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차원적 인간

이강진 | 문학평론가·2012 경향신문 신춘문예 당선자

▲ 일차원적 인간 | H. 마르쿠제·한마음사

“인류를 전멸시킬 수도 있는 핵전쟁으로 인한 파국이 주는 위협은, 다름 아닌 이 위험을 영속시키는 세력을 보호하는 데도 기여하는 것은 아닐까? 이러한 파국을 회피해 보고자 하는 노력이, 현대 산업사회 안에 잠재하는 파국의 원인에 대한 탐구를 둔화시키고 있다. 이 파국의 원인은 사람들에 의해 규명되지도 않고 폭로되지도 않으며 공격받지도 않는다. 그 이유는 외부로부터 오는 너무나도 강렬한 위협―서방에 대한 동방으로부터의, 그리고 동방에 대한 서방으로부터의 위협―앞에서 그 원인들이 돋보이지 않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대응하여 그만큼 명백해지는 것은, 운명의 고빗사위에서 이 도전에 대처할 준비를 해야 할 필요성이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파괴수단의 평화적인 생산에 종사하고, 철저한 낭비에 의탁하고, 또한 방위하는 사람들과 방위 받는 사람들도 불구로 만드는 방위를 위해 교육을 받는다.

[오늘의 사색]일차원적 인간

이러한 위험의 원인을, 사회가 조직되고 그 구성원을 조직하는 방식에 관련지으려 하면, 우리는 즉시 다음과 같은 사실에 직면하게 된다. 즉 선진 산업사회는 이 위험을 영속시킴으로써 한층 풍요해지고 거대해지며 살기 좋아진다는 사실이다. 방위체제는 한층 많은 사람들의 생활을 더욱 살기 편하게 하고, 인간의 자연지배를 확대한다. 이러한 사정 아래서 우리의 매스미디어는 거의 아무런 곤란도 없이 개별적인 이익을 모든 상식적인 사람들의 이익으로 선전한다.”

지난 겨울, 우리는 ‘국익을 위한 자유무역’이라는 거대한 이름이 어떻게 각자의 목소리를 철저하게 묵살하는가를 지켜보아야만 했다. 합과 평균의 산술적인 마술 앞에서, 내 곁의 누군가의 생활이 송두리째 무너질 수도 있다는 위협은 너무나 손쉽게 잊혀졌다. ‘우리’를 위해서라는 저 합리적 이성은 과연 온당한가? 이제는 당연한 것들의 이면에 은폐되어 온 수많은 진실들을 마주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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