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율의출발새아침] 둘리도 금서? "금서" 같이 읽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

[신율의출발새아침] 둘리도 금서? "금서" 같이 읽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

2015.08.26. 오전 11:10
댓글
글자크기설정
인쇄하기
[신율의출발새아침] 둘리도 금서? "금서" 같이 읽기 운동을 벌이는 이유
AD
YTN라디오(FM 94.5) [신율의 출발 새아침]

□ 방송일시 : 2015년 8월 26일(수요일)
□ 출연자 : 안찬수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

- 9월 첫주, 금서읽기 주간
- 열린 사회로 가자는 취지
- 독서의 자유, 알 권리, 진리까지 생각해보자
- 옛날 금서가 오늘의 고전
- 둘리, 베르테르의 슬픔도 한때 금서
- 특정단체, 정서상의 금서는 여전히 존재

◇ 신율 앵커(이하 신율): 다음 주가 벌써 9월입니다. 가을, 천고마비의 계절, 그리고 독서의 계절인데요. 그런데 독서의 계절이지만 바빠서 책 못 읽으시는 분 많죠? 그리고 취업 준비 때문에 책 잘 못 읽으실 텐데요. 그런데 다음 주에 특이한 책읽기 운동이 벌어집니다. 이름하여 금서읽기 주간인데요. 한 때 금지곡이었지만 지금은 명곡으로 인정받는 노래가 있듯, 금서도 시간이 지나 고전으로 인정받는 게 꽤 있습니다. 금서읽기 주간, 어떤 건지 좀 알아보죠.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의 안찬수 대표 전화로 만납니다. 안 대표님, 나와 계십니까?

◆ 안찬수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이하 안찬수): 네, 안녕하세요.

◇ 신율: 독서의 계절에 금서읽기를 한다. 어떤 취지입니까?

◆ 안찬수: 우리사회에 여러 나아갈 방향이 있는데 조금 더 열린사회로 가면 좋겠다. 이런 취지입니다. 9월은 독서의 달입니다. 우리나라에 2006년에 지정되어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독서문화진흥법이 있습니다. 거기서 9월을 독서의 달로 정해서 조금 더 책을 읽고, 우리 시민들이 생각하고 판단하고 성찰하는 시민이 되자, 이런 취지의 법을 가지고 있는데요.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은 단체들이 최근에 좀 닫혀가고 있지 않나? 그래서 그 첫 번째 주간을 금서를 읽고, 조금 더 열린사회로 나아가보자, 이런 취지의 사회적 제안인거죠. 그래서 학교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 또 여러 독서모임에서 금서로 지정되었던 책들, 사회적으로 공격받거나, 종교적으로 또는 특정한 기관, 단체에서 문제가 제기되었던 책들이 과연 왜 문제가 제기되었나? 그런 것을 따져 읽자는 취지인데요. 이번에 제안을 하다보니까 뚜렷이 드러나는 게, 옛날에는 금서였던 것이 오늘에는 고전이다. 이렇게 말씀드릴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사상사나 문화사에서 아주 빼놓을 수 없는 저작들, 문학 고전들, 이런 것들이 한때 다 금서로서 문제가 되었던 책들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습니다.

◇ 신율: 지금 말씀하셨듯이 예전에는 금서였는데 지금은 고전인 것, 예를 들면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이것도 금서였죠?

◆ 안찬수: 네, 제가 이번에 제안을 하면서 작가라든지 시인, 또 학교의 선생님들, 그림 그리시는 분들, 여러 분들에게 추천을 받았는데요. 그렇게 하는 과정에서 저는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같이 읽어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이 책이 18세기 후반, 1700년대에 펴낸 책인데요. 처음에 나올 때 이 책이 자살을 부추긴다고, 베르테르가 연애에 실패하고 절망감 속에서 자살하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당시 라이프치히 의회에서 이걸 읽히면 안 된다. 지금 젊은층에게 읽게 하면 안 된다. 이런 금서조치를 했어요. 그런데 지금 우리 세계문학전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전 아니겠습니까? 그런 책들이 상당수가 추천되었어요.

◇ 신율: 사실 예전에 보면 조금 억울하게 당하신 분들도 있어요. 브루노라는 유럽의 수도사는 지동설을 주장하다가 화형당하지 않았습니까? 모든 책이 금서가 되었고요. 갈릴레이 갈릴레오도 화형까지는 안 당했습니다만 문제가 되었었는데요. 그런데 재밌는 게 코페르니쿠스 같은 경우는 생존 당시에도 그 사람이 썼던 책이 금서가 아니었고, 책을 아주 묘한 게 쓴 모양이더라고요. 그래서 코페르니쿠스가 죽고 나서 100년인가 50년 후에 교황청에서 그걸 금서로 정했는데요. 이런 것들이 꽤 많죠?

◆ 안찬수: 많습니다. 금서를 읽자는 취지에서도 그런 말씀을 드렸는데요. 그러니까 우리가 지금 참이라고 알고 있는 것, 진리라고 알고 있는 것, 옳다고 생각하는 것, 이런 것들이 사실 그것을 비판하고 문제제기했던 과정을 통해서 수정되고 보완되고 더 참된 진리, 지금 교수님이 말씀하신 게 대표적인 사례인데 과거에는 천동설이었단 말이죠. 그런데 지동설을 주장했던 분들의 역사가 있는데, 천동설만 계속 옳다고 했던 교황청 같은 곳에서는 지동설을 주장하는 것은 문제다, 이렇게 해서 못 읽게 했거든요. 그런데 우리가 근대과학 교육에서는 전부 다 지동설로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런 과정을 우리가 역사적으로 따져 읽고, 왜 이런 것들이 금서가 되었는지 한 번 살펴보는, 그러면서 읽을거리라든지 독서의 자유, 도서관의 자유, 알 권리, 진리의 문제, 이런 것들을 조금 더 확대해서 살펴보자, 이런 취지입니다.

◇ 신율: 네, 제가 참 재미있는 생각을 예전부터 한 게 있는데, 우리가 흔히 지금 사회를 정보사회라고 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정보의 중요성은 옛날부터 있었던 것 같아요. 예를 들어서 19세기까지 유럽에서 나온 책의 90% 정도가 라틴어로 쓰여 있었고, 10%만 해당 언어로 쓰였는데요. 우리도 마찬가지였죠. 한문으로 쓰여 있고, 한글로 쓰였던 책이 굉장히 소수였던 것처럼, 그건 결국 그 당시 존재했던 지배세력, 권력을 가진 사람들이 정보를 자신들만 누리기 위해서 자신들만의 언어로 책을 썼다는 것의 반증이거든요. 그래서 제가 볼 때 정보는 예나 지금이나 참 중요하다. 이런 생각도 들고요.

◆ 안찬수: 그런데 우리 역사에서도 예를 들어서 조선시대에만 해도, 성리학이 가장 핵심적인 진리였고, 그래서 예를 들면 양명학 책들은 중국에 가서 책들을 보고 가져오고 했는데요. 양명학 책을 못 읽게 했어요. 그런데 19세기 지성사를 보면 오로지 성리학, 이렇게 하니까 실제로 근대 위기상황이 19세기 말에 벌어졌을 때, 양명학을 공부했던 분들이 사실 상당히 중요한 문제제기를 했거든요. 매천 황현이라든지, 강화도에 있었던 이건창 형제라든지, 그런 역사만 봐도 신율 교수님이 말씀하신 부분이 굉장히 두드러지게 부각되는데요. 이런 것들을 한 번 같이 읽고, 토론하고, 그렇게 하자는 취지입니다.

◇ 신율: 그런데요. 재미있는 게 요새도 금서였던 것이 있는데 이 중에서 <아기공룡 둘리>가 있었다고 하죠? 이게 어떻게 된 건가요?

◆ 안찬수: 이번에 추천한 책 중에 하나인데요. 박재동 화백이 추천하셨어요. 그런데 박재동 화백 말씀이 이게 처음에 공룡이 주인공이 아니었다. 그런데 당시 김수정 작가가 그릴 때 둘리가 너무 개구쟁이인 거예요. 그래서 아이들이 버릇이 나빠진다고 해서 당시 시민단체들이 이 책은 아이들에게 읽히면 안 되겠다. 그래서 주인공을 아기공룡으로 바꾸었고, 공룡 캐릭터로 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그러니까 사실 아기공룡 둘리라는 게 검열이나 금서 기재에 의해서 탄생한 것이다. 그래서 그 역사를 말씀하시면서 그걸 한 번 봤으면 좋겠다고 추천하셨어요.

◇ 신율: 참 기가 막힌 일이 많은데요. 금서였다가 풀린 책이 많죠. 특히 7~80년대 군부 독재정권이 횡횡하던 시절에는 금서가 많았으니까요.

◆ 안찬수: 그렇습니다. 사실 우리 사회는 국가 행정권, 국가기관이 이건 읽으면 안 된다고 해서 사전에 제재하거나 소각하거나 압수하거나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습니다. 특정한 단체나 이해, 종교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문제제기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실제로 공권력이 개입해서 ‘이건 안 돼’, 이렇게 하는 것은 87년 민주화 헌법 이후에는 벌어지지 않는다고 봐야 되거든요. 물론 그 중간 중간에 문제가 되었던 책들이 있지만 실제로 많이 열렸는데요. 더 열어나가자는 뜻이죠. 그래서 왜 권위주의 체제에서는 그런 책들을 읽지 못하게 했는가? 이런 것도 한 번 따져서 생각해보고, 그런 것들이 우리 사회를 민주사회로 만드는 데 어떻게 기여했는가, 이런 것도 생각해보고, 이런 취지로 금서읽기 주간이 제안된 것입니다.

◇ 신율: 그러니까 사실 독자한테 판단을 맡겨야 하는데 그 판단을 행정기관이 한다면, 그건 앞뒤가 안 맞는 말이죠.

◆ 안찬수: 그렇습니다. 금서읽기 주간의 취지에도 누군가 다른 사람의 판단이 아니고 스스로 읽고 이 책이 왜 문제가 되었지? 이렇게 생각하고, 독자 스스로 판단하는 능력을 우리 사회가 키워나가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 신율: 그게 통제한다고 되는 게 아니거든요. 중세 말기 근대 초기에 독일에 <루신데>라는 소설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루신데>라는 소설은 결혼과 사랑을 결부시킨 최초의 소설이거든요. 다시 말해서 ‘사랑하기 때문에 결혼한다’ 지금 들으면 깜짝 놀랄 거예요. 그게 뭐가 문제인가? 하지만 그때는 결혼과 사랑이 분리되어 있던 시절이고, 그렇기 때문에 그 소설이 굉장히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이게 문제가 되니까 이걸 막았거든요. 하지만 그걸 막는다고 그 존재가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막는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그런 것을 생각해보게 되는 부분이네요.

◆ 안찬수: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그냥 의례적으로 법으로 정한 독서의 달이다. 이렇게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사실 교수님이 모두에서 말씀하셨듯이 다들 바쁘세요. 그런데다가 최근에 매체 변화가 아주 급격하게 일어나서 대부분 손에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들고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기왕 읽을 때 금서들을 손에 잡으시면서, 왜 이런 책들을 그 시대에는 읽지 못하게 했을까? 이런 것들을 좀 따져보고, 사실 금서의 역사는 책의 문화사이기도 하고, 출판사이기도 하고, 우리 사상사이기도 하고 그렇거든요. 그래서 그런 맥락들을 읽고, 이 시대에는 어떤 책들이 문제가 되는지, 이런 것도 알아보고, 그래서 우리 사회가 조금 더 열려나가고, 이렇게 하자, 이런 제안입니다.

◇ 신율: 네, 좋은 제안이고 많은 분들이 거기에 동참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안찬수: 이 제안을 하니까 언론매체에서도 굉장히 반응이 뜨겁고요. 구체적으로 제가 들은 것은 학교에서도 선생님들이 우리도 동참하겠다면서 금서였던 책 중에 좋은 고전작품들을 아이들과 같이 읽고 토론해보겠다고 합니다.

◇ 신율: 그럼요. 아무리 공권력이 힘이 세더라도 마음을 가둘 수는 없습니다. 그런 차원에서 금서를 읽으며 그 시대의 시대상을 되돌아보는 것도 아주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안찬수: 네, 고맙습니다.

◇ 신율: 지금까지 안찬수 바람직한 독서문화를 위한 시민연대 대표였습니다.


[저작권자(c) YT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 데이터 활용 금지]
YTN 프로그램 개편 기념 특별 이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