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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간] 독서학원 다녀야 될지 모르는 공시생들



사회 일반

    [행간] 독서학원 다녀야 될지 모르는 공시생들

     


    ■ 방송 :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박재홍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박재홍>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 나와계십니다. 어서 오십시오.

    ◆ 김성완> 네, 안녕하세요.

    ◇ 박재홍> 오늘 행간 주제 들어보죠.

    ◆ 김성완> 얼마 전 공무원 시험에 애국가와 태극기 4괘를 묻는 질문이 나와서 논란이 됐었던 적이 있었죠? 내년부터는 국가관에 맞는 필독서 50권의 내용을 묻는 질문이 나올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독서학원 다녀야 될지 모르는 공시생들, 그 행간을 좀 살펴볼까 합니다.

    ◇ 박재홍> 인사혁신처가 내놓은 거죠?

    ◆ 김성완> 맞습니다.

    ◇ 박재홍> 인사혁신이 아니고 공무원시험을 계속 혁신하는 것 같은데. 필독서 50권을 지정한다는 소식, 공시생들 사이에서 엄청난 관심을 일으키고 있겠네요.

    ◆ 김성완> 왜 아니겠어요. 제가 만약에 공시생이라고 하더라도 이 관련기사를 다 챙겨봤을 것 같습니다. 지금 노량진 학원가 하고 신림동 고시촌에서는 아마 난리가 났을 것 같은데요. 기껏 기존 시험과목에 맞춰서 공부를 해놨더니 갑자기 인사혁신처에서 필독서 50권을 지정하고 내년부터 면접시험 때 책 내용을 질문하겠다, 이런 내용을 발표를 했으니까 이건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떨어진 것과 거의 똑같은 얘기가 되는 거죠. 지금 공시생들이 30만명이 넘는다고 하잖아요. 메르스 사태 도중에 치러진 서울시 공무원 시험 때만 13만명이 원서를 접수를 했거든요. 공무원 7급과 9급 2280명을 뽑는데 이만큼이 몰렸건데요. 경쟁률이 57:1이었습니다. ‘4당 5락’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4시간 자면 합격하고 5시간 자면 떨어진다는 얘기인데. 이런 이야기도 옛말입니다. 한 문제 틀리면 합격하고 두 문제 틀리면 떨어지는 이런 상황이 됐는데요. 이런 와중에 갑자기 필독서 50권이 등장했으니까 공부해야 할 책이 50권이 더 늘어나는 거랑 마찬가지잖아요. 그러니까 굉장히 당황할 수밖에 없겠죠.

    ◇ 박재홍> 그런데 필독서 50권을 지정을 한 거지, 이걸 가지고 시험을 보겠다는 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기본적인 소양을 면접에서 보겠다는 거 아닌가요?

    ◆ 김성완> 그 정도면 제가 지금 ‘행간’에서 다루겠습니까?

    ◇ 박재홍> 아닌가요?

    ◆ 김성완> 아닙니다. 그 정도가 아니니까 상황이 심각하다는 건데요. 60:1의 필기시험 경쟁률을 뚫었다, 그러면 예전에는 필기시험에서 통과하면 면접시험은 일종의 요식행위 같은 거였잖아요. 그래서 특별한 결격사유가 없으면 대부분 합격이 된다, 이렇게 생각을 하는데. 내년부터는 아닙니다. 면접시험이 대폭 강화가 되는데요. 5급 공무원인 경우에 필기시험에서 합격 인원보다 30% 가량 더 뽑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면접시간이 지금보다 최대 105분, 그러니까 1시간 45분 정도까지 늘리고요. 기존의 단답형 질문이 아니라 필독서를 얼마나 잘 숙지하고 있는지 면접을 통해서 검증을 한 뒤에 30%를 솎아내겠다는 얘기입니다. 그러니까 당연히 공시생들 입장에서는 겁이 나죠.

    ◇ 박재홍> 그러면 필독서 50권을 정리해서 가르쳐주는 학원이라도 다녀야겠네요, 독서학원.

    ◆ 김성완> 그래야 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이 그럴 것 같습니다. 쪽집개 과외 선생도 등장을 하게 될 거고요. 필독서 요약본도 나올 겁니다. 또 면접시험 잘 보려면 말도 잘해야 되잖아요. 스피치 학원도 아주 문전성시를 이룰 겁니다.

    ◇ 박재홍> 이미 성행하고 있어요, 이미.

    ◆ 김성완> 훨씬 더 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일반행정직 9급 공무원을 보면요. 국어, 영어, 한국사. 필수과목 3개에 사회, 수학, 과학,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중에 선택과목 두 과목이 있거든요. 다섯 과목 시험을 보는데. 저도 공부를 해봤지만 제 아무리 똑똑해도 다섯 과목 공부해서 거의 만점 받는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몇 년씩 재수, 삼수해도 안 되는 거 아니겠습니까? 더구나 유창하게 필독서까지 읽고 대답까지 잘해야 한다? 이건 너무 과한 거 아닙니까? 제가 볼 때 조선시대 과거제도보다 훨씬 더 가혹한 제도 같다, 이런 생각이 듭니다.

    ◇ 박재홍> 수험생들 입장에서는 엄청난 날벼락일 것 같아요. 그런데 관료선발제도, 공통점이 있어요.

    ◆ 김성완> 조선시대 과거제도하고 공무원시험제도하고 똑같다고 보시면 될 것 같은데요. 똑같이 관료가 되는 거의 유일한 관문이잖아요. 과거제도, 물론 좋은 점도 있겠지만 부작용이 굉장히 많았거든요. 출세하겠다고 재수, 삼수. 10년씩, 20년씩 공부하는 경우도 굉장히 많았고. 그런 풍경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요. 경쟁률이 치열한 것도 거의 비슷합니다. 제가 자료를 찾아봤더니요. 세종 때 생원시 응시자 경쟁률이 50:1이었습니다. 100명 뽑는데 한 4, 5000명 정도가 시험을 봤다고 해요. 보통 15:1, 이런 건 아주 우스운 거였고요. 이렇게 합격하기가 어려우니까 돈 없는 집 자식은 공부하는 걸 꿈도 못꿨다고 합니다. 양반집 도령은 정반대로 과외 선생을 모셔서 쪽집개 과외도 당시에 했었고요. 초집이라고 해서 아까 제가 요약집 이렇게 말씀드렸지만 필독서 요약집 같이, 요즘으로 말하면 기출문제집이나 경서요약집을 구해서 그걸 가지고 공부하기도 했었고요. 입시부정도 굉장히 많았습니다.

    ◇ 박재홍> 그래요?

    ◆ 김성완> 입시부정 많았고요. 대리시험도 치르다가 걸려서 적발되어서 시험지 뺏기고 이런 일도 있었고요. 그런데 수백년의 세월이 흘러가지고 지금의 공무원 시험제도를 보면 현대판 과거제도가 아닌가 이런 의심이 들 정도로, 지금 그런 제도를 만들어놓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것보다도 훨씬 더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습니다.

    ◇ 박재홍> 어떤 문제가 있습니까?

    ◆ 김성완> 제가 질문 하나만 더 드리고 싶은데요. 국가관이라는 게 과연 뭐죠?

    ◇ 박재홍> 국가관...

    ◆ 김성완> 아마 대학교수 불러다 놓고 물어봐도 제대로 즉석해서 답변하실 분이 그렇게 많지 않을 것 같은데요. 요즘 정부에서 하는 걸 보면 국가관인지 정권관인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그러니까 조선시대야 성리학의 나라였으니까 주자학 공부하고 유교적 국가관을 만들어서 시험에도 내고 그렇게 했다치더라도 지금은 그런 시대가 아니잖아요, 사실. 지금 공무원이 섬겨야 할 대상은 국가가 아니라 국민이지 않습니까? 인사혁신처가 무슨 근거로 필독서를 정하는지, 어떻게 국가관을 검증하겠다고 하는 건지 잘 모르겠는데요. 만약에 필독서를 공무원한테 읽히고 교양적인 어떤 그런 부분들, 인문학적인 소양을 좀 심어주고 싶다 그러면 인사혁신처가 하는 게 아니라 문화관광부가 필독서 만들면 되잖아요. 지금도 하고 있고, 우수추천도서 같은 거 만들잖아요. 또 불황에 빠진 출판사 살리려고 그런다? 그것도 역시 문화부가 하면 됩니다. 인사혁신처가 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거죠. 그러니까 우리 시대의 공무원은 특정이념으로 가득찬 경직된 관료가 아니라 창의적인 기획력 그리고 봉사정신이 필요한 자리가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요즘 대학시험 볼 때도 그런다고 하잖아요. 기업들이 원하는 학생들, 원하는 인재형을 만든다고 해서 기업 때문에 대학의 구조를 바꾸잖아요. 인사혁신처나 정부가 원하면 공시생들도 바꿀 수 있다, 이런 차원의 문제가 아닐까. 그러니까 공시생들 입장에서 바라볼 때는 갑질도 이런 갑질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되는데요. 인사혁신처가 경직된 사고를 좀 버리고 개방적인 사고, 좀 더 진짜 혁신이라는 말에 걸맞은 그런 좀 대책을 제대로 내놨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 박재홍> 독서라는 건 권장을 해야지, 반드시 읽어야 된다.. 필독서를 지정하는 건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이런 말씀이네요.

    ◆ 김성완> 맞습니다. 그런 측면에서도 좀 어이가 없네요.

    ◇ 박재홍> 김성완 씨였습니다. 고맙습니다.

    ◆ 김성완> 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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