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시인 신경림 첫 동시집 출간
송고시간2012-05-23 17:33
원로시인 신경림 첫 동시집 출간
(서울=연합뉴스) 이희용 기자 = 77세의 원로시인 신경림이 처음으로 동시집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를 펴냈다.
민중시인으로 꼽히는 그가 만년에 이르러 동시를 쓰고 책으로까지 엮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새로 태어난 손자가 그와 이웃해 산 덕분이다. 손자와 만날 기회가 잦았고 이제는 시인도 많은 일에서 손을 떼어 손자와 함께 보낼 시간이 충분했다고 한다.
그는 책 말미에 "나로서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손자의 생각과 행동을 읽으면서 이것을 형상화하면 정말로 훌륭한 문학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어쩌면 성인의 삶을 그리는 것 이상의 본격적인 인간 탐구의 문학이 될 수 있다고도 생각했다"고 털어놓았다.
늙으면 어린애가 된다는 옛말처럼 나이를 많이 먹으면 생각 자체가 동심으로 돌아가는 걸까. 아니면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는 통찰력이 생기는 걸까.
손자와 친구가 되어 바라보는 세상은 맑고 깨끗하다.
"잠자면서 쑤욱쑤욱/꿈꾸면서 쑤욱쑤욱/곰돌이도 쑤욱쑤욱/개구리도 쑤욱쑤욱/(하략)"('쑤욱쑤욱' 중)
"할머니 손은 약손/(중략)/엄마 손은 요술 손/(중략)/오빠 손은 마귀 손/내 방에만 오면 잘 정돈된 내 책상/엉망진창 어질러 놓는다"('오빠 손은 마귀 손' 중)
사회 현실을 지켜보는 천진한 시선은 따뜻하면서도 너무 정직해 뜨끔한 느낌마저 든다.
"내 짝꿍은 나와/피부 색깔이 다르다/나는 그 애 커다란 눈이 좋다//내 짝꿍 엄마는 우리 엄마와/말소리가 다르다/나는 그 애 엄마 서투른 우리말이 좋다/(하략)"('달라서 좋은 내 짝꿍' 중)
"강물은 얼마나 아플까/불도저와 다이너마이트로 온몸을 온통/깨고 부수고 파헤쳐 놓았으니/(하략)"('가엾은 강물' 중)
"성적이 뭐 중요해 말하면서 선생님은/공부 잘하는 애들만 귀여워하고/(하략)"('말하면서' 중)
실천문학사. 104쪽. 1만원.
heeyong@yna.co.kr
blog.yna.co.kr/hoprave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12/05/23 17:33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