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의 사람처럼 살아야

신정일|우리땅걷기 대표·문화사학자

영남 유학의 산실을 두고 ‘좌 안동’ ‘우 함양’이라고 부른다.

‘좌 안동’의 기틀을 세운 퇴계 이황은 조선의 대유학자다. 그에 대한 일화들이 <퇴계집>에 많이 실려 있다. 한편 한편의 글이 다 사람의 마음을 훈훈하게 하면서 오래도록 잊혀지지 않는다. 한번은 퇴계 선생을 모시고 산당(山堂)에 앉아 있는데, 앞들에 말을 타고 지나가는 사람이 있었다.

산당을 지키는 중이 “그 사람 참 괴이하다. 진사(進士) 앞을 지나가면서 말에서 내리지 않다니” 하자, 퇴계 선생이 하는 말이 “말 탄 사람이 그림 속의 사람같이 하나의 좋은 경치를 더해주는데 허물할 것이 무엇인가”라고 했다.

퇴계의 제자인 학봉 김성일이 증언하기를, 퇴계 이황은 손님에게 밥상을 차릴 때에 반드시 집에 있고 없는 것에 맞추어 차리도록 했고, 귀한 손님이라 해서 성찬을 차리지 않도록 했으며, 또 비천한 사람이나 어린이라고 해서 소홀히 하지 않게 했다고 한다.

또한 퇴계의 제자인 이덕홍이 구술하기를, 퇴계는 산수가 아름답거나 폭포수가 쏟아지는 곳이 있으면, 간혹 몸을 빼내어 홀로 가서 즐기며 시를 읊조리다가 돌아오기도 하였다고 한다. 이덕홍은 퇴계의 임종을 두고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8일에는 아침에 화분의 매화에 물을 주라고 했다. 이날은 개었는데 유시(酉時)에 이르자 갑자기 흰구름이 지붕 위에 모이고, 눈이 내려 한 치쯤 쌓였다. 조금 있다가 선생이 몸을 바르게 앉혀달라고 명하므로 붙들어 일으키자, 앉은 채로 돌아가셨다. 그러자 구름은 흩어지고 눈은 개었다.”

한 번 살다 가는 인생을 이렇게 살다 가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다.

오고 가는 것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생을 두고 ‘한 조각 구름이 일어났다가 사라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결국 돌아갈 때는 누구의 인생도 별반 다르지 않다. 그런데 우리는 인생을 너무 거창한 것으로 여기며 살고 있는 게 아닌지.

그리스의 작가인 니코스 카잔차키스는 <영혼의 자서전>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두고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아주 고상한 노래를 하나 부르자. 똥 싸고, 먹고, 방귀뀌고, 마시는 게 인생이라네.”

철학자이자 수학자인 피타고라스는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이냐.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느냐 하는 지혜를 가르쳐 주는 일이다”라고 하였다, 대문호 괴테는 “어지러운 인생도 그림에서는 아름다워 보이느니”라고 평했다.

아주 하찮은 것이 인생일 수도 있고, 아주 지고지순할 수도 있는 것이 인생이다. 당신은 어떤 인생을 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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