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시집 ‘울고 들어온…’ 펴낸 섬진강 시인 김용택
이번으로 12번째 시집…삶에 대한 후회와 반성 같은 글이 많아
복잡한 문제에 사회가 답을 못하니 요즘은 되레 시가 잘 읽혀
“나는/ 어느날이라는 말이 좋다./ 어느날 나는 태어났고/ 어느날 당신도 만났으니까./ 그리고/ 오늘도 어느날이니까./ 나의 시는/ 어느날의 일이고/ 어느날에 썼다.”(‘어느날’)
‘섬진강 시인’ 김용택 시인(68)이 3년 만에 새 시집 <울고 들어온 너에게>(창비)를 출간했다. 1982년 창비에서 나온 <21인 신작시집>에 연작시 ‘섬진강 1’을 발표하면서 등단한 그의 12번째 시집이다.
김 시인은 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마치 사랑하는 여자를 자꾸 보고 싶듯이, 한 번 보면 궁금해지고 또 보고 싶은 시가 좋은 시”라며 이번 시집에 실린 ‘어느날’이라는 시는 시인에게도 ‘또 보고 싶은 시’라고 했다.
“우리는 ‘어느날’을 살아가고, ‘어느날’ 모든 것이 다 이루어지고, ‘어느날’ 또 죽을 거 아니에요. ‘어느날’이라는 말이 많은 걸 함축하고 있더라고요.”
김 시인은 섬진강 근처인 전북 임실 진메마을에서 30여년 동안 초등학교 교사 생활을 하다 2008년 퇴직했다. 이후 전주로 나와 생활하다 지난 4월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그는 “몇해를 걸”어 자신이 도착한 곳이 결국은 “도로 여기”(‘도착’)임을 확인했다고 했다.
“1970∼1990년대는 우리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들이 강했습니다.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자연과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기를 겪었지요. 저도 태어나고 자라왔던 삶의 정서 속으로 다시 되돌아온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내 인생이 시작했던 곳에 도착했다는 느낌의 글들을 썼지요.”
김 시인은 “예전에는 사람들이 들일을 하고 있으면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책 보고 글 쓰는 게 이웃들한테 좀 미안했다”며 “이제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몰라도 ‘잘못하’고 ‘잘하’고 등 이런 것들에 대한 삶의 가치에서 벗어난 것 같아 홀가분하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이라는 두께와 깊이가 나를 자유롭게 해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서 “그래서 이번 시집에는 삶에 대한 아픈 후회와 반성 같은 시들이 많이 수록돼있다”고 했다.
고향으로 돌아온 김 시인은 오후 8∼9시면 잠자리에 들고 새벽 3∼4시면 일어나 책도 읽고, 신문도 보는 편안한 일상을 보내고 있다. 요즘은 특히 정치인들의 인터뷰 기사를 열심히 읽는다.
김 시인은 “시가 삶에 필요없는 것 같지만 시는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게 한다”고 했다. 그는 “‘잘살고 있는가’ ‘바르게 살고 있는가’ 등 세상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하는 게 시”라며 “정치·경제 등 복잡한 문제에 우리 사회가 제대로 답을 못해주고 있기 때문에 요즘은 오히려 시가 잘 읽힌다”고 했다.
“시인은 시로 세상에 얘기를 해야 하지요. 하지만 시 밖에서 얘길 좀 한다면, 이념·지역 문제 등 우리 사회는 얽히고설켜서 돌파구를 찾기가 매우 힘듭니다. 제가 나무를 좋아하는데요. 나무는 정면도 없고, 경계도 없습니다. 바라보는 쪽이 정면이죠. 무엇이든 다 받아들여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냅니다. 정면을 지우고 경계를 지워서 희망·행복을 얘기할 수 있는 정치지도자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래서 내년 대선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