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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자들은 쉽게 아팠고 쉽게 다쳤고 쉽게 죽었다"

송고시간2012-06-0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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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의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출간

"빈자들은 쉽게 아팠고 쉽게 다쳤고 쉽게 죽었다"
김기태의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 출간

(서울=연합뉴스) 임형두 기자 = 질병도 학력과 소득에 따라 '낮은 곳'으로 임하는가?

김기태 씨의 저서 '대한민국 건강 불평등 보고서'는 안타깝게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어릴 적 가난의 그림자는 노년기까지 길게 드리워졌고, 암도 가난을 차별했다.

저자는 2010년 12월부터 석 달 동안 빈곤과 죽음에 관한 시리즈를 한 시사주간지에 연재했다. 이번 책은 그 시리즈를 묶은 것.

저자는 시리즈 취재를 위해 한 달 동안 호스피스 병동에서 자원봉사자로 일하고,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날밤을 새우며 곡절 많은 죽음의 사연들을 보고 들었다. 그 결론이 계층과 죽음은 함수관계였다는 것이다.

가난한 이들은 보이지 않는 건강 불평등의 장벽 앞에서 좌절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어른들의 건강에 금이 간 사회에서 아이들의 사망도 높았다.

사람의 목숨 값이 사회·경제적 여건에 따라 쉽게 오르내림을 확인하기란 어렵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산업재해 비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중에서 가장 높은 이유도 노동자의 목숨 값이 너무 싸기 때문이었다.

이는 의료불평등으로 이어졌다. '돈이 되는' 암전문센터들이 전국의 대학병원에 줄줄이 생겨나는 동안, '돈이 안 되는' 중증외상전문센터는 한 곳도 제대로 문을 연 곳이 없었다. 그래서 '싼 목숨'들이 깊이 앓고, 크게 다치고, 쉽게 사라졌다.

저자는 강조한다. 불평등하면 오래 못 살지만, 평등하면 오래 산다고. 관건은 분배와 평등이다. 이는 사례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소득 분배가 가장 공평한 일본의 수명이 가장 긴 반면, 소득 격차가 세 번째로 큰 포르투갈은 수명이 가장 짧다. 나라별 분포를 놓고 보면, 불평등 수준과 수명은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반비례하더라는 거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국내 사례들을 상세히 소개한다. 사망률로 볼 때 가난한 충북 괴산과 전남 신안이 전체 245개 시·군·구 가운데 최상위권에 속하지만 부유한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은 나란히 최하위권에 들었다. 진료횟수와 의료인력의 격차도 빈부 격차와 거의 비례했다.

나눔의집. 272쪽. 1만4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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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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