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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문화> ③ 도서정가제 정착됐으나 시장 침체는 여전

송고시간2015-12-0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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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움받을 용기'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가벼운 책 인기 트렌드웹툰 문화 콘텐츠 핵으로 자리 잡아…김영사 사태로 출판계 이미지 훼손 우려도

(서울=연합뉴스) 권혜진 기자 = 2015년 한 해 출판계 최대 화두는 단연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베스트셀러 순위 1위를 이어가며 온·오프라인 서점 양쪽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심리학 책이 인기를 얻으면서 전체적으로 인문학 도서의 매출이 늘어났다.

그러나 이런 인기는 일부 도서에만 국한됐을 뿐 전체적인 출판 시장은 여전히 침체를 면치 못했다. 출판계의 출혈 경쟁을 막고 온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낮은 지방 중소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도입된 도서정가제는 1년 새 시장에 안착하는 듯 보이지만 독서 인구 감소라는 대세로 인한 어려움까지는 피하지 못했다.

가구당 도서 구입비는 매년 줄어들면서 출판계 전체가 위기에 처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스타 기획자'인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와 김강유 회장 간의 갈등이 터져 출판계의 어두운 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 시행 1년 도서정가제 정착…출판시장 침체는 여전

올해 출판계는 새로운 시험인 도서정가제가 시행 1년을 맞았다. 출판계의 과도한 할인 경쟁을 막고 중소 서점을 보호하기 위해 신간과 구간을 막론하고 할인 폭을 15%로 제한한 이 정책은 지난해 11월 21일 도입됐다.

도서정가제 시행 1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되돌아본 결과 당초 기대대로 책값은 안정화되고 동네 서점은 경쟁력 확보 효과를 거뒀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서정가제 시행 이후부터 지난 10월 31일까지 출판시장 변화 추이를 모니터링해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신간 단행본의 평균 정가는 1만7천916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출간된 신간 도서의 평균정가 1만9천106원보다 6.2% 내렸다.

이와 함께 베스트셀러 순위 20위권 안에 포함된 도서 중 신간이 90%(6개 대형서점 베스트셀러 30종 중 27종)에 달했다.

신간 발간이 줄어들 것이라는 일각의 우려와 달리 발간 종수도 5만3천353종으로, 전년 대비로는 7.4% 감소했지만 2013년(5만3천220종)과 비교하면 크게 줄지 않았다.

또한 지역단위 중소서점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다소 증가했다. 온라인 및 대형서점의 매출은 다소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개선됐다.

그러나 새 도서정가제로 책이 '가격' 대신 '가치'로 평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는 아직 실현되지 못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책값은 내렸지만 판매량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으며 출판시장이 좀처럼 침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어서다.

한국출판인회의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71%가 매출이 작년보다 줄었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가구당 책 구입 액수는 매년 줄어드는 추세다.

한국출판저작권연구소장이 최근 발표한 '2015년 3분기 출판산업 지표 잠정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가구당 월평균 서적구입비는 1만6천752원으로, 조사를 시작한 2003년 이후 역대 3분기 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제도상의 문제라기보다 스마트폰 확산 등으로 독서 인구가 줄어드는 것과 관련됐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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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거운 시대를 가벼운 책으로 견디다…'미움받을 용기' 인기몰이

독서 인구가 날이 갈수록 줄어드는 가운데 베스트셀러 순위에선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상위권을 차지했다.

올해 가장 큰 인기를 누린 책은 일본 철학자 겸 작가인 기시미 이치로의 '미움받을 용기'다. 이 책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에서 동시에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경신하며 관심을 불러모았다.

이 책의 인기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출판인들 사이에서 1년 내내 큰 화젯거리가 됐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선 지난 10월 2주차(7~13일)에 35주 연속 주간 판매량 1위 자리를 지키며 최장기간 주간 베스트셀러로 등극했다. 기존 최장기 1위 도서는 2011년 34주간 종합 1위를 차지한 김난도의 '아프니까 청춘이다'였다.

마찬가지로 대표 온라인 서점인 예스24에서도 기존 역대 최장기 1위 도서인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누루고 총 40주간 1위를 차지하며 최장기 베스트셀러 기록을 세웠다.

1년이 52주라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올해의 3분의 2 이상을 이 책이 베스트셀러 정상을 고수한 셈이다.

오스트리아 정신과의사인 알프레트 아들러의 이론을 청년과 철학자의 대화를 통해 소개하는 이 책은 국내에 '아들러 심리학' 열풍을 가져왔다. 이 때문에 저자인 기시미 이치로가 쓴 책이 총 14종이나 출간됐으며 제목에 '용기'가 조합된 도서도 앞다퉈 출간됐다.

그 뒤를 이어 팟캐스트 진행자 채사장의 '지적 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과 조해너 배스포드의 '비밀의 정원'이 각각 교보문고 종합 2, 3위에 올랐다.

'지적대화를 위한 넓고 얕은 지식'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각 분야를 망라하며 기본적인 상식을 마치 이야기하듯 구어체로 알려주는 교양서다.

또 '비밀의 정원'은 컬러링북으로, 20~30대 여성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필사 도서의 인기로 이어졌다.

이처럼 상대적으로 '가벼운' 책이 인기를 끄는데 대해 출판계서는 메르스와 테러 위협, 취업난 등으로 불안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불안한 시대에 책에서 길을 찾으려거나 가벼운 책으로 마음을 비우고 스트레스를 풀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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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소스 멀티유즈'의 근간으로 자리잡은 웹툰

웹툰의 인기는 올해도 지속되면서 문화 콘텐츠의 핵으로 부상했다. 온라인에서 인기를 얻은 웹툰이 잇달아 드라마나 뮤지컬, 영화로 제작되며 '원소스 멀티유즈'의 대표격으로 자리잡고 있으며 웹툰 작가들 또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대중에 얼굴을 알리고 있다.

지난해는 윤태호 작가의 '미생'이 드라마로 제작돼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다면 올해는 최규석 작가의 '송곳'이 드라마로 만들어지며 원작도 재조명받았다.

또 일본 작가 마스다 미리의 '결혼하지 않아도 괜찮을까', '지금 이대로 괜찮은 걸까' 등 일명 '수짱 시리즈'가 영화로 제작되면서 출판계에서도 관심을 끌었다.

묻혀있던 원착 소설이 영화가 상영되면서 다시 주목받는 사례도 있다. 올해 교보문고 양서분야 베스트셀러 2위에 오른 앤디 위어의 소설 '마션'은 동명의 영화가 개봉하면서 재조명됐다.

셰릴 스트레이드의 '와일드', 제임스 대시너의 '더 메이즈 러너' 시리즈도 영화 개봉을 통해 다시 베스트셀러 순위권에 진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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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대표 출판사 김영사의 내부 갈등에 출판계 '시끌'

출판계 내부에서는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던 박은주 전 김영사 대표와 김강유 회장 간의 갈등이 입에 많이 오르내렸다.

소문으로만 떠돌던 두 사람의 반목이 박 전 대표가 대표이사직을 사임한 뒤 김 회장을 353억원 규모의 업무상 횡령, 배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하면서 수면 위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는 김 회장이 실제 업무를 보지 않으면서 급여 등의 명목으로 30여억원을 받아가는 한편 친형이 대표로 있는 업체를 부당 지원해 회사에 35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한편 회장이 자신에게 45억원의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한 약속을 어겼다며 검찰에 고소했다.

이에 대해 김영사는 박 전 대표가 부정한 방법으로 회사에 손해를 끼쳐 지난해부터 감사를 벌였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분쟁과 관련, 최근 서울중앙지검 조사1부는 김 회장을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했다고 밝혔다.

국내 대표 출판사에서 일어난 돈과 경영권, 종교 문제가 얽힌 두 사람의 싸움은 결과적으로 출판계 전체 대한 이미지 훼손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출판계 일각에선 우려를 표했다.

luci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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