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기준은 다른 사람에게서 찾는 것이 아니라 주체적인 사고를 통해 스스로 찾아야 한다. 책 읽기는 '저자와의 대화'이자 '자신과의 대화'로 이끄는 매개체가 된다. 책을 많이 접하는 사람은 행복하기 마련이고 행복한 시민이 많으면 그만큼 시 전체의 행복지수가 늘어난다. 만족스러운 삶을 사는 시민이 많은 도시는 배려가 넘치고 안전하다. 그것은 곧 도시의 품격이며 경쟁력이 된다."

 

▲ 독서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독서콘텐츠를 개발해 책 읽는 즐거움도 제공해야 한다. 사진은 김해기적의도서관 기념행사 때 열린 ‘아빠 책 읽어주세요’ 경연대회 장면. 사진제공=김해기적의도서관


 

전국 최초 통합도서관시스템 구축
지역 47개 도서관 하나로 묶어

시민단체·문화예술 기관 주도로
독서문화사업 앞장서 이끌어야

책 읽는 사회 분위기 조성 시급
독서취약계층 발굴·지원 필요

시 “내실 채운 독서정책 펼칠 것”



2007년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한 이후 11년 간 독서문화 정책을 진행해 온 김해시의 생각이다. 시는 독서하는 시민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믿음으로 꾸준히 독서정책을 펼쳐왔다. 사실 대한민국에서 '책 읽는 도시'는 많다. 대구, 울산, 세종, 의정부, 전주 등 많은 지자체들이 '책 읽는 도시'를 선포하거나 준비단계에 있으며 이 수는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독서에 대한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음을 반증하는 자료다.
 
김해는 현재 8개의 공공도서관과 작은도서관 56개소가 자리하고 있다. 김해시는 시립도서관과 작은도서관 등 47개소의 도서관을 대상으로 통합도서관시스템과 책두레 서비스(타관대출반납)를 실시해 독서환경이 지역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촘촘한 도서관 서비스를 구현했다. 통합시스템 구축은 김해시가 기회비용을 들여 개발한 전국 최초 사례다. 전문가들은 김해에 선진적인 독서 인프라가 구축된 만큼 이제부터는 민과 관이 협력해 독서생태계를 조성하고 책 읽는 문화를 키워나가야 한다고 조언한다.
 

■타 지자체 모범사례로 평가 받아야
2007년 김해시와 '책읽는 도시 김해 만들기' 협약을 체결한 '책 읽는 사회문화재단'의 안찬수 상임이사는 "그동안 김해시는 도서관 확충, 작은도서관 지원, 각종 독서문화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정책을 만들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들은 다른 지자체에 모범이 돼왔다"고 평가했다. 그는 "다만 독서문화사업을 선도해온 도시로서 좀 더 발전적인 모습을 기대했지만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다. 김해시가 지난 10년 동안 중앙에서 활동하는 NGO와 협력해 정책을 시행해왔다면 앞으로의 10년은 김해에서 활동하고 있는 문화예술기관과 풀뿌리 시민단체가 앞장서야 한다. 이들이 주체가 돼 김해의 일자리, 교육, 문화, 복지의 현안을 풀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 칠암도서관에서 진행한 ‘길 위의 인문학’ 탐방 행사 장면. 사진제공=칠암도서관

 
'책 읽는 도시'에 대한 시민들의 낮은 인지도도 극복해야 한다. 다행히 올해 김해시가 '2018 대한민국 독서대전'을 개최할 자격을 얻은 것은 의미가 있다.
 
안 상임이사는 "대한민국 독서대전이 1회성 행사가 돼서는 안된다. 민과 관이 네트워크를 만들어 머리를 맞대 의논해야 한다. 앞으로도 '책 읽는 도시'로 발전할 수 있도록 청사진을 그려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해시는 민관 거버넌스 체제를 다지기 위해 작은 발걸음을 내딛었다. 지난달 30일 '김해시 도서관과 책문화 포럼'을 준비하고자 지역 도서관, 언론사, 문화단체 관계자들을 모아 집담회를 열기도 했다.
 

■독서인구 확대해야… 전문가의 조언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조사한 '2017년 국민독서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성인 10명 중 4명은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고 나타났다. 스마트폰 등 전자기기의 등장으로 점차 떨어지고 있는 독서율은 김해시의 고민거리다. 전문가와 시민들은 독서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어릴 때부터 책 읽는 습관 길러주고 즐거움 찾게 해야한다고 강조한다.
 
시민 강아연(36·삼계동) 씨는 "학교나 도서관에서 딱딱한 책 읽기가 아닌 재미있는 독서접근법을 제시해야 한다. 직장, 가정에도 책 읽는 문화를 키워나가야 한다. 독서에 대한 인식변화도 중요하다. 책 읽는 사회적 분위기가 형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 김해지역 작은도서관 정책의 방향을 점검하고 발전 방향을 모색하고자 열린 ‘정책 토론회’ 모습.

 
한 작은도서관 관계자는 "독서가 시민들의 일상속으로 스며들 수 있어야 한다. 독서동아리를 활성화하고 지원하는 방안도 대폭 늘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유도서관 차미옥 관장은 독서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다. 그는 "시립도서관 장서를 차별화해 특화도서관으로 운영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시민들의 독서패턴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을 통해 취약한 자료 분야를 보완해야 한다. 독서에 대한 흥미를 유발하기 위해 다양한 독서콘텐츠를 개발해 책 읽는 즐거움도 제공해야 한다. 지역 공공도서관들은 문화 다양성 증진을 위한 인문학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차 관장은 "지역 공공도서관은 작은 도서관의 활성화를 위해 멘토역할을 맡아야 한다. 또 노인복지센터, 장애인 단체 등과 협력해 독서 소외계층을 발굴해 지원하는 사업도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해문인협회 김석계 회장은 "독서율을 끌어 올리려면 작가와 독자, 평가자들의 정기적인 교류가 있어야 한다. 문인협회도 시민들을 이끌 수 있는 계몽자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으로의 김해 독서정책은?
김해시는 '책 읽는 도시 김해만들기'를 위해 올해 19억 1914만 원의 예산을 배정했다. 지난해(2017년 당초예산)에 비해 2억 1594만 원이 올랐다. 독서문화사업과 관련한 예산은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시는 범시민 독서생활화를 위해 '1인 1독서동아리' 활동, 학교별 독서토론대회 개최, 사회적 공동육아를 위한 북스타트 확대시행, 작은도서관 확대 및 활성화 등 다양한 사업을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추진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예정이다.
 
또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기 위한 동네책방 육성사업과 서비스 권역이 중첩되는 지역에 있는 작은도서관을 특성화할 계획이다. 가야 역사나 중소기업 지원, 다문화서비스 등 김해시의 특색을 살려 특화된 공공도서관을 신설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이외에도 읽고 쓰고 토론하는 김해를 만들기 위해 독서캠페인을 전개하고 도서관을 중심으로 '시민작가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확대 운영한다. 정례적인 회의, 간담회 등을 통해 시민과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각종 사업들은 시민들이 자발적이고 주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들어 나갈 계획이다.
 

▲ 책 고르기에 대한 즐거움을 주기 위해 마련된 화정글샘도서관의 ‘블라인드 북’ 프로그램.

 
시 인재육성과 관계자는 "지난 10년간은 독서기반 구축을 위한 시간이었다면, 이제부터는 확장기로 접어들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관계기관과 지역사회 구성원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사업을 전개하는 형태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2007년부터 시작된 '책 읽는 도시'만들기 사업은 당시에 신선한 정책이라는 평을 받았지만 그간 큰 변화를 느끼기 힘든 부분이 다소 있었다. 올해 대한민국 독서대전 개최를 계기로 도시 성장에 걸맞은 내실을 채워 시민들의 인문학적 소양이 한층 깊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독서정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끝>
 
김해뉴스 /배미진 기자 bmj@


이 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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