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삶

성장과 개발논리 비판 거세지면서 부활한 ‘일리치’

심진용 기자

그림자 노동이반 일리치 지음·노승영 옮김 | 사월의책 | 240쪽 | 1만5000원

전문가들의 사회이반 일리치 외 지음·신수열 옮김 | 사월의책 | 176쪽 | 1만3000원

이반 일리치와 함께 활동했던 평화운동가 더글러스 러미스는 “1970~1980년대 한동안 일리치 열풍이 있었다. 이제 사람들은 더 이상 일리치를 읽지 않는 듯하다”고 했다. 한국에서도 과거 번역돼 나온 일리치 저작 다수가 절판되거나 쉽게 구하기 힘든 상태다. 그러나 그의 사상은 여전히 유효하다. 일리치가 거론한 경제성장과 개발논리를 둘러싼 문제들은 지금도 비판과 숙고의 장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그가 사망한 2002년 이후 그의 사상이 다시 주목받고 있는 이유다.

[책과 삶]성장과 개발논리 비판 거세지면서 부활한 ‘일리치’

모두 9권으로 2017년 완간 예정인 ‘이반 일리치 전집’ 1차분인 <그림자 노동>과 <전문가들의 사회>가 나왔다. 1979~1980년까지 일리치의 강연 원고를 묶은 <그림자 노동>은 현대의 일상화된 노동이 사실은 상품의 대량생산을 통해 경제를 끊임없이 성장시키기 위한 기획된 노동임을 이야기하고 있다. 책은 무보수의 생산활동인 ‘자급자족 노동’과 보수를 받지만 상품생산을 위해 일하는 ‘임금 노동’과 함께 생산에 기여도 없이 임금 노동을 뒷받침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림자 노동’의 개념을 설명한다. 전업주부들이 집에서 하는 대부분의 가사노동과 장보기, 학생들의 벼락치기 시험공부, 직장 통근 등이 여기에 속한다. 일리치는 그림자 노동을 통해 경제발전과 성장의 이데올로기가 어떻게 현실에서 관철될 수 있었는지를 분석했다.

<전문가들의 사회>는 일리치와 어빙 케네스 졸라 등 5명 필자들의 글을 엮은 책이다. 전문가들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사회에서 자신들의 권력과 이익을 강화해왔다고 비판한다. 전문가들이 사회의 필요와 충족을 독점하면서 시민은 ‘고객’으로, 국가는 전문가들의 ‘기업’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고 그 결과 일반 시민들은 스스로 운명을 결정하는 자결 능력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일리치는 자신이 살았던 20세기를 ‘인간을 불구화하는 전문가 시대’로 명명할 것을 제안하면서 전문가 이후의 사회가 도래했을 때 “과거와 현재의 모든 문화를 합친 것보다 더 다채롭고 흥미진진한 사회적 파노라마를 보여줄 것이 틀림없다”고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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