒤에는 가로로 책들이 잔뜩 쌓여 있다. 인터뷰에서 권 작가는 대표작 <몽실 언니>의 창작 배경을 이야기한다. 1980년대 초반 분위기에서 고난의 한국 현대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몽실 언니>의 출판은 쉽지 않았다. 권 작가는 대안으로 시골교회 청년회지에 연재를 시작했고, 잡지 ‘새가정’에서 연재를 이어갔다. 그러나 북한 인민군을 따뜻하게 묘사한 대목이 문제가 돼 연재가 중단되자, 잡지사로 독자들의 문의 전화가 이어졌다. 잡지사는 문제되는 장면은 삭제하겠다고 당국과 ‘타협’한 뒤 이를 권 작가에게 전했다. 그는 “쓰지 말까 생각하다가 어느 정도 하고 싶은 이야기는 나왔다”고 생각했고, 내용상 9·28 수복 이후 인민군은 북으로 올라간 뒤여서 연재를 재개하기로 했다고 한다. 책은 이후 창비에서 단행본으로 출판돼 100만권 이상 팔렸다.

권 작가는 인터뷰 말미에 요즘 세상에 대한 견해도 전한다. 텔레비전, 인터넷을 예로 들며 “끔찍하다. 왜 저렇게 보여줘야 하나 싶다”고 말한다. 안동 시내에도 볼일이 있으면 1년에 1~2번만 나간다면서, “도무지 무서워요. 자동차가 너무 많아서”라고 말한다.

온북TV는 이 밖에도 많은 미공개 희귀 영상들을 선보인다. 한국 개신교계의 거목 강원용 목사(1917~2006)는 2006년 여름 인터뷰에서 신상옥 감독의 영화에 대한 감상, 이승만 대통령에 대한 평가 등을 3시간가량 들려준다. 강 목사는 인터뷰를 마치며 “날씨가 선선해지는 가을에 다시 만나 3시간쯤 더 이야기하자”고 말했는데, 9일 뒤에 소천했다.

<죽음의 한 연구>로 유명한 박상륭 작가의 2006년 광주 조선대 강연도 공개된다. 깊고 난해한 작품 세계로 유명한 박 작가는 방송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2005년 평양에서 열린 남북작가대회 다큐는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측 작가 98명이 북녘땅에 일제히 발을 디디는 모습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평양 순안비행장의 도착성명 발표 모습,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의 작가대회, 백두산 천지에서 남북 작가들의 문학 행사 등을 볼 수 있다. 2005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행사 기록 다큐멘터리도 상영된다. 고은·신경림·김지하·이문열·황석영 등 한국을 대표하는 시인, 소설가가 유럽 독자와 만나는 모습이 공개된다.

2003년 인터넷 방송으로 출발한 온북TV는 ‘24시간 책방송’을 내걸고 4월23일 개국한다. 스마트폰 앱 ‘에브리온TV’를 통해서도 이 영상들을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