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도서관, ‘주민의 공간’으로 사랑 듬뿍

김여란 기자

집 가까이 있어 접근성 큰 장점… 아이 학습·부모 교육 프로그램

서울 종로구에 사는 이현서양(9)은 일주일에 3~4번씩은 통인 어린이 작은도서관을 찾는다. 도서관에서 열리는 영어 수업도 듣고, 수업이 없는 날에는 책을 보러 온다. 이양은 지난해 8월 이 도서관이 생기기 전까지 더 크고, 책도 많은 도서관을 다녔다. 하지만 집에서 멀어 1주일에 한 번밖에 갈 수 없었다. 이양은 지난달 31일 도서관 개관 1주년을 맞아 열린 영어 글쓰기대회에서 최우수상도 받았다. 이양은 “도서관이 집에서 가까워 좋다”며 “혼자서도 걸어 다닐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서울시내 작은도서관들이 주민과 가장 가까운 문화학습 및 휴게 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아이들을 위한 학습이나 부모교육 프로그램 등이 다양하고, 주민들이 지역 소규모 공동체를 시작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대형 도서관에 비해 장서가 모자라지만 집 가까이 있어 손쉽게 들를 수 있는 것은 작은도서관의 큰 장점이다.

지난 8월31일 개관 1주년을 맞은 종로구 ‘통인 어린이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 학부모 회원 20여명이 모여 영어 퀴즈, 독후감 전시와 시상 등 행사를 진행했다. | 종로구 제공

지난 8월31일 개관 1주년을 맞은 종로구 ‘통인 어린이 작은 도서관’에서 어린이, 학부모 회원 20여명이 모여 영어 퀴즈, 독후감 전시와 시상 등 행사를 진행했다. | 종로구 제공

동네 작은도서관을 찾는 것도 독서의 달 9월을 즐기는 좋은 방법이다.

통인 어린이 작은도서관은 종로구의 첫 구립도서관이다. 철거 위기에 있던 229㎡ 규모의 2층 단독주택을 활용해 만들어졌다. 한글·영어책 8200여권과 DVD 600여개를 갖췄고, 2층에는 영어수업을 위한 교실이 있다. 회원은 1000여명, 영어 학습 프로그램을 듣는 아이들은 90여명이다. 이 도서관에서 진행하는 영어동화·영어독서 등 원어민 영어 수업은 월 4만~5만원의 저렴한 가격에 들을 수 있다.

초등학교 6학년 아들 민석이를 데리고 이곳을 자주 찾는 강대생씨(48)는 “비싼 학원보다 적은 부담으로 영어를 가르칠 수 있는 데다, 수업 전후로 원하는 대로 책도 읽을 수 있어 아이가 도서관 오는 걸 좋아한다”고 말했다. 현윤하양(10)도 “처음에 집 근처에 도서관이 생겨서 친구들하고 놀러 가듯이 다녔는데, 영어 수업도 학원보다 좋아보여서 제가 듣겠다고 부모님에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김영종 종로구청장은 “ ‘책 한 권이 사람을 만들고, 도서관이 소통을 만든다’는 신념으로 주민들의 욕구에 부응할 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생활밀착형 도서관을 지속적으로 건립하겠다”고 밝혔다.

강서구 가양2동주민센터 2층에 있던 마을문고는 지난 8월20일 ‘구암마을 작은도서관’이라는 이름으로 새로 개관했다. 마을문고 자원봉사자들이 가정의 교육적 기능을 회복해 학교폭력을 예방하기 위한 ‘밥상머리 콘서트’를 이곳에 유치하면서 도서관으로 새 단장하게 됐다. 주민들이 주축이 돼 만든 구암마을 작은도서관에는 주민들의 소모임 장소로 쓸 휴게실이 있고, 지역민들의 책을 기증받아 책장도 채워가고 있다.

관악구 하난곡 작은도서관에는 어린이와 부모가 책 열람뿐 아니라 놀이, 수유, 수면까지 할 수 있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강북구에 지난 8월10일 문을 연 ‘강북그린 작은 영어도서관’에는 미국 유학을 다녀온 이성일 관장이 직접 수입해온 3500여권의 어린이 영어책이 구비돼 있다. 이 관장은 “미국 아동센터에서 아이들이 시끌벅적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책을 읽는 것을 보고 한국에도 이런 도서관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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