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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에 봉착한 '시온주의'…모순덩어리 나라의 미래는

송고시간2016-11-09 1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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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약속의 땅 이스라엘'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유대인은 역사적으로 매우 독특한 민족이다. 2천년 전 삶의 터전에서 내몰려 각지를 떠돌며 온갖 핍박을 받았으나 유별난 동질감으로 민족성을 유지했다.

그러다 19세기 말부터 팔레스타인에 유대 국가를 건설하자는 '시온주의'가 태동했고, 결국 1948년 유대인의 염원대로 '이스라엘'이 건국했다. 그런데 고토를 되찾은 유대인은 모순적이게도 주위에 있는 다른 민족을 압박하고 주변 지역을 점령하면서 세력을 키웠다.

이스라엘에서 태어난 저명한 칼럼니스트이자 작가인 아리 샤비트가 쓴 '약속의 땅 이스라엘'은 시온주의가 한계에 봉착했다는 전제하에 '왜 이스라엘이어야 하는가', '무엇이 이스라엘인가', '이스라엘은 존속할 것인가' 등 세 가지 질문에 답한 책이다.

[AP=연합뉴스 자료사진]

[AP=연합뉴스 자료사진]

그는 자신의 증조부가 영국에서 배를 타고 이스라엘로 건너와 정착한 1897년부터 미국과 이란이 핵 협상을 타결한 2015년까지 약 120년간의 역사를 시간순으로 돌아본다. 저자의 가족사뿐만 아니라 심층 면담, 일기와 편지, 각종 문헌 등 개인적 사건들을 통해 현대사를 재구성한다.

19세기 후반에 시온주의가 싹튼 배경은 세상이 급격하게 변화했기 때문이다. 신과 게토에 의지해 정체성을 지켜왔던 유대인들은 유럽에 몰아친 세속화와 해방의 물결로 인해 고립된 삶을 고수하기 힘들어졌다.

그 결과 저자의 증조부처럼 팔레스타인에 이주하는 유대인이 늘어났다. 20세기 초반에는 유대인들이 땅을 개간하고 오렌지 농장을 운영하면서 공존을 모색한 탓에 아랍 토착민과의 사이가 나쁘지 않았다.

그러나 이내 유대인과 토착민 간의 분쟁이 촉발됐고, 유럽의 인종청소와 맞물려 시온주의는 더욱 힘을 얻었다. 특히 이스라엘 정부가 수립된 직후에는 3년 6개월간 70만명 가까운 유대인들이 몰려들었다.

그는 1950년 이후의 역사 중 굵직굵직한 장면을 뽑아 소개하면서 이스라엘과 유대인이 생존을 위해 피로 얼룩진 길을 걸어왔다고 자평한다.

저자는 유대인에 대해 "상상할 수 있는 한 최고로 따분하면서도 껄끄러운 민족"이라며 "우리가 이해하지도 못하고 파악할 수도 없는 서사 영화에 출연한 오합지졸"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 땅에서 실제 얻은 건 결국 끊임없는 모험"이라고 강조한 뒤 "이 나라에서는 행복도 마음의 평화도 누릴 수 없다"고 주장한다.

글항아리. 최로미 옮김. 696쪽. 3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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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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