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사진집-그림책 번역본 해외서 인쇄해 오는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12년 9월 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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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돌링킨더슬리(DK)의 백과사전 시리즈 ‘자연사’에 나오는 사진.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문가가 촬영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영국 돌링킨더슬리(DK)의 백과사전 시리즈 ‘자연사’에 나오는 사진.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문가가 촬영했다. 사이언스북스 제공
영국 돌링킨더슬리(DK)의 ‘자연사’ 대백과 사전은 지구 생명의 역사 40억 년을 한눈에 들여다볼 수 있는 생물도감이다. 전 세계에서 19개 박물관과 국립동물원을 보유한 스미스소니언협회의 전문가가 촬영한 화보 5000컷이 눈을 사로잡는다. 이 책의 한국어판은 국내에서 1년간 번역과 편집을 마친 파일을 해외로 다시 보낸 뒤 3개월간 인쇄 제작 선박 운송을 거쳐 완제품 형태로 수입됐다.

사진집이나 그림책은 이처럼 한국어판도 해외에서 인쇄를 해오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복잡한 절차를 거치는 이유는 △인쇄의 질이 각국 번역판에 따라 달라지지 않도록 하고 △각국 출판사의 공동 제작으로 저작권 및 인쇄비를 절감하기 위해서다.

노의성 사이언스북스 편집장은 “국내 인쇄의 질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지지 않지만, 나라에 따라 명도와 채도의 세팅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영국 본사가 총괄해 이탈리아 독일 홍콩 등지에서 인쇄 작업을 한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인쇄하는 경우는 세계 수십 개국 출판사가 저작권을 공동 구입해 비용을 줄이는 형태로 진행한다. 이 때문에 출판사 측이 초판부터 5000∼1만 부씩 대량 주문하는 경우가 많다. 재고량이 떨어질 경우 재주문하는 데도 수개월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1년치를 미리 주문하는 것이다.

‘고릴라’ 그림으로 유명한 영국의 동화 작가 앤서니 브라운의 작품도 전량 해외에서 인쇄한다. 특히 입체 그림책인 팝업북은 제작 설계 노하우를 공개하지 않기 위해 해외에서 제작까지 전부 해오는 경우가 많다. 정가 3만 원인 로버트 사부다의 팝업북 ‘용과 괴물들이 펼치는 전설의 세계’(비룡소)도 해외에서 제작됐으며 초판을 1만 부 이상 주문했다. 이 밖에 ‘1900년 이후의 미술사’(세미콜론) ‘아트 앤드 아이디어’(한길사)처럼 도판이 중요한 미술책도 해외에서 인쇄해 수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출판계에서는 해외 유명 출판사가 일부 국가에서 일어나는 번역판 판매부수 조작을 막기 위해 직접 인쇄 및 제작에 나섰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혜영 웅진주니어 에디터는 “예전엔 팝업북처럼 제작이 어려운 동화책만 직접 인쇄했는데, 요즘에는 일반적인 그림책까지도 해외 출판사가 직접 인쇄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유명 출판사들이 저작권 인세를 확실히 관리하기 위해서가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사진집 그림책#번역본#인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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