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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처님 가르침과 사회운동은 따로따로도 아니고 둘도 아닙니다. 부처님 가르침을 복지활동으로 실천하면 자비가 되고, 사회운동으로 실천하면 그 실천이 곧 하화중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고전을 살피고 현실을 되짚어 봐도 지도자들이 갖추어야 제일의 덕목은 믿음(信)입니다. 뜻글자인 신(信)자는 '사람 인(亻)'과 '말씀 언(言)'으로 이루어진 회의문자입니다. (사람에 대한) 믿음(信)은 그 사람(亻)의 말(言)에 달렸다는 걸 나타내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인간관계에서 언행일치(言行一致, 말과 행동이 같아야 한다)는 누구에게나 요구되는 최소한의 덕목입니다. 타·자칭 지식인들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지행합일(知行合一)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좋은 뜻을 가진 말을 두루 꿰고 있다면 누구나 듣기 좋아할 찰떡같은 말을 청산유수로 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정작 행동을 개떡 같이 하면 어느 누구도 그 사람을 믿지 않을 거며, 지식인으로 존경하지도 않을 것입니다.

이 스님을 생각하면 '영욕(榮辱)'이라는 두 글자가 대비를 이룹니다. 웬만한 스님은 평생 한 번도 못할 총무원장을 두 번씩이나 역임했고, 세속의 국회의장쯤에 해당하는 중앙종회의장까지 역임한 경력은 분명 영광입니다.

하지만 국가 공권력에 의해 자행된 10·27 법난 때, 장삼을 입은 채 계엄사령부로 끌려가 조사를 받고, 총무원장직에서 강제 사직을 당해 외국에서 원치 않는 삶을 살아야 했던 사실은 종단차원은 물론 개인적으로도 분명 욕된 이력입니다.

종교 지도자들은 말을 많이 합니다. 말을 많이 하기 때문에 '언행일치'나 '지행합일'로 견줄 수 있는 평가에 자주 노출 될 수밖에 없습니다. 말은 물리적 흔적을 남기지 않습니다. 하지만 글은 기록으로 남습니다.

월주 스님 법어집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지은이 송월주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9월 24일 / 값 16,500원)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지은이 송월주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9월 24일 / 값 16,500원)
ⓒ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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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지은이 송월주, 펴낸곳 민족사)는 올해로 법랍 60년을 맞는 월주 스님이 그동안 이런 자리에서 한 법문과 저런 자리에서 한 인터뷰 내용을 엮은 내용입니다.

그동안 살아온 당신의 삶이 당신께서 한 말과 얼마나 일치하는지를 가늠해 보라는 듯 무형이었던 말들을 유형의 글로 엮어내신 것입니다.

마실 물이 없어 고통 받는 이들에게 2243개의 우물을 파주고, 일본군들에게 영혼마저 짓밟힌 위안부 할머니들이 기댈 수 있었던 보금자리 '나눔의 집'을 만들고, 피죽마저도 배불리 먹지 못하는 북한 동포 돕기에 앞장서고, 학교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해 학교를 지어주는 등 월주 스님이 살아온 삶은 나날이 자비이며 나날이 언행일치입니다.

두 발로 걸어 다니는 땅에는 세속인들이 복닥거리며 사는 세간과 출가 수행자들의 영역인 출세간이 서로의 삶을 이간질을 하듯 이렇게 저렇게 구분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월주 스님이 보여준 수행자의 삶에는 그깟 영역쯤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머리를 삭발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계시니 언뜻 보기에는 출세간의 영역을 긋고 계신 것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스님께서 살아오신 삶은 대사회적인 복지운동이고, 사회운동이고, 평화운동이고, 인권운동가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청계천은 물을 흐르게 했으니 순리(順理)이자 순천(順天)이라 할 수 있지만, 운하 사업은 진리에 어긋나는 일이며 역리(逆理)이자 역천(逆天)입니다.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한반도 대운하 구상'은 단군 이래 우리 민족 구성원의 생명 터전인 국토와 환경을 파괴하는 대단히 잘못된 일임이 분명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부처님 법과 불국토의 기반을 무너뜨리는 일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296쪽, 불기 2552년(2008년) 3월 7일 봉암사 법어

스님께서는 수행을 핑계로 절에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잘못하는 정치권에는 바른 소리하기를 머뭇거리지 않고, 비뚤어진 사회에 대해서는 쓴 소릴 하길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구석진 어디서 신음소리가 들리면 귀기우려 듣고, 아파하는 소리가 들리면 약 손질 같은 위로를 빼 놓지 않으셨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도자들이 솔선수범해야하고 알리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이런 점에서 새삼스레 북침이니 남침이니 말이 나오는 것이 걱정스러운 현상입니다. "아닌 것은 아니다"라고 명확히 알려줘야 합니다. 특히나 잘못된 역사교과서는 단순한 오류에 그치지 않고 민족의 혼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375쪽, 2015년 7월 3일, 평택신문 강성용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스님의 길과 사회운동가의 길, 둘 아닌 하나

스님께서 왕년에 어떤 말을 했느냐하는 것도 분명 중요합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당신께서 한 말과 당신이 삶아온 삶이 얼마나 일치하느냐가 훨씬 더 중요합니다.

월주 스님이 그동안 법문이나 인터뷰 등을 통해 세상에 내놓았던 말을 이렇듯 책으로 엮어 내놓는 커다란 뜻은 자비와 복지가 둘이 아니며, 하화중생과 사회운동이 둘이 아닌 하나임을 당신의 수행이력으로 입증함으로 세상 사람들에게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님을 증명해 보이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책은, 삭발을 하고 잿빛 승복을 입고 있다는 이유로 정치·경제·사회적 부조리에 외면하는 건 스스로 세간과 출세간을 구분하는 속박이자 이간질임을 스스로 깨닫게 알려 줍니다.

복지운동에 앞장서고, 사회운동에 앞장서고, 평화운동에 앞장서고, 인권운동에 앞장서고, 행복을 전하는 실천이야말로 부처님의 삶을 닮아가는 숭고한 수행, 부처님의 가르침 온전히 실천하며 전하는 해탈의 삶, 열반의 길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덧붙이는 글 |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지은이 송월주 / 펴낸곳 민족사 / 2016년 9월 24일 / 값 16,500원)



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 태공 월주 큰스님 법문집

송월주 지음, 민족사(2016)


태그:#세간과 출세간이 둘이 아니다, #송월주, #민족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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